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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행복한 통일

Webzine Vol.47 | 20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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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스토리 | 통일을 여는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꿈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 그것이 통일 아닐까요? 재미 설치미술작가 강익중

“예전에는 3인치 캔버스에 꿈을 그리라고 하면, 그렇게 작은 곳에 어떻게 큰 꿈을 그리느냐고 묻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스마트폰이 나온 뒤로는 다들 어렵지 않게 그림을 그려요. 오히려 작은 그림들이 모여 하나의 커다란 그림이 만들어지는 것이 신기하다고들 하죠. 템스강에 띄운 ‘집으로 가는 길(Floating Dreams)’이라는 작품도 마찬가지예요. 실향민 어르신들의 고향에 대한 기억, 그리움을 한데 모아서 남과 북을, 세계를 잇는 ‘표류하는 꿈’을 표현한 겁니다.”

템스강에 띄운 그림 편지, 집으로 가는 길

강익중 작가는 올해 초부터 실향민들의 그림을 모으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 어린이들의 꿈을 수집해온 그였지만, 이번 토털리 템스(Totally Thames, 영국 런던의 대표적 문화행사)와 우리나라 광복 71주년을 기념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위해 참여자 범위를 넓힌 것이다.
토털리 템스에 앞서 8월 15일 열린 ‘꿈에 그린 북녘’ 프로젝트는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전시됐다. 전망대의 한쪽 벽면을 약 1만5천 장의 실향민 그림으로 가득 메운 전시였다. 물론 전국에 살고 있는 실향민 어르신들과 이산가족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였지만, 전시관을 수놓은 그림들은 고향이 그리워 찾아온 손길들을 따뜻이 위로해주었다.

강익중9월에는 런던 템스강에서 실향민들의 그림 500장이 7미터 높이의 큐브 전등 형태로 전시됐다. ‘집으로 가는 길’이 그것이다. 북녘 프로젝트에 비하면 적은 규모이지만, 그곳 밀레니엄 다리를 안전하게 건너도록 하기 위해 크기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시리아와 이라크 난민 어린이들 그림을 모아서 작업할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그림을 모으면서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방향을 돌린 게 우리나라 실향민 어르신들 이야기예요. 고민이 있을 때 제가 기준으로 삼는 세 가지가 있는데, 바로 옆에 있는 것, 내가 아는 것, 필요한 것이에요. 이 기준을 놓고 생각하니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분들이 진짜 실향민들이니까요. 물론 우리나라 이야기가 영국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가 고민됐지만, 우리 실향민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했어요. 템스강이 영국의 남북을 이어주는 곳이기도 했고요.”

다행히 ‘집으로 가는 길’ 프로젝트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분단의 아픔을 가진 우리 민족의 소망이 템스강을 통해 세계로 퍼져 나가는 ‘평화의 백신’이 되길 바란다는 그의 마음이 세계로 전해진 까닭이다. 토털리 템스의 창립자 아드리안 에반스 역시 “한국의 실향민 문제는 유럽의 난민 문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북녘고향 그리다 만난 이웃사촌 친구들

‘집으로 가는 길’ 프로젝트는 커뮤니티의 역할이 컸다. 군인, 스님, 신부, 수녀, 재소자들 할 것 없이 많은 봉사자들이 힘을 모았기 때문이다. 봉사자들은 강익중 작가와 함께 전국을 돌아다니며 실향민 어르신들께 고향에 대한 그림을 그려 달라고 부탁했다. 물론 처음부터 녹록지는 않았다. 어르신들 대부분이 느닷없이 무슨 그림이냐며 손사래를 쳐댔던 이유다. 하지만 열심히 고향 이야기를 들어주는 봉사자들에게 어르신들은 마음을 열어주셨다. 실향민 어르신들에게 고향은 너무도 그립고, 아프고, 가고 싶은 곳이라며 그런 소원을 강물에 띄울 수 있는 것이 감사하다고 강익중 작가는 말했다.

어르신들이 그려놓은 그림은 다르면서도 비슷했다. 작지만 정겨운 고향 집 풍경, 마을 언덕에 피어오른 무지개, 집으로 가는 약도, 툇마루 아래 놓여 있는 스케이트 등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들이었다.
“꽤 많은 어르신들이 고향집 약도를 그리셨어요. 자식들이 언젠가 찾아가보길 바라는 마음이셨겠죠. 헤어진 가족이나 친구의 얼굴을 그려 놓거나, 죽기 전에 자식들에게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쓰신 분들도 많았어요.”

