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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시대

vol 114 | 20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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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전면 중단과 향후 남북관계

그 좋은 직장 그리워질 것
당분간 재가동 어려운 상황

개성공단 중단 한 달 뒤쯤 우리 쪽에서 본 개성공단. 적막강산이다.<사진> 개성공단 중단 한 달 뒤쯤 우리 쪽에서 본 개성공단. 적막강산이다.

북한 투자를 결정하는 가늠자 역할을 했던 개성공단이 중단됐으니 북한이 추진하는 20개 경제개발구 사업도 추진되지 못할 것이다. 세계 어느 기업도 리스크가 크고 투자 자산을 몰수·청산하는 북한에 진출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관계가 개선될 것이란 희망이 북한의 도발로 순식간에 절망으로 뒤바뀌었다. 북한이 고통 받는 주민의 삶을 외면하고 국제사회를 향해 극단적인 도발을 감행한 탓이다.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를 비롯한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 는 정면 도전 행위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도발을 용납할 수 없는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라는 뼈아픈 조치를 단행했다. 북한으로 하여금 잘못된 행동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고, 그들의 핵과 미사일 개발 계획을 꺾으며,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기존 방식과는 다른 대북 제재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된다.

지난 2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이제 더 이상 북한의 기만과 위협에 끌려다닐 수 없고, 북한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근본적 해답을 찾아 실천할 때”라고 강조했다.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시킨 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막기 위해 북한으로의 외화 유입을 차단하는 불가피한 조치로 판단된다.

개성공단 중단 사태의 원인과 책임은 북한 김정은 정권에 있다. 그럼에도 북한은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지 않은 채 적반하장 격으로 개성공단 자산 몰수와 공단 폐쇄를 선언하고 이 지역을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했다.

핵 개발에 들어간 ‘부스럭 돈’

지난 3월 10일 북한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북 사이 합의된 모든 경제협력과 교류사업은 무효이며 개성공업지구에 있는 남측 자산을 청산하겠다고 밝혔다. 개성공단은 남북이 합의해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북한이 마음대로 할 수 있 는 곳이 아니다. 북한의 개성공단 자산 몰수와 폐쇄조치는 국제 관례와 상식에서 벗어난 불법 행위이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전향적 협력 의지와 개성공단 124개 입주기업과 수많은 직원들의 노력을 무참히 짓밟았다. 2003년 6월 착공 이후 오랜 기간 운영돼온 개성공단이 북한의 무모한 도발로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말았다. 부침은 있었지만, 10년 넘게 가동돼온 개성공단이 왜 이런 상황에 이르렀을까.

북한이 국제사회에 신뢰를 보여주고 근로자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북한 지도부의 ‘욕심 주머니’에 넣지 않고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사용했다면, 개성공단은 정치·군사적 상황에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북한 지도부는 어떤 선택을 했나. 북한은 개성공단 임금 직불 합의를 무시하고 지급된 달러는 당국이 전액 회수했다. 그 가운데 상당액을 군사적 혹은 통치자금 명목의 비생산적 용도로 사용했다. 북한은 핵과 장거리 미사일은 개성공단 이전부터 개발된 것이라며, 개성공단 임금은 ‘부스럭 돈(보잘것없는 의미 없는 돈)’이라고 했다. 북한은 핵 개발에 개성공단 임금이 쓰인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북한의 핵 개발과 군사 도발을 합리화하고 남남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북한 당국은 개성공단 임금으로 받은 외화의 일부를 북한 돈과 현물 쿠폰 형태로 북한 근로자에게 지급했으나, 그 비중은 얼마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총 5억6000만 달러의 현금이 유입됐다.

2003년 6월 30일 북한 개성시 봉동리에서 열린 개성공단 착공식. 착공 13년 만에 개성공단은 전면 중단되었다.<사진> 2003년 6월 30일 북한 개성시 봉동리에서 열린 개성공단 착공식. 착공 13년 만에 개성공단은 전면 중단되었다.

2015년만 해도 1억2000만 달러가 들어갔다. 정부와 민간에서 총 1조190억 원의 투자가 이뤄졌는데, 북한은 그것을 군사 도발로 되갚은 것이다.

개성공단 중단 사태는 북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체제에서 북한은 핵 개발과 군사무기 개발에 외화를 쏟아 부었고, 우상화 작업과 김정은 치적 사업에도 큰돈을 퍼부었다. 그리하여 금고가 거의 바닥이 난 지경에서 개성공단 중단으로 외화 유입이 차단됐으니 북한 지도부는 커다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은 외국 투자자들이 북한에 투자를 할지 말지를 판단하는 일종의 가늠자 역할을 했다. 따라서 개성공단 중단은 북한이 추진하는 20개 경제개발구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세계 어느 기업도 리스크가 크고 투자 자산을 몰수 · 청산하는 북한에 진출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 5만4000여 명과 그 가족 20여만 명은 개성공단 덕에 생계를 유지해왔는데,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됐으니 생계 수단이 사라져버렸다. 개성주민들은 생활고에 시달릴 것이다. 개성공단 안의 평화변전소를 통해 공급되던 전력도 끊어졌고 개성 주민들에게 공급되어온 생활용수 제공도 불가능해졌다. 북한 지도부의 오판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피해만 커지게 된 것이다.

