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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공감 좌충우돌 남한 적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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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친구들과 사귀면 사회적응이 빨라져요! 
                    
                    낯선 사회에 동화되어 자연스럽게 그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친구’를 만드는 일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북한에서 왔다고 날 멀리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일부러 피할 필요가 없다.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남한생활 전반에 관한 지식들을 쉽고 편안하게 알려줄 남한친구들은 얼마든지 많다. 생활의 길라잡이가 되어줄 친구들을 향해 마음을 열어보자.

“저 총 쏠 줄 압니다, 잘 쏩니다!”

2007년도에 남한에 와서 이듬해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수현이(가명). 신입생 환영회가 있던 날 수현이는 미니스커트에 굽이 높은 새 구두를 신고 행사장에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 학과 특성상 다른 아이들도 예쁘게 차려입고 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신입생들이 전부 트레이닝복과 비슷한 수수한 옷에 화장도 하지 않고 굽이 없는 단화나 운동화를 신은 채 참석한 게 아닌가. 남한 신입생들 사이에서는 이런 룰이 미리 공유되어 있었지만 수현이는 잘 몰랐던 것이다. 혼자만 튀는 차림이어서 선배들에게 혼날까 봐 조마조마해 하던 중 장기자랑 시간이 되어 앞으로 불려 나갔다.

이미지 “아무래도 제 차림이나 말투가 눈에 띄었는지 누군가가 묻더라고요. ‘너 뭐야? 어디서 왔냐?’ 그래서 강원도 ○○에서 왔다고 말해줬죠. 그랬더니 강원도에 그런 지역이 어딨냐는 거예요. 북한 강원도라고 얘기했더니 그때서야 선배들이 저를 이해해주시더라고요.”
그런데 누군가가 엉뚱한 질문을 했다. ‘너 총 쏠 줄 알아?’ 하고 물어본 것. 그러자 수현이는 ‘예! 쏠 줄 압니다! 잘 쏩니다!’라고 대답했다.
“제 대답에 삽시간에 주위가 조용해지더라고요. 웃음이 나왔어요. 여군에 있었던 건 아니고, 고등학교 때 2주간 실탄으로 사격을 배웠는데 사격을 잘한다고 칭찬받았거든요. 또 어릴 적 군대 주둔 지역에 살다 보니 화약 만드는 것도 배웠고요. 밀가루도 섞고 그랬던 것 같은데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네요.”

대화주제는 달라도 친구들은 좋아요

남한과 북한에서 여대생들이 모이면 각각 무슨 이야기를 할까? ‘썸남썸녀’ 이야기는 남이나 북이나 단골 주제인데 전혀 딴판인 내용도 많단다. 대표적인 게 바로 영어, 미용?성형이다.
“북한에서는 대학생들도 국가 동원 때가 되면 참가해야 하기 때문에 농촌지원(모내기)은 언제 어디로 나가는지, 추수지원은 언제 하는지, 거름은 몇 톤을 내야 하는지 많이들 궁금해 해요. 30~40리씩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죠.”
반면 남한에서는 영어 성적 올리기가 여느 과나 공통의 관심사다.
“제가 영어 성적이 잘 오르지 않는다고 걱정했더니 친구들이 어느 학원, 어느 선생님이 잘 가르친다며 알려주더라고요. 교재도 추천받았는데 전부 모아보니까 한 20권은 되던데요?”

이미지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주제는 성형수술에 관한 것이었다. 수현이는 친구들의 미용, 성형수술 관련 지식이 ‘석박사급’이라며 웃었다.
“방학 지나고 개강만 하면 얼굴이 달라져서 오는 친구들이 있어요. 변하지 않는 건 얼굴이 꾸준히 변한다는 사실 뿐이죠 (웃음). 누군가 반갑다며 말은 거는데 처음엔 못 알아봐서 난감할 때가 있었어요.”
수현이도 친구들을 따라 성형외과에 가서 견적을 받아본 적이 있다.
“견적이 어마무시해요. 이마에 머리를 심고 눈썹이랑 코, 양악도 하고 쌍꺼풀을 손 보고 앞트임 뒤트임을 하면 된대요.”
성형수술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미용 석박사’ 친구들 덕에 메이크업 실력만큼은 꽤 늘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쥐 잡아 먹은 것처럼 벌겋게 립스틱을 바르고 볼 터치도 부자연스러웠는데 친구들이 코치해줘서 이젠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을 할 수 있게 됐어요.”

