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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시대

vol 114 | 20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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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제1차 직능별 정책회의

“북핵 문제 해결하려면
정권 교체할 수밖에 없다”

대전 유성호텔에서 열린 2016년 제1차 직능별 정책회의에서 유호열 수석부의장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사진> 대전 유성호텔에서 열린 2016년 제1차 직능별 정책회의에서 유호열 수석부의장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수소폭탄을 터뜨렸다는 4차 핵실험까지 한 북한이 5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한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1차 직능별 정책회의에서는 그에 대한 토론과 방법 모색을 둘러싸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3월 22일 사통팔달의 도시 대전의 유성호텔에서 정치·안보와 행정·법무 직능의 자문위원을 대상으로 한 17기 민주평통 2016년 제1차 직능별 정책회의가 열렸다. 150여 명의 자문위원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는 ‘통일 및 대북정책의 국민적 공감대 제고 방안’과 ‘통일 준비를 위한 남남갈등 해소 방안’ 등의 주제를 놓고 분임별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때가 때인 만큼 시작부터 분위기가 진지했다. 주최 지역의 대표 단상에 오른 강영자 대전지역회의 부의장은 “현재 우리 군사력과 경제력은 세계 7, 8, 9위 혹은 10, 11, 12위권으로 세계적인데, 통일을 위한 위험과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의지가 약한 것이 흠이다. 국제사회에 의지하려는 무력감을 없애고 우리의 힘과 의지를 결속해야 한다”는 시국관으로 환영사를 가름했다.

전문가 수준 접근한 자문위원들 인식

이어 ‘통일 기반 조성을 위한 민주평통의 역할’을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선 유호열 수석부의장은 최고의 북한 전문가답게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정치한 한반도 상황 분석을 펼쳐보였다. 그는 “수소폭탄을 터뜨렸다는 북한의 4차 핵실험은 교류와 협력이라는 타성에 젖은 접근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근본적인 해결을 시도하지 않으면 평화통일을 이를 수 없게 되었다”며 다음과 같은 요지의 강연을 했다.

“그 소중한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한 것은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너무 안 좋았기에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 ‘우리도 핵 개발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책임 있는 분들 사이에서 나왔지만, 현실적으로는 실현되기 어렵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와 킬체인(Kill-Chain)이라는 우리의 대응체계를 만들고 있고 좀 더 현실적인 방법인 사드 배치를 위한 논의도 시작됐지만 중국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결국은 북한 정권을 교체시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데, 북한의 도발로 김정은 정권 교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행히도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연설과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에 이어 중국이 양회(兩會)를 열어 안보리 대북 제재안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우리의 결의를 다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한중 정상 간에 신뢰가 작동하고 있으니 중국의 노력을 폄하하지 말고 지켜보기로 하자.

이러한 때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은 평화통일 달성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논의했으면 한다. 최근의 여론조사를 보니까 자문위원들의 생각이 전문가 수준에 접근해 있어 놀랍고 또 자랑스러웠다. 알파고에 맞선 이세돌 9단이 혼신의 힘을 다해 한 수 한 수를 두듯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정부를 위해 자문위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줬으면 한다.”

디테일에 대해 열띤 토의를 벌인 5분임 토론회. 직능 정책회의에서 특강 강사의 발언에 공감하는 자문위원들.<사진> 디테일에 대해 열띤 토의를 벌인 5분임 토론회. 직능 정책회의에서 특강 강사의 발언에 공감하는 자문위원들.

그리고 ‘핵박사’로 유명한 김태우 건양대 교수의 ‘북한 핵 문제와 남북관계’에 대한 특강이 있었다. 김 교수의 북한 분석도 예리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김정은이 집권 4년 만에 인민무력부장을 6명, 총참모장을 5명, 총정치국장을 3명, 국가안전보위부장을 2명 교체한 것을 적시하며 “안보 분야 책임자들을 이렇게 갈아치웠다. 고모부인 장성택뿐만 아니라 총참모장을 지낸 리영호도 처형해버렸으니 김정은 체제는 안정되기 어렵다”고 설파했다.

그는 “중국과 미국에 북핵은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지만, 우리에게는 결사적인 문제다. 그러나 급하다고 마구 대응하지 말고 17세기 네덜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가 ‘내일 지구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고 한 것처럼 더 앞을 내다보며 여유 있게 대응하는 선진 국민의 모습을 보이자”고 주문했다. 그는 이러한 요지의 분석을 내놓았다.

“핵은 사용하지 않아도 무기가 된다. 존재를 알리는 그림자 자체가 공포를 주기 때문이다. 그러한 핵을 김정은이 실전배치하려고 하니 우리는 김정은 체제를 없애야 하는 것이다. 부디 상생(相生)과 통일을 혼동하지 말았으면 한다. 북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 상생이고, 싫어하는 것을 하는 것이 통일이다. 그러한 통일을 하는 데 최대 장애가 북핵이다. 따라서 북핵을 그대 로 두고 교류를 해 통일하자는 것은 궤변인데 이것을 헷갈려하는 이들이 많았다.

중국의 팽창에 미국이 재균형(Rebalancing) 전략으로 대응하면서 동북아에는 신냉전이 전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핵무기를 개발하는 북한 편을 들 수있고, 미국은 양자 핵조약(한미 원자력협정)으로 우리의 핵 농축과 재처리를 금지하고 있어 문제가 된다. 이 문제를 극복하고자 미국과 사드 배치를 논의하자 중국이 강력한 반대에 나섰다. 그런데 이것이 압박이 돼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동북아에 큰 게임이 벌어진 것이다. 그에 앞서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하게 되었다. 읍참마속이라고 해야 하나…. 이제는 철저하게 국익을 따져 결정해야 한다. 중국의 대북 압력이 효과가 크다면 사드 배치 논의는 뒤로 미루며 기다려보는 것도 필요하다.”

