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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시대

vol 112 | 20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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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후보들의 동아시아 및 대북정책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실패
누가 되든 ‘대북 압박’ 거세질 듯

민주당의 후보로는 힐러리 클린턴이 우세하지만 그 또한 안심할 수 없다. 올해 미국 대선의 특징은 각 당에서 유력한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불확실성’이다.<사진> 민주당의 후보로는 힐러리 클린턴이 우세하지만 그 또한 안심할 수 없다. 올해 미국 대선의 특징은 각 당에서 유력한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불확실성’이다.

북핵 문제가 심각한 지금 미국 대선 후보들이 ‘올바른’ 한반도 정세관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주인의식을 갖고 전략을 세워 추진해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우리를 통일한국의 주인으로 대접한다.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대선이 10개월도 남지 않은 현재 미국의 대선 판도는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누가 최종 후보가 될지 예측하기 힘든 대혼전 양상이다. 게다가 갈등 구조가 날로 복잡해져가는 국제 정세를 개선하는 데 한 줄기 희망을 주는 후보가 거의 보이지 않는 현실은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에 ‘불확실성의 위기’로 다가온다.

민주당의 경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버니 샌더스 버몬트주 상원의원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주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샌더스에 대한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린턴 예비후보는 국무장관 재직 시 상업용 이메일 사용과 뇌진탕 후유증과 관련된 건강 문제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이 이메일과 건강 문제를 잘 극복하고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다면,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시장을 역임하고 현재 주택도시부 장관을 하고 있는 훌리안 카스트로를 러닝메이트로 영입해 히스패닉 유권자 표를 공략함으로써 강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트럼프가 휘저어놓은 공화당 경쟁 구도

공화당의 경우는 사정이 더욱 복잡하다.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돌풍이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테드 크루즈 텍사스주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이 치열한 추격전을 전개하고 있다. 당초 기대를 모았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트럼프의 선정주의적 캠페인과 크루즈와 루비오 의원의 공세적 행보에 지나치게 ‘합리적’인 모습으로 대응함으로써 점차 가시권에서 멀어지는 모습이다.

미국 유권자들이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을 오랫동안 축적해온 가운데 자신들의 불만을 대신 표출해주는 트럼프 같은 아마추어 정치인들에게 눈길을 주고 있다. 게다가 백인 중·하층을 중심으로 샌더스나 트럼프와 같이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에 반대하는 후보들에 대한 지지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어, 미국의 주류계층은 물론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를 지지하는 국제사회 구성원들에게 적지 않은 우려를 주고 있다. 자유무역, 국제 규범 존중, 제도적 협력 등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에 대해 트럼프는 반(反)이민 정서를 부채질한다. 한국을 무임승차자로 매도하며, 고립주의적 외교정책을 내세운다는 점에서 비자유주의적(illiberal)이다.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샌더스는 젊은 층과 진보적 지식인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국제 문제에 대해 관심이 낮고 미국 국가안보가 위협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나라에 신경을 쓰지 말자고 주장하는 점에서 트럼프와 유사한 고립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불법 이민자들에겐 시민권 획득의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보는 점에서 ‘열린’ 이민관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그는 올 연말 미국 대통령 선거판을 휘저어놓을 폭풍의 눈이다.<사진>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그는 올 연말 미국 대통령 선거판을 휘저어놓을 폭풍의 눈이다.

크루즈나 루비오는 미국 대통령이 되기 위한 기본 요건처럼 되어 있는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 : 백인 앵글로색슨 신교도)가 아닌 히스패닉계 미국인이지만, 샌더스나 트럼프보다 국제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강력한 미국의 리더십을 전제로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를 지지하는 후보들이다. 크루즈 의원의 경우 안보 문제에 관해 상당히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란과의 핵 합의를 반대하며 중동 전략에 있어서 이스라엘의 입장을 강력히 지지한다.

루비오 의원 역시 압도적 군사력을 가진 미국이 협상에만 의지한 채 일방적으로 양보했다는 이유로 이란과의 핵 합의를 반대한다. 그는 군사력을 바탕으로 인권과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확산하는 적극적 외교정책이야말로 평화를 유지하는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루비오 의원은 중국을 견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 자유를 강조하는 것이라며 집권 시 중국의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거론할 것임을 시사했다. 크루즈 의원과 루비오 의원의 국제 문제에 대한 시각은 (좀 더 지켜봐야 하겠으나)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기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을 연상시킨다.