남북한 모두 '연애 잘하는 사람이 시집도 잘 가요'

남북한 젊은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연애다. 수현이는 북한에서 대학을 다니다 와서 그런지 생각보다 개방적이었다.
“북한에 있을 땐 ‘쟤랑 걔랑 사귀는 것 같다, 누가 누구를 자전거에 태우고 허리춤을 잡고 갔다’며 이야기해요. 사귀는 사람들끼리는 봉사매대(매점)에 가서 두부밥이랑 튀김, 인조고기밥 같은 거 먹으며 술도 한 잔씩 마시고 그래요.”
하지만 남한은 좀 ‘대놓고’ 하는 편인 것 같단다. 연애도 드러내놓고 하고 헤어지더라도 당당한 것 같다고.
“그래도 가만 보면 남한이나 북한이나 연애 못 하는 애들이 주로 남 뒷말하기 좋아하지, 연애 잘하는 여자들은 애도 잘 만들고 시집도 잘 가더라고요.”

이미지 하지만 다른 북한이탈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반인에게 연애가 말처럼 쉬운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군대에 있다가 휴가 나온 사이 탈북한 성환(가명)이는 북한 남성들의 경우 신체적 문화적 차이 때문에 남한보다 사춘기가 좀 늦게 오기 때문에, 열일곱 살때 쯤 이성에 눈을 뜨는데 그 무렵 대부분 남자들은 군대에 가버리기 때문에 연애가 쉽지 않다고 했다.
“남자들은 열일곱 살에 군대 나갔다가 스물일곱 살에 돌아오잖아요. 군대생활 하면서 제대로 먹지 못하니까 체력은 이미 고갈돼 버렸고요. 그래서 제대하고 돌아오면 부모님이 정해주신 상대와 바로 결혼을 해요.”
함경도 출신의 한 탈북여대생도 ‘여성들 대부분이 한 번 사귄다고 소문난 사람과 결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바퀴벌레 퇴치 '이렇게 쉽고 간편하다니'

추석 등 명절이 되면 북한이탈주민에게 지역사회에서 많은 성품을 보내주지만, 탈북민 입장에서 볼 때 물건 상당수는 중복된 것들도 있고 용도를 모르는 것들도 있다. 또 식료품 중에는 북한에서 먹어보지 못해 원래 안 먹거나 맛이 달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것들도 있다. 수현이도 처음에는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라 그대로 쌓아둔 물건들이 상당히 많았다고 한다.
“키친타올을 보내줬는데 이게 두루마리 화장지는 아니잖아요. 처음에는 그냥 뒀다가 TV에서 그걸로 주방 도구들을 닦는 것을 보고 행주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종이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썼던 기억이 나요.”
물건을 보내주신 분들께는 감사하지만 사실 탈북민에게는 생활에 꼭 필요한 조언을 해주는 게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가장 고마웠던 건 친구들이 바퀴벌레 퇴치법을 알려줬을 때라고. 북한 집에도 바퀴벌레나 쥐 등이 상당히 많았는데, 남한 집에도 바퀴벌레가 제법 있어서 친구들에게 하소연 했더니 친구들은 모 방역회사 서비스를 이용해볼 것을 추천했다.
“비용도 저렴해서 신청했더니 유니폼을 입고 나와서 쫙쫙쫙 하면서 바퀴벌레를 다 없애주신 거예요. 깜짝 놀랐죠. 북한에서는 바퀴벌레가 너무 많다 싶으면 밀집해 있는 곳에 끓는 물을 붓곤 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말끔히 사라지니깐 좋더라고요. 남한에서 친구들을 사귀면 도움되는 생활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글. 기자희>

※위 사례에서 소개된 북한의 문화는, 북한이탈주민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것으로 현재 북한의 상황과 다를 수 있습니다. 지역과 탈북 연도를 참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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