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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행복한 통일

Webzine Vol.47 | 2016.12

e 행복한 통일

vol 47 | 20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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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통일 | 느낌 있는 여행

내 그립고, 그리운 ‘홍안의 봄’ 경기도 파주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인 동네
그곳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연분홍빛 여렸던 손가락으로 숫자를 다 헤아리기 전 돌아갈 수 있으리라 믿으며, 떠나온 길. 세월의 고됨으로 헤지고 굳어진 손가락은 이제 굵어진 마디를 굽히는 일조차 쉽지 않은데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아득하기만 하다. 그 사이 홀딱 벗고 물장구치던 동무의 이름도, 사탕 한 알에도 신경전을 벌이던 누이 얼굴도, 해가 지도록 뒤꽁무니 쫓아다니기 바빴던 어미의 품도 흐릿해져만 간다. 또 다시 한 해의 끝, 어쩌면 이제 몇 해가 더 저물고 나면, 이 흐릿한 기억마저 사그라들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제 그만 돌아가고 싶다. ‘홍안(紅顔)의 봄’을 품은 내 고향으로. 한 해의 끝, 그 보고 싶어 애타는 마음들이 모여 봄을 기다리고 있는 경기도 파주로 달려간다.

그 곳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오두산 통일전망대’

서울의 심장이라는 한강을 옆구리에 끼고, 북으로, 북으로 달리다 그만 발이 묶이고 말았다. 더 이상은 나아갈 길조차 막아버린 철조망 너머 이제나 저제나 돌아갈 수 있을까 고대했던 고향 땅이 선명하게 펼쳐진다. 애타는 마음은 이미 고향 땅을 수 백, 수 천 번도 더 밟았지만, 몸은 천 리, 만 리 떨어져 그 거리를 좁힐 길이 없다. 그나마 함께 길을 떠났던 한강만이 유유히 임진강과 한 몸이 되어 다시 서해로 흘러간다.

예로부터 서울과 개성을 지키는 군사적 요충지로 옛 고구려와 백제가 치열한 전투를 벌이기도 했던 오두산. 그 정상에 터를 잡고 있는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오르자 황해도의 겨울풍경이 펼쳐진다. 똑같은 계절이 흐르는 북한의 일상은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긴 겨울을 나기 위해 김장을 할 테고, 땔감을 마련하며, 집 안팎을 손볼 것이다. 문득 ‘일반인 진입금지’라는 경고문조차 서럽기만 하다.

▲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본 북한

다행히, 최근 재개관한 전망대 안에는 북한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전시 및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어 아쉬운 마음을 달래본다. 먼저 지하 1층 ‘어린이 통일체험관’에서는 북한의 중산층 초등학생의 생활상을 재현한 ‘북한 친구들 이야기’, ‘DMZ를 넘어서’, ‘신나는 통일’ 등 아이들에게 통일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에 좋은 교육시설과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또 지상 1층에는 다양한 주제로 진행되는 기획전시실과 통일 편익에 관한 전시물들을 볼 수 있으며, 그 중에서도 ‘기억을 찾아서’는 북한 주요 도시의 풍경을 영상으로 관람할 수 있는 시설로 일반 관람객은 물론 실향민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 오두산 통일전망대 내부

2층 전시실에서는 설치미술가 강익중 작가가 참여한 ‘그리운 내 고향’을 관람할 수 있다(47호 <통일을 여는 사람들> 참조). 이산가족들이 직접 그림이나 글로 표현한 고향의 모습을 활용한 작품으로, 희미해지는 기억 저편의 따뜻했던 고향을 떠올리는 이산가족들의 절절한 마음을 눈으로 더듬고 있자면 왈칵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문득 눈앞으로 펼쳐지는 진짜 북한 땅을 보고 싶은 마음에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옥외로 나선다. 고성능 망원경을 통해 바라본 북한은 손에 잡힐 듯 가깝고, 친숙하다. 그러니 눈앞에 두고도 가지 못하는 이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쉬이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옮겨, 이번에는 남쪽 사람들의 옛 추억을 따라가 본다.

