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이슈 | 포커스②
북한 어디로 가나?
- 최근 북한의 행태와 전망 -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올해 북한이 이상한 행태들을 보이고 있다. 필자에게 있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김정은이 지난 1월에 한 신년사 중 자아비판 내용이었다. 그는 육성 신년사에서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르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다”며 머리를 숙였다.
북한에서 이른바 ‘수령’은 무오류의 ‘신’과 같은 존재이다. 김일성이 고위 간부들이 모인 비공개 회의에서 ‘내가 일을 잘못했다’는 식의 자아비판을 한 적은 있었지만 김일성, 김정일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능력이 모자란다는 발언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물론 김정은이 의도했던 바는 주민들을 감동시켜 민심을 얻어 보자는 것이었겠지만 속으로는 간부들과 주민들에게 ‘자책’을 요구하며 거꾸로 그들에게 책임을 돌리려는 ‘정풍운동’, ‘숙청’을 강하게 추진하겠다고 마음 속으로 다짐했던 것 같다.
실제 그로부터 보름이 채 안 되어 북한체제 수호의 양대 기둥 중 하나인 국가보위성에 대한 당 조직지도부(체제 유지의 또 다른 기둥)의 1차 검열(감찰)이 끝났다. 검열 결과 김정은 체제 출범이후 김정은의 ‘사냥개’ 역할을 충실히 해온 김원홍 보위상이 해임되어 연금되었고 7명의 보위성 부상 중 5명이 4신 고사기관총으로 처형되는 중대한 사건이 일어났다.
보위성에 대한 당 조직지도부의 검열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올해 2월 13일 온 세상 사람들은 또 하나의 충격적인 쿠알라룸푸르발 소식을 접했다.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은보다 이른바 ‘백두혈통’에 더 가까운 김정일의 맏아들이 김정은이 보낸 사신(死者)들에 의해 말레이사아에서 VX독가스로 암살된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하며 전 세계가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북한은 지난 2월 12일에는 평북도 방현 비행장에서 신형 중거리 고체연료 미사일을 발사한데 이어 3월 6일에는 동해상으로 스커드 ER형 미사일 4발을 동시에 쏘아 올렸다. 김정은의 천방지축 대내외 행태에 온 한반도가 흔들리고 있다. 김정은은 왜 이토록 괴이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일까? 북한의 속셈은 무엇일까?
내부적으로는 김정은이 잔인한 처형과 숙청을 하지 않으면 간부들과 주민들이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북한정치와 사회가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핵과 각종 미사일들을 소유하고 있으니 체제와 지도자를 건드리지 말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미국과 한국에 보내고 싶어 하는 눈치다.
조부(祖父)와 부친(父親)으로부터 물려받은 피폐한 나라, 3대 세습체제를 지켜내야 한다는 광적인 집착 때문이다. 최룡해(당 선임 부위원장), 황병서(군총정치국장), 조연준(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김영철(정찰총국장), 조경철(군 보위사령관) 같은 호위무사들이 언젠가 김원홍이나 장성택처럼 자신을 배반할 수 있다는 불안감, 미국과 특히 중국이 김정은 대(代)체제를 노릴 수 있다는 압박감, 경제는 발전시키고 싶은데 그럴 경우 세습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두려움 등이 김정은을 핵과 미사일 폭주에 매달리게 하는 것으로 필자는 판단한다.
향후 김정은은 내부적으로는 엘리트들에게는 공포정치, 주민들에게는 이른바 ‘애민정치’를 내세우면서 세습체제를 공고히 하려 들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핵 강화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은 기초 위에서 평화협정체결, 한미동맹 약화, 주한미군 철수 등을 통해 한반도의 적화통일이라는 金父子의 오랜 ‘꿈’을 실현하려 들 것이다. 이에 맞서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한미동맹 강화를 바탕으로 깔고 힘들더라도 중국과의 신뢰관계를 회복하여야 한다. 그러나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안보문제에서 한국 국민 전체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가 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사진자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