두 석학의 열강을 들은 자문위원들은 잠시 쉬었다가 분임별로 나뉘어 자문위원들의 인식을 높이고 행동을 정하는 회의에 들어갔다.

중요한 것은 역시 ‘디테일’이다. 총론만 알고 디테일을 모르면 허장성세(虛張聲勢)이기 때문이다. 디테일에 강하려면 대관(大觀)을 이은 세찰(細察)을 해야 한다. 분임 토의에서는 각자의 세찰을 밝히고 이를 행동화하는 다짐이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MINI INTERVIEW

김일한 분임토의 사회자

“토론을 정리해줌으로써
더 깊은 생각하게 만든다”

김일한 분임토의 사회자

민주평통은 직능별 정책회의 참석자들의 토론 열도와 수준을 높이기 위해 3년 전부터 사계 전문가를 분임토의 진행자로 모시고 있다. 처음부터 이 일을 해온 김일한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전문가 투입 후 회의에서 도출하는 결론의 질이 크게 높아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자문위원들은 자기 분야에서는 그래도 한 소리를 하실 수 있는 분들이라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분임토의를 해보면 자기주장만 거듭해 회의의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전문가를 투입한 후 주제를 나눠 논의하게 하자 같은 결론을 내는 분야가 나오게 되었다.
토론의 수준이 올라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같은 의견이 나오지 않는 분야도 있다고 말했다. “자문위원 중에도 진보를 자처하는 분이 있어 보수적인 자문위원과 밤새 난상토론도 한다. 그런데 같은 것은 잡아주고 다른 것만 토론케 하면, 어느새 다른 것은 줄어들고 같은 것을 하는 방법 차이만 나열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게 된다. 대립이 융합으로 변모한 것이다. 물론 안 될 때도 있지만 그래도 토론 자체에는 만족하게 되니 자문위원들은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부족한 것이 이것이었구나’ 하고. 그리고 자기 분야로 돌아가 주변을 설득하게 되시는 것 같다.


MINI INTERVIEW

백동일 고양시 자문위원

“중국 움직일 전략가 양성해야”

백동일 고양시 자문위원

정책회의 참여자 가운에 눈의 띄는 이가 있었다. 1996년 북한 상어급 잠수함이 강릉 해안으로 침투했을 때 미해군부 문관으로 근무하던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 김으로부터 북한 잠수함 관련 자료를 받았다가 체포돼 한국으로 추방된 전 주미 해군무관 백동일 예비역 대령이었다. 고양시 자문위원인 그도 북한의 정권 교체 외에는 북핵 문제를 풀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 정권 교체가 우리의 절체절명 목표라면, 핵무기 개발과 실전배치는 김정은의 절체절명의 목표이니 문제이다.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나요.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다면, 그 힘의 70% 정도는 중국이 쥐고 있다고 본다. 지금 중국은 유엔 결의안 채택 등 국제사회의 흐름에 공조하지만 결국은 북한을 완충국가로 유지하고 싶어 할 것이다. 김정은이 아닌 다른 이가 이끄는 북한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통일은 어렵다는 이야기인데, 방법이 없을까요.
“중국이 꼼짝도 하지 못할 논리와 상황을 만들 전략가가 필요하다. 결국은 사람이다. 숙고(熟考)하고 숙고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MINI INTERVIEW

강영자 대전지역회의 부의장

“북 정권 교체와 통일은 무조건 해야 한다”

강영자 대전지역회의 부의장

“제 이름이 너무 촌스럽지 않느냐”고 허두를 뗀 강영자 대전지역회의 부의장은 일흔네 살이라는 나이가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분명한 식견과 열정을 갖고 있었다. 황해북도 황주에서 북한이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한 3월 10일 서울에서 있었던 이세돌 9단과 알파고 간의 2국을 거론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다음 날 모든 언론은 이세돌 9단 대 알파고 2국을 헤드라인으로 뽑아 올렸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저 밑으로 밀어낸 것이지요. 미사일을 발사해 우리를 겁주려고 한 북한 의도를 무시했다는 점에서는 그날 우리는 성공했는지는 몰라도, 북한의 위협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됐습니다.”

- 우리가 의연해서 그랬던 것만은 아닌 것 같은데요.
“맞아요. 의연하기보다는 회피에 가까운 것 같아 걱정입니다. 국제사회와는 공조해야 하지만 북한 문제 해결을 국제사회에만 의지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북한 문제를 풀려면 통일을 해야 하는데, 통일은 강력한 의지를 내야 하는 분야거든요.”

- 북한의 정권 교체를 어떻게 보시나요.
“가다피가 제거됐다고, 후세인을 처형했다고 리비아와 이라크가 사라졌나요. 나라는 그대로 있습니다. 그러나 호전성은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북핵 문제를 풀려면 먼저 김정은 정권을 제거해야 합니다. 그래도 북한은 남아 있겠지요. 그러한 북한이라야 우리와 대화해 통일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김정은하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 통일은 북한 사람과 더불어 사는 것인데, 그런 포용을 할 수 있나요.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의지를 내 포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통일을 해도 통합을 하지 못해 다시 갈라섭니다. 우선 북한이탈주민들과 공동체를 이뤄 함께 사는 것부터 잘해야 합니다. 통일은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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