강익중 그리운 내 고향

강익중 작가는 템스강 전시 이후에도 꾸준히 실향민들의 그림을 수집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친구 찾기’를 돕기 위해서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어르신들이 고향 친구를 찾는 일이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체육대회를 진행하다가 어르신 몇 분이 생사도 알지 못했던 고향 친구를 만났던 일이 있어요. 뜻밖의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진 거죠. 그래서 그림이 조금 더 모이면 군별로 어르신들의 모임을 추진할 계획이에요.”

‘연결’을 꿈꾸는 아티스트 강익중

강익중강익중 작가에게 ‘통일’과 ‘한글’이라는 주제가 더욱 각별한 이유는 ‘1997 베니스비엔날레’ 국제전 때문이다. 당시 전시에 참관한 국가들 중 우리나라만이 분단국가였고, 남한 작가인 강익중 씨만이 대회에 홀로 참여했던 것. 그날 이후 그는 ‘끊어진 한반도를 잇자’는 생각으로 3인치 캔버스를 활용한 설치미술을 계획했다. 작은 캔버스 안에는 항상 미래를 통해 꿈을 꾸는 어린이들의 그림을 모으기로 했다. 이런 취지로 전시된 대표작이 ‘꿈의 달’이라는 작품이다. “어른들은 과거를 통해 미래를 바라보지만, 아이들은 항상 미래를 그리고 꿈꾸거든요. 언젠가 어린이 그림과 실향민 어르신들의 그림을 모아서 임진강을 연결하는 다리를 만들고 싶어요. 만일 10~20년 안에 통일이 된다면 지금은 서로의 얼굴을 몰라도, 그때는 서로 친구도 되고, 결혼도 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거예요.”

한마디로 그는 ‘연결’을 중시하는 아티스트다. 더불어 사는 것이 연결이고, 연결되어 있는 것이 곧 통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 연결을 위해 ‘비어 있는 것’, ‘드러나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고 덧붙이며 3인치 캔버스가 존재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유리천장’을 만들지 마세요!

그는 탈북민과 청년들에게 특별히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유학시절 그가 겪었던 ‘차별’과 ‘편견’에 대한 이야기다. 뉴욕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할 무렵 그는 식당에 가거나 아르바이트를 할 때 자신이 차별받는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마치 ‘내가 다른 나라 사람이라’, 혹은 ‘동양인이라’ 멸시하고 거리를 둔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그런 의심들은 그를 불행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점점 더 뚜렷해진 생각은 사람들의 태도가 문제라기 보다, 나 스스로가 만든 ‘유리천장’이 있다는 느낌이었다. “내가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내가 탈북민이기 때문에, 내가 못났기 때문에 라는 편견을 버리세요. 편견을 가지면 스스로를 한계에 가두는 꼴이 되거든요. 한계는 내 행동을 이상하게 만들어요. 삶을 불행하게 하고요. 그 옛날 소련과 미국이 남긴 이데올로기가 우리를 가둬 여전히 투쟁하고 있는 것처럼요. 누군가의 행동이 나를 무시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당부하자면 통일이 아니라, 통일 이후에 무엇을 할지 고민하세요. 단순히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니라, 지금부터 통일이 된 뒤에까지 내가 세계사에 어떤 역할을 하며 살 것인지 꼭 고민해보길 바라요.”

강익중 그리운 내 고향

“내가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내가 탈북민이기 때문에, 내가 못났기 때문에라는 편견을 버리세요. 편견을 가지면 스스로를 한계에 가두는 꼴이 되거든요. 한계는 내 행동을 이상하게 만들어요. 삶을 불행하게 하고요. 그 옛날 소련과 미국이 남긴 이데올로기가 우리를 가둬 여전히 투쟁하고 있는 것처럼요. 누군가의 행동이 나를 무시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당부하자면 통일이 아니라, 통일 이후에 무엇을 할지 고민하세요. 단순히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니라, 지금부터 통일이 된 뒤에까지 내가 세계사에 어떤 역할을 하며 살 것인지 꼭 고민해보길 바래요.”

<글.사진 / 강문희>

※ 웹진 <e-행복한통일>에 게재된 내용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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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전체 기사 보기 기사발행 : 2016-12-06 / 제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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