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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스토리 통일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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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되면 제일 먼저 북한에 있는 엄마를 만날래요 두리하나 국제학교 '와글와글합창단' 서울 방배동 두리하나 국제학교 1층 연습실에 열 댓 명의 아이들이 모여 합창 연습을 하고 있다. “자, 다들 집중하고 ‘가다가 힘들면’에서 옆에 있는 사람들의 손을 잡으세요.” 그러나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재잘재잘 속닥속닥 수다를 멈추지 않는다. ‘간밤에’를 ‘가밤에’로, ‘마음들은’은 ‘마은드는’으로 생각만큼 잘 안 되는 발음을 교정하려고 애 쓰는 동안 수업이 늦게 끝난 한 무리의 아이들이 상기된 얼굴로 연습실에 들어온다. 퍼즐이 맞춰지듯 하나 둘 자리를 매우고 나니 본격적인 연습이 시작됐다. 8세에서 18세로 구성된 ‘와글와글’ 합창 단원들은 북한에서 태어나 부모가 사망했거나 탈북과정에서 헤어져 고아가 된 아이들, 혹은 탈북 여성의 자녀들이다. 저마다 마음에 깊게 패인 상처들을 하나씩 안고 있는 아이들은 합창을 통해 화합하며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있었다.

통일토크 참가자

와글와글합창단, 해보니까 어때요?

유나 ▶ 남한에 온 지 얼마 안됐는데, 처음에는 낯가림이 엄청 심했어요. 계속 쓸쓸하단 생각만 들고 친구 많은 애들을 보면 부러워서 눈물도 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일주일 후 대구합창대회에 갔을 때 제 앞에 앉은 오빠 언니들이 저랑 장난도 쳐주고 이름도 불러줘서 너무 좋았어요. 제 이름도 모르는 줄 알았거든요. 그 때부터 갑자기 친해졌어요.

와글와글 합창단 화 ▶ 저도 처음 왔을 땐 애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어요. 하지만 항상 같이 합창하면서 인사하고 매일 어울릴 수 있으니까 행복해요. 이야기를 많이 하니까 서로 무엇이 힘든지 알 수도 있고요. 제가 첫 번째로 나간 대회가 KBS 전국민합창대회였는데 친구들이 잘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보고 ‘아 나도 노력해야겠구나’ 생각했어요. 전 중국에 있을 때 그렇게 착한 학생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 아이들이 너무 착하니까 저도 따라서 착해지는 것 같아요.

기원 ▶ 저도 처음에는 친구가 없어서 거의 한두 달 집에만 있었는데 2013년도에 이 학교에 오게 됐고 애들과 함께 있으니까 지금은 너무 행복해요. 또 합창을 하면 자신감도 생기고 말도 빨리 배울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합창 공연과 노래는?

유나 ▶ 광복 70년 경축 전야제 때 서울시청광장에서 이승철 선생님과 합동 공연을 했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박수를 치면서 우리를 반겨주셨어요. 잘하지도 못 하는데 박수를 쳐주시니까 온몸에 소름이 돋더라고요.

기원 ▶ 아시아 리더십 컨퍼런스에서 공연을 했을 때 관객 쪽을 내려다봤는데 많은 분들이 울고 계셨어요. 우리 합창단의 노랫소리를 녹음해서 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정말 별로였거든요. 그런데도 그 분들께 감동을 드릴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했어요. 저도 그때 울 뻔 했어요.

윤미 ▶ 저는 ‘터’라는 노래를 부를 때가 제일 좋아요. 이 노래가 한국을 대표하는 노래라고 하던데 불러보니까 와 닿는 것도 있고, ‘나도 이제 한국에 조금씩 적응해나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부를 때마다 기분이 좋아져요.

와글와글 합창단

와글와글합창단 아이들의 통일, 그리고 북한 생각

원명 ▶ 북한에서 있었던 이야기해도 돼요? 저 여섯 살 때요, 밤에 있잖아요. 엄마랑 아빠랑 같이 잠자다가요. 일어나니까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셨댔어요. 심장마비에 걸렸대요. 엄마가 가끔 보고 싶고 아빠 형아 나만 왔는데 누나와 친척들도 보고 싶어요. 그래도 남한에 와서 아빠가 휴대폰을 사줘서 좋아요.

와글와글합창단 아이들 화 ▶ 북한엔 굶는 사람, 추위에 고생하는 사람, 억울하게 당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희 엄마처럼 중국의 농촌으로 팔려가고 원하지 않은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는 여자들이 너무 많아요. 한국에도 힘들게 왔는데 통일이 되면 탈북하지 않아도 되고 슬플 일도 없을 것 같아서 통일됐으면 좋겠어요.

혜송 ▶ 북한에서 언니랑 헤어져 혼자가 됐는데 외삼촌의 도움으로 산 속에 숨어 있다가 중국, 태국을 거쳐 하나원에 왔더니 언니가 있었어요. 전 통일이 되면 아빠 묘에 한 번 가고 싶어요. 산에도 올라가보고 싶어요. 제가 북한에 있을 때 산을 많이 올라갔거든요. 그때가 그리운 것 같아요.

수련 ▶ 제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지만 통일이 꼭 됐으면 좋겠어요. 통일이 되면 제일 먼저 고향에 가서 엄마를 만날 거예요. 통일이 안 되더라도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할 수만이라도 있으면 좋겠어요.

지훈 ▶ 전 혜산에 가서 친구들과 할머니를 만나고 싶어요. 압록강에 친구들이랑 수영하러 자주 갔었거든요. 그런데 빠지면 죽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와글와글합창단

와글와글 아이들의 ‘나의 꿈 나의 미래’?

유나 ▶ 전 실내인테리어 디자이너 그리고 조각가가 될 거예요. 학교를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 한 번은 직업체험학교에 데려가주셨어요. 실내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저랑 적성에 되게 맞는 것 같더라고요. 그쪽 방면으로 소질을 개발하려고요.

수련 ▶ 저는 꿈이 좀 많아요. 처음에는 연예인이 되고 싶었고 그 다음에는 심리상담사, 그러다가 요리사가 되고 싶었는데, 며칠 전에 찾은 꿈은 두리하나국제학교 선생님이 되는 거예요. 왜냐하면 제가 겪어봤으니까 그런 애들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기원 ▶ 우리 같은 아이들을 구출해주고 한국에 데리고 와 돌봐주는 목사님이 되고 싶어요. 학교에 온지 얼마 안됐을 때는 한국말도 못하고 뭘 잘 몰랐는데, 지금은 어려운 사람들 돕는 것이 너무 좋게 느껴져요.

화 ▶ 국제변호사와 심리상담사 두 가지 꿈이 있는데 사실 변호사는 부모님이 원하셔서 생각해 본거고 실제로는 청소년 심리상담사가 되어서 나쁜 길로 가지 않게 잡아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나중에 대학에 가더라도 이 학교에 와서 계속 봉사활동도 하고 사회에 나가면 여기 학생들을 지원해주고 싶어요.

와글와글합창단

<글/사진. 기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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