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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스토리 통일을 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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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을 염원하는 하나의 하모니 ‘청춘합창단’ 
                    
                    평균 연령 64세. 백발이 성성한 단원들이 동그랗게 입을 모아 화음을 맞추는 순간 노래는  단순히 노래가 아닌 메시지가 된다. 서로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노랫말 하나에도 마음을 담는다. 하지만 박자를 맞추는 것도, 화음을 모으는 것도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젊은 시절 나름 노래 좀 했다는 자부심과 달리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목소리는 이제 뜻대로 음을 짚어내지 못한다. 그렇게 서툴지만 정성껏 모은 목소리들, 그 소리들이 모여 세상 그 어떤 선율보다 아름다운 노래가 된다. 
진심을 담은 노래란 귀로 듣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듣는 것이다. KBS 2TV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을 통해 지나온 삶에 대한 담담한 회고로 큰 울림을 줬던 ‘청춘합창단’이 이번엔 유엔본부에서 평화통일을 노래한다.

유엔(UN) 본부에 울려 퍼질 평화통일의 메시지

사회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방송이 끝난 지 4년의 세월이 흘렀다. 대중들의 관심은 잊혀 졌지만, 노래를 통해 소외된 이웃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자 했던 합창단의 뜻은 변하지 않았다. 부산, 김해, 춘천, 인천 등 전국에서 올라온 마흔 여덟 명의 합창단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화음을 맞추던 날. 대통령 취임식부터 교도소까지, 듣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어떤 무대든 기꺼이 소리를 맞췄던 합창단원들이지만 최근엔 더 신이 나 있다. 오는 6월 15일 미국 뉴욕 유엔(UN)본부에서 공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청춘합창단’ 방송 당시 합창단에 합류하게 된 일을 두고 ‘가문의 영광’이라고 말해 화제를 모았던 베이스 파트의 박석주 부단장은 이번 유엔공연의 성사에 대해 ‘꿈’이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유엔공연을 준비한 기간은 꽤 오래됐어요.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 통일의 의미를 후세에 전달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가 바로 저희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꼭 유엔에서 평화통일의 메시지를 노래로 전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꿈은 이루어진다’고 하잖아요. 정말 꿈이 이루어진 거죠.”

통일 의미에 대해 알리는 것이 우리 세대의 통일준비

무엇보다, 2시간이 채 넘지 않는 공연시간이지만, 평화통일을 향한 간절한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것이 단원들의 각오다.

특히 김현실 소프라노 파트장은 노래를 통해 구세대와 신세대 사이의 가교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자신들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올해가 광복 70주년이잖아요. 벌써 한국전쟁을 겪었던 우리 부모님세대와 저희 자식 세대는 통일에 대한 인식이 전혀 달라요. 그 중간세대인 우리의 역할이 크지 않겠어요?” 우연히 오르는 무대가 아니다. 대사관과 유엔본부로 보낸 편지만 수 십 통. 누군가는 무모하다고 했고, 그만 포기하라고도 했지만 이제는 통일의 의미조차 의심하는 이 땅의 청년세대를 위해 자신들이 해야 할 몫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어렵게 성사된 무대. 당연히 기대만큼 책임감 역시 무겁게 느낀다. 남들은 흔한 아마추어 합창단이라 쉽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단원들은 프로 못지않은 마음가짐으로 연습을 게을리 하거나 스스로의 실력에 타협한 적이 없다. 노래를 향한 열정 또한 젊은 합창단 못지않다.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실망하거나 포기하지는 않는다.
‘청춘합창단’ “유엔공연이 중요한 무대인만큼 프로란 생각으로 연습을 하고 있지만, 단원들 중에는 70이 훌쩍 넘은 분들도 계세요. 그렇다 보니 사실 젊은 사람만큼 소리에 힘이 있는 건 아니죠. 그래도 우린 우리의 노래를 하려고 합니다. 비록 말은 안통할지 모르지만 진심을 담아 노래하다 보면 통일을 향한 우리의 마음을 알아 줄 거라고 믿거든요.” 진심은 통한다. 테너 남종연 파트장은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해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만은 꼭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함께'라는 즐거움에 대하여

무엇보다 혼자가 아닌 합창단원 모두가 함께 하기에 더 뜻깊은 무대가 될 것이라는 것이 단원들의 한 목소리다.