춥고,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그날들, ‘근현대사박물관’

빳빳한 검정색 교복에 까만 고무신, 전봇대마다 붙어있던 반공 구호와 오래된 영화 포스터들, 어쩌다 얻은 엿가락 하나면 하루가 행복했던 그 시절.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그리 멀지 않은 헤이리 예술인 마을 내 위치한 국내 최초의 한국 근현대사박물관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잊고 살았던 그 시절의 추억이 보물처럼 잠들어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이루어진 박물관 내부에는 7만여 점의 생활 자료가 가득한데, 무엇보다 60년대 전후 서울의 풍경을 통째로 옮겨 온 듯 달동네와 골목길 속 상가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어 그 시절 삶의 흔적까지 추억하게 만든다.

한국전쟁 이후, 가난했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았던 서민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면 보고 싶었던 얼굴이 하나, 둘 아른거린다. 이리 찬란할 줄 몰라, 그리 빨리 보내버린 유년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를 때면 과묵했던 어른들마저 어느새 아이마냥 재잘거리기 십상이다. 춥고 배고팠지만, 순박하고 성실했던 삶의 흔적을 되짚어 걷다 보니, 그래도 ‘우리 참 행복했구’란 생각에 흐뭇한 미소마저 짓게 된다.

▲ 근현대사박물관 ◀▲ 근현대사박물관 내부

이 또한 곧 그리워 질 내일이 되리, ‘벽초지문화수목원’과 ‘자운서원’

▲ 자운서원시간 가는 줄 모르고 추억과 숨바꼭질을 하는 새 부쩍 짧아진 하루해가 가물거린다. 서둘러 엉덩이를 털고 임진각으로 향한다. 여유가 있다면 임진각으로 향하는 길목, 산책하기 좋은 ‘벽초지문화수목원’과 자운산 자락에 위치한 율곡 이이의 유적지 ‘자운서원’을 둘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우거진 수목 사이를 느긋이 걷다 보면 일상의 조급함이 조금쯤은 잠잠해지는 듯도 싶다.

급히 달려간다 해서 내일이 오늘보다 반드시 더 행복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잠시 이 계절을 거닐어 본다. 지나고 나면 이 또한 못 견디게 그리울 언젠가의 내일이 있을 테니.

벽초지문화수목원 ▲▶

잊지말고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임진각 관광지’

그렇게 한숨을 고르고 마주한 종착지, 임진각에는 어느새 아롱아롱 노을의 그림자가 잠겨든다. 평화누리 공원 내 색색의 바람개비가 겨울 찬바람의 재촉에 쉼 없이 제 몸을 놀리는 동안 달리고 싶은 철마는 한껏 웅크린 몸을 웅크린 채 북녘의 땅을 바라본다. 한국전쟁 당시 포탄에 의해 부서진 다리가 상처처럼 남아 오래도록 가슴이 시리다.

이 땅이 둘로 나뉘던 날, 봄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이 해의 마지막 날이면 또 어김없이 멀지 않은 북쪽의 고향땅을 향해 향을 피우고 기원할 것이다. 너무 멀리 떠난 이가 있다면 떠난 길이 외롭지 않았기를, 혹여 가슴 사무치게 그리운 이 마음처럼 그 마음 역시 아픈 이라면 잊지 말고 기다려 주길. 그래, 이제 곧 온통 연하고 푸릇한 것으로 가득했던 내 어린 날 고향의 봄을 만나러 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임진각 바람개비언덕 망배단

<글.권혜리 / 사진.김규성, 통일교육원>

“새롭게 단장한 오두산 통일전망대, 겨울여행 필수코스”

※ 웹진 <e-행복한통일>에 게재된 내용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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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전체 기사 보기 기사발행 : 2016-12-06 / 제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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