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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꿈꾸다│좌충우돌 남한적응기

“오늘은 내가 쏜다!”
더치페이 이해 못해

남한에서는 데이트비용이나 술값을 두고 ‘누가 낼 것인가’ 가끔 눈치전을 벌이기도 하지만 ‘더치페이(각자 내기)’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이웃나라를 보면 중국인들의 경우 더치페이를 선호하지 않고, 일본인들은 각자 내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북한주민들은 어떨까? 
이번호에서는 더치페이가 낯설다는 탈북여고생, 그리고 군대 복역 중 탈북해 남한에서 ‘3년 석기(아래 기사 참조)’를 했다는 탈북청년을 만나보았다.

이해할 수 없는 남한의 '더치페이'

1년 전 남한에 온 고등학교 3학년 A양은 활달한 성격 덕분에 학기 초 친구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여섯 명이 우르르 함께 몰려다녔는데 어느 날, 다 같이 매점에 가게 됐다. 남한에서 한 살 나이를 낮춰 학교에 입학했기 때문에, A양은 실제 ‘친구’라기 보다는 ‘언니’였다. A양은 동생뻘 되는 친구들에게 빵을 사서 나눠주었고, 친구들은 A양이 왜 빵을 사주는 지는 몰랐지만 “고마워, 잘 먹을게”하고 맛있게 빵을 먹었다.

이미지 며칠 뒤 또 다시 매점에 가게 된 A양과 친구들. 친구 한 명이 아이스크림을 사는가싶더니, 달랑 제 것 한 개만 들고 나오는 게 아닌가.
“진짜 충격이었어요. 북한에서는 한 명이 돈 있으면 친구들 사주고, 다음에는 다른 애가 돈 있으면 또 걔가 다 사고, 이러거든요. 근데 여기서는 여섯 명이 같이 매점에 갔다가 자기 혼자만 먹는 거예요. 물론 학생이다 보니 여러 명 것을 다 사줄 돈이 없었겠지만, 좀 이기적이란 생각을 했어요.”

탈북대학생 B도 이 이야기에 공감했다. 신입생 환영회 때 친해진 학과 동기들과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B씨가 밥값을 계산했더니 이상하게 보더라는 것.

“애들이 왜 저보고 계산하냐고 묻더라고요. ‘형이니까 계산하지’라고 말했더니 여기서는 안 그런대요. 더치페이를 한대요. 저는 그래도 애들에게 가급적이면 밥을 계속 사줬어요. 그때는 정착금도 있었고 자격증 보조금도 있어서 수중에 돈이 좀 있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는 안되겠더라고요. 각자 알아서 내기로 했죠.”

3년 석기, '니들이 군대를 알아?'

탈북대학생인 B는 이제 막 군입대를 앞둔 남자 학우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가 들려주는 북한 군대 이야기를 매우 재미있어 한다고. B학생은 군대에 입대한지 5년 만에 휴가를 나왔다가 탈북해 남한으로 왔다.

“5년간 군복무 했다고 하니까, 애들이 2년도 긴데 어떻게 5년을 있었냐며 난리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말했죠. 너넨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면서 전화도 할 수 있고 휴가도 자주 나오더만. 난 5년 만에 집에 딱 한 번 가봤어. 편지를 쓰면 집에 가는데 6개월이 걸리고, 오는데 6개월이 걸려. 니들이 1년에 한 번 오는 편지를 받아봤니? 그랬더니 깜짝 놀라는 거예요.”

이미지 B학생은 군대에서 3개월간 감자만 먹으며 살았던 이야기, 소똥을 물에 헹궈 옥수수알만 건져 먹은 이야기, 개구리나 뱀, 쥐 등을 잡아먹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남자 학우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니들이 쥐 맛을 알아? 너네는 행운이라고 생각해라.”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슬금슬금 자신을 경계하며 피하는 친구들이 눈에 띈 것.
“북한 군인은 숟가락만 가지고도 사람을 죽인다고 들었다면서 제가 무섭다는 거예요. 그래서 뭔 소리냐고, ‘내가 니들을 왜 죽여?’라고 말해줬어요.”

B학생은 ‘3년 석기 극복기’도 들려줬다. ‘3년 석기’라는 말은 ‘군인티’와 비슷한 뜻의 북한말이다. 군대를 10년 다녀오고 제대하면 3년간은 군대에서의 습관이나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한다는 뜻인데, B학생도 남한에 와서 한동안 이 ‘3년 석기’ 때문에 고생을 했다고 한다.

“학교 선배들이라고 해봐야, 저보다 다섯 살이나 어렸거든요. 선배들에게 예의를 갖추라고 하는데, 너무 어리니까 제가 인사도 잘 안했어요. 그때는 군대 성격이 남아있어서 마깝지(마땅하지) 않으면 확 패버린다, 확 받아버린다고 생각했거든요. 완전히 ‘석기’였죠. 지금은 안 그래요. 180도 달라졌어요.”

겨울에 스키 타러가는 게 너무 좋아요

북한의 겨울은 매년 너무 일찍 찾아오고, 영하 40°C가 넘는 무시무시한 한파를 뿌려대며 주민들을 괴롭힌다. 따뜻한 물을 쓰려면 가마에 불을 지펴야 하고, 불을 지피려면 땔감이 있어야 하는데 나무나 석탄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남한에 와서 뭐가 제일 맘에 들었는지’ 묻는 질문에 ‘수도꼭지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찬물이 나오고 왼쪽으로 돌리면 뜨거운 물이 콸콸 나오는 게 가장 신기했다’고 말하는 탈북청소년들이 있을 정도.

이미지 “북한의 산에는 너도나도 다 베어가서 나무가 없잖아요. 그래서 볏짚이나 담뱃대, 강냇대 (옥수수대) 같은 것을 베어다가 말려서 불을 때요. 전기장판이 있는 집도 있지만, 전기가 안 들어오니까 소용이 없어요.”

기말시험 준비 때문에 한창 바빴던 B학생에게, 겨울방학이 되면 무얼 하고 싶은지 물었더니 스키장에 다시 가보고 싶다고 했다.
“스키장이 너무 좋아요. 작년에 서너 번 간 것 같아요. 북한에서는 외발기, 쪽발기(수제 썰매) 만들어서 타는데, 여기는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스키장이 있잖아요. 쌓인 스트레스도 풀고 힐링도 되고 젊은 사람들에게 되게 좋은 것 같아요.”

<글. 기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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