성향 예측 가능한 이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과 공화당 주요 예비후보들 중에서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를 지지하면서 아시아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대선주자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다. 그는 2011년 이른바 ‘아시아 재균형(Rebalancing toward Asia)’ 정책을 입안해 미국이 중동 문제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을 줄이고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의 동맹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동남아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여전히 미국은 중동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지만 아시아에 대한 관여의 폭을 2011년 이후 꾸준히 늘려온 것이 사실이다.
클린턴 장관 아래서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를 역임했던 커트 캠벨과 그가 차관보로 부임하기 전에 창설한 신안보센터(Center for a New American Century)를 중심으로 한 브레인들이 클린턴 후보 진영의 외교안보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 당을 통틀어 클린턴 전 장관을 제외한 나머지 주자들은 체계적인 외교안보팀을 정비하지 못했다. 이들은 경선 막바지에 대선 후보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아질 때 외교안보팀을 조직해 본격적인 정책 개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대선 예비주자들의 국제적 시각에 비추어볼 때 집권 시 이들의 한반도 정책을 전망하는 것은 쉽지 않다. 비교적 ‘근거 있는’ 전망을 할 수 있는 후보는 클린턴 전 국무장관일 것이다. 그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어 (좀 더 정책이 구체화되어야 하겠지만) 올해 11월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미국 주도의 아시아 질서 확립이라는 차원에서 한반도 정책이 상당히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북핵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이다. 오바마 재임 중에 북핵 ‘동결’이 이루어질 경우에는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미·북관계 진전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엔 중국의 동참을 유도하는 가운데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샌더스 의원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그의 고립주의적 성향에 비춰볼 때 북핵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안보를 근본적으로 위협하지 않는 한 국제 문제에 개입하지 말자는 입장이니, 북핵 문제 역시 ‘비핵화’보다는 ‘비확산’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이 핵을 중동이나 여타 지역으로 확산하지 않는 한 미국의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소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2015년 10월 CNN이 주최한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회에 나온 버니 샌더스 버먼트주 상원의원(왼쪽).
히스패닉계임에도 공화당의 대선후보로 주목받고 있는 테드 크루즈(가운데)와 마르코 루비오 의원.<사진> 2015년 10월 CNN이 주최한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회에 나온 버니 샌더스 버먼트주 상원의원(왼쪽). 히스패닉계임에도 공화당의 대선후보로 주목받고 있는 테드 크루즈(가운데)와 마르코 루비오 의원.

당선 후에는 선정주의 버릴 수도

공화당의 트럼프가 대선 후보가 되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예비후보 시절 한국을 한미동맹의 무임승차자로 일갈한 것에 비춰볼 때 한미관계부터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후보 시절과 대통령이 되고 난 후의 입장과 정책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선정주의에 호소하는 예비후보도 대선 후보가 되면 책임 있게 행동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면 세간의 ‘불안한’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기업인 출신이므로 국제 경제 문제에 관해서도 현실감 있게 입장을 변화시킬 것 같다. 하지만 외교안보 문제에 관해서는 사활적 이해가 걸린 사안 외에는 적극적인 리더십을 보일 가능성이 희박하다.

크루즈 의원이나 루비오 의원은 보수강경 외교노선을 예고하고 있다. 크루즈 의원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과대망상적 미치광이(Maniac)가 수소폭탄을 갖도록 허용했다. 이란 핵 합의도 결국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루비오 의원은 북핵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으나 군사력과 자유민주적 가치 확산을 강조한 것으로 볼 때 북핵 문제에 관해 상당히 강한 압박정책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 크루즈 의원과 루비오 의원은 북한이 또다시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나 핵실험을 단행할 경우 ‘네오콘’ 접근법, 즉 북한 김정은 정권의 교체를 위해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큰 대통령 선거이지만, 북핵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고 동북아 안보 지형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므로, 우리의 국익이 어디에 있는지 식별하고 미국의 대선 후보들이 ‘올바른’ 한반도 정세관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물론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는 우리이므로 주인의식을 갖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래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대한민국을 미래 통일한국의 주인으로 대접하고 존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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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고려대 정치학 석사, 미국 텍사스대 정치학 박사.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및 외교통상부 제2차관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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