지나간 세월의 아쉬움이 큰 만큼 함께 노래 할 수 있는 이 순간이 더 없이 즐겁고 감사하다는 사람들. 그런데 왜 하필 합창일까? 사실 지금 활동 중인 합창단원들은 방송 직후 민간합창단으로 재창단하는 과정에서 오디션을 통해 합류한 이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보니 단원들 대부분이 평소 주변으로부터 노래 좀 한다는 소리를 곧잘 듣던 이들이다. 그런데 합창은 독창만큼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지도 못하고, 자신의 소리를 마음껏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창보다 합창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남자의 자격 방송中 “달리기 중에 2인3각 경기란 게 있잖아요. 발을 묶어서 같이 달리는 경기요. 합창은 그렇게 열 명, 스무 명이 한발 씩 묶고 달리는 경기라고 보면 되요. 내가 빨리 달릴 수 있다고 혼자 욕심내면 모두 넘어지고 말아요. 한 발, 한 발, 서로의 속도에 맞춰야 하니까 쉽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죠. 하지만 모두 ‘함께’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 낼 때의 감동 역시 더 오래 가는 것 같아요.”
테너 파트의 김종목 씨가 오늘도 화음을 맞추는 이유다. 분명 나 혼자 돋보이는 것이 좋다고, 빨리 가야 성공한다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안다. 함께 일 때 더 많이 웃고, 웃었을 수 있었음을.

친구 따라 강남이 아니라 합창단에 합류했다는 알토 김연수 씨는 여고시절 손꼽히던 소프라노 솔리스트로 세종문화회관 전신인 시민회관에서도 공연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환갑이 넘은 나이에 노래를 다시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청춘합창단’ “어렸을 때는 (내)목소리가 참 고왔어요. 그땐 독창이 최고인 줄 알았죠.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내 목소리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고요. 더욱이 환갑이 넘어서 노래를 부른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덕분에 함께 노래를 한다는 즐거움을 배운 것 같아요. 지금은 독창보다 합창이 더 좋아요. 함께 할 수 있으니까요.” 김현실 파트장과 김연수 씨는 숭의여고 시절 함께 합창단 활동을 했던 단짝. 방송을 통해 40년 만에 해후한 두 사람은 학창시절로 돌아간 기분으로 두 손 꼭 잡고 매주 연습실을 함께 찾는다.

합창과 통일, 서로 비슷해요

‘청춘합창단’ 세컨베이스 파트의 박창수 씨 역시 서로의 소리를 들으며, 완벽한 화음을 만들어 낼 때의 전율은 솔리스트들은 절대 알지 못할 감동이라며 합창의 즐거움에 대해 입이 마르도록 자랑한다. 또 생각해보면 자신의 소리를 낮추고,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하나의 하모니를 완성해가는 합창과 통일은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많다고 말한다.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목소리를 맞춰 나갈 때 비로소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것. 그렇기에 합창이야 말로 통일 메시지를 전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겠냐고 웃는다.

우리의 목소리가 통일의 작은 밑거름이 되길

노년의 나이. 통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노래를 통한 통일 메시지를 전하게 됐다는 단원들에게 통일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누군가는 ‘그 나이에 무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민간사절단이란 마음이 있어요. 이번 유엔공연을 시작으로 언젠가는 평양에서도 평화통일의 메시지를 담아 공연할 수 있길 바라고 있고요. 그리고 그런 저희의 노래가 통일의 아주 작은 밑거름이라도 됐으면 해요. 통일이 되면 부모님들은 고향 땅을 밟으실 수 있고, 우리는 자랑스런 통일의 역사를 젊은 세대들에게 물려주게 되겠죠.”

그리움이란 그리움이라는 이름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더하여 서로를 간직하며 영원히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는 거기에 기다림이란 기다림이라는 이름에 소망이라는 이름을 더하여 누군갈 간직하며 영원히 기억하며 이루어져 가는 거기에

‘청춘합창단’ 방송을 통해 소개됐던 합창곡 ‘사랑이라는 이름을 더하며’의 가사처럼 통일 역시 기억하고 노력할 때 이루어지는 일이라고 말하는 ‘청춘합창단’의 통일메시지는 대한민국이 하나 되는 그날까지 계속 울려 퍼질 것이다.

한편, ‘청춘합창단’은 UN본부 외에도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야외공연과 뉴욕. 뉴저지 등에서 한인교포들을 대상으로 한 위문 공연 역시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을 위한 경비는 기업과 개인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소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기부 받고 있다.

<글/사진. 권혜리>

합창을 통해 통일의 의미를 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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