북한 당국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주민들을 선동하고 있지만, 개성공단에서 일하던 북한 근로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깨끗한 공장에서 편하게 일하던 것을 그리워하지 않을까. 북한 주민들에게 개성공단은 최고의 직장이었고 생활공간이었다. 그런 개성공단이 북한 지도부의 도발 행위로 중단됐으니, 북한 주민들은 그 원망의 화살을 북한 당국으로 돌릴 것이다.

2013년 4월에 5개월 넘게 개성공단이 중단됐을 때도 북한 근로자들은 북한 당국에 대한 불만이 매우 컸다고 전해진다. 당시 그들은 건설 현장과 농사일 등에 투입돼 힘든 생활을 보냈다고 한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핵 개발이 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북한은 이젠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같은 국제사회에 대한 도발을 중지하고, 변화의 길로 나서야 한다. 그것만이 북한 정권을 유지하고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철수업체 어려움 헤아려야

북한은 개성공단 자산 청산 행위를 당장 철회하고, 기업들이 원부자재와 완제품, 시설을 다시 가져올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 북한이 안보 위기를 멈추고 시장경제가 작동되는 공단으로 전환하면 개성공단은 언제든지 재가동을 넘어 상생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도 현재의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해야 한다. 지금은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고 그들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도록 하나로 단합할 때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정부와 지원기관 등이 적극 나서야 한다. 124개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 원부자재와 완제품의 손실이 막대하고, 계약한 납품을 하지 못해 클레임이 발생하는 등 영업 손실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90여 개성공단 영업소 기업과 입주기업의 5000여 협력업체가 겪을 경영 악화도 우려된다. 이들 업체의 손실도 적지 않을 것이므로 협력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경협보험으로 손실을 보상하고, 기업 경영을 계속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경영안정자금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대체생산이 가능하도록 조치하고, 원부자재와 완제품 손실 보상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국내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도록 고용 대책도 전향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 정부는 1 대 1 맞춤식으로 기업의 애로와 실태를 조사하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의 눈높이에 맞게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현장 지원책이 계속 나와야 할 것이다.

개성공단 중단 사태 이후 향후 남북관계는 어떻게 전개될까. 살얼음판을 걸을 수밖에 없다. 북한은 개성공단 폐쇄 이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이며 추가 도발을 해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은 “정치·군사 ·경제적 타격을 가해 비참한 종말을 앞당기기 위한 계획된 특별 조 치들이 연속 취해지게 될 것”이라고까지 위협하고 있다.

1, 2년 내 재가동은 어려울 것

그러면 개성공단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북한은 당장 개성공단을 청산하지 못할 것이다. 북한이 개성공단의 달콤함을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5월 초 제7차 노동당 대회를 끝내고 하반기 이후에나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대화 여건 조성에 나설 수가 있다. 올해 연말까지 개성공단 재가동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북한은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금강산 관광의 경우처럼 중국 등 3국 투자가를 끌어들여 개성공단 독자 운영을 시도할 것이다. 하지만 전력 조달 등 인프라 확보가 어려워 투자 유치는 불가능하다. 남아 있는 원부자재를 활용해 일부 공장은 자체 전력으로 가동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공장은 독자적인 가동이 어렵다

개성공단 의류업체에 고용돼 일하던 북한 여성들. 깨끗하고 많은 것이 보장된 이 직장을 대부분의 북한 근로자들은 좋아했다.<사진> 개성공단 의류업체에 고용돼 일하던 북한 여성들. 깨끗하고 많은 것이 보장된 이 직장을 대부분의 북한 근로자들은 좋아했다.

일정 시점이 지나면 설비를 떼어내 북한 공장에 설치해 사용하거나 해외에 헐값으로 매각할 것이다. 북한은 개성공단 근로자들을 중국 등지로 송출해서 외화벌이 일꾼으로 투입할 것이다. 북한 핵 문제에 진전이 없으면 개성공단 재가동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 안보리와 미국 등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있으니, 우리 정부도 독자적인 대북 제재를 강화해나갈 것이다. 개성공단 재가동을 비롯한 남북 경제협력 논의보다는 북한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고, 궁극적으로 북한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에 초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비핵화가 실행되지 않는다면 1, 2년 이내에 개성공단 재가동이 이뤄지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더라도 북한 근로자의 임금은 현물 지급으로 대체하거나 임금 직불제 시행 등 새로운 지급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과정으로 인식하고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되찾고 평화통일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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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미 브라운대 정치학박사. 미국 UC샌디에이고 방문교수 역임. 현재 청와대 국가안보실 자문위원과 민주평통 상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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