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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가족 연경이 한국말 배워 중학교 갔어요! 전남 목포시협의회 문춘원·박우리 멘토

노란색 깻잎머리에 진한 화장, 검은색 매니큐어를 하고 손등에 문신까지 한 16세 소녀 연경이(가명). 지난해 가을 탈북민 엄마를 따라 중국에서 한국에 왔지만 우리말을 전혀 몰라 집밖으로 나오고 싶어 하지 않았고, 중국으로 되돌려 보내달라고 매일같이 짜증을 냈다. 
연경이 엄마는 그때 전남 목포시협의회 자문위원들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정말 중국행 비행기티켓을 끊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유일한 낙은 중국 친구들과 주고받는 SNS뿐

전남 목포시협의회 문춘원·박우리 멘토 전남 목포시협의회 문춘원 멘토가 연경이를 처음 본 건 지난해 11월 탈북민과 함께한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선상워크숍’ 에서였다. 또래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엄마에게 소리를 지르며 대들던 연경이. 엄마는 연경이를 중국에 남겨둔 채 남한에 와서 돈을 벌었고 네 달 전 연경이를 데리고 왔다. 하지만 한국어를 전혀 몰라 학교에 갈 수도 없었고, 혼자 방안에서 핸드폰으로 중국인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받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으며, 다시 중국으로 되돌아가고 싶어 했다. 엄마는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는 연경이 때문에 직장도 그만뒀다.

“정말 말을 안 들었어요. 힘들어서 죽고만 싶었고요. 공부방을 보내려 해도 욕을 하면서 억지로 떠밀지 않으면 가지도 않아요. 자기도 안타까웠겠죠. 한국말을 모르니까. 저도 북한에서 막 나와 중국에 갔을 때 그 고통을 겪어봤잖아요. 그 심정을 알긴 알죠.”

매주 만나며 한국어로 소통하는 법 가르쳐

문춘원 멘토 문춘원 멘토는 선상워크숍에서 연경이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눠본 뒤 아이의 멘토가 되기로 결심하고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친구, 박우리 씨(17기 자문위원)에게 부멘토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한문교사로 재직 중이던 박우리 멘토는 “그 때만 해도 탈북민을 처음 본 데다 연경이가 노랗게 염색한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손에 문신이 있었으며 좀처럼 말을 하지 않아 멘토링을 잘 할 수 있을까 내심 걱정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중국에 유학을 다녀온 지 10여년이 지난 터라 중국어 회화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었다.

박우리 멘토 하지만 전문학원에 보내는 건 멘토링의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연경이에게 직접 한국어를 가르치기로 결심한 두 사람. 일단 미용과 치장에만 신경 쓰는 연경이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또래의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것들을 접하게 해주었다. 네일아트 등 미용관련 분야는 물론이고 시내 상가, 복싱연습장, 엔터테인먼트 사무실 등을 두루 돌아다니며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박우리 멘토는 연경이를 4주가량 매주 만나며 적응기간을 가진 뒤, 교재를 사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고 커피숍에서 음료와 음식을 한국어로 주문해 보는 연습부터 했다. 수업 중엔 되도록 한국어로 소통하려고 애썼고, 문춘원 멘토도 중국어 번역 어플을 이용해 연경이에게 한 발 더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한국어 선생님 언제 와요? 너무 기다려져요

박우리 멘토가 보기에 연경이는 엄마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사람들이 자기가 못 알아듣는 말로 이야기하면서 깔깔대고 웃으면 마치 따돌림을 당하는 것 같아 너무 싫었다고 했다. 언어라는 장벽 때문에 혼자 단절된 세계에 살면서 사람 만나는 것조차도 꺼리던 연경이는 멘토링을 거듭해갈수록 점차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좌)문춘원 멘토, (우)박우리 멘토

늘 낯설어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던 연경이가 다른 자문위원들과 한국어로 웃으면서 인사하기도 했고,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을 한국어로 직접 써보기도 했다. 자신이 아껴두었던 보물(?)인 중국제 초콜릿과 사탕 한 봉지를 박우리 멘토에게 건네는가 하면, 박우리 부멘토가 너무 아파서 수업에 나오지 못했던 날에는 ‘선생님이 너무 기다려진다’며 언제 오시는 지 자꾸 물어보곤 했다. 멘티의 열정과 애정을 확인한 멘토들은 더더욱 수업에 집중했고 연경이는 불과 몇 개월 만에 어느 정도 한글을 읽을 수 있게 됐다. 전남 목포시협의회 문춘원·박우리 멘토

연경이와 엄마의 새롭고 당당한 출발!

전남 목포시협의회 문춘원·박우리 멘토 연경이는 올해 한겨레중학교에 입학했다. 중국 에서 초등교육을 받긴 했지만 작년 겨울만 해도 한국어 한 마디 못했던 연경이가 중학교에 진학한 것에 대해 사람들은 몹시 놀라워했다. 목포시협의회 자문위원들은 문춘원 멘토가 ‘학생 하나 학교 보냈다’며 축하해 주었다.

연경이 외모에도 많은 변화가 왔다.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잘라 검정색으로 염색했고 손톱도 깨끗하게 손질했으며, 화장기 없는 맑은 얼굴로 돌아왔다. 문신을 지우기 위해 두 번 정도 수술을 받았는데 앞으로 세 번 정도의 리터치를 거치면 훨씬 눈에 띄지 않을 거라고 했다. 특히 연경이는 입학선물로 책가방을 받고는 ‘너무 좋다’며 싱글벙글 연신 웃었다. “담임선생님도 연경이가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씀해주셨다”는 엄마는 “연경이가 학교에서 스케이트 타는 사진을 보내왔는데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를 정도로 기분이 좋다”며 스마트폰으로 연경이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문춘원 멘토는 앞으로도 연경이와 같은 학생들을 멘티로 맞이한다면 힘이 닿는 데까지 돕고 싶다고 했다. 아울러 ‘학교’라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간 연경이가 열심히 학업에 정진하고, 앞으로 중국어 특기를 살려 훌륭한 직장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봐 줄 계획이다. 올해 민주평통 자문위원이 된 박우리 부멘토는 “멘티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려 하기 보다는 편하게 어울리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중요하다”며 “연경이에게 한국말을 가르쳐주면서 거꾸로 중국어 실력도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자문위원은 멘티 연경이가 고맙고 자랑스럽다며 이런 멘토링활동을 통해 “탈북자에 대한 편견도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글/사진. 기자희>

연경이 엄마,“외국인인력센터에서 중국어 강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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