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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스토리 행복한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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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동무 멘티 가족들이 말하는 ‘우리 동네 멘토는...’경남 진주시협의회
                    
                    새들은 튼튼한 둥지를 만들기 위해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 집을 짓는다고 한다. 그래서 아무리 강한 바람이 불어도 **들을 결코 바닥에 떨어뜨리는 일이 없다. 어깨동무하기 멘토링도 새가 집을 짓듯 얼기설기 촘촘하게, 견고하게 이뤄져야 한다. 아직 남한주민들과 동등한 조건을 갖지 못한 탈북민들이 자신들의 힘으로 마음껏 세상을 날아다닐 수 있도록 단단한 둥지를 짓고 있는 진주시협의회 멘토자문위원들의 마음도 이 어미새의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인준이·인화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잘됐더라고요”

윤인석 멘토 자문위원의 멘티인 인준이(가명, 중2)와 인화(가명, 초6) 남매는 중국에서 남한으로 온 지 3년 됐다. 북한이 고향인 엄마와 중국인 아빠, 그리고 한국에서 태어난 막내 동생까지 다섯 가족이 함께 살고 있는데, 인준이 남매는 인사성이 밝고 착해 진주시협의회 멘토 자문위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인준이는 수줍은 성격에다 아직 한국어로 자기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 약간 서툴기는 해도 1년 사이 성격이 매우 활달해졌고 부쩍 자신감이 붙었다. 인준이는 만나자 마자 대뜸 학교 성적을 자랑한다.
“옛날에는 영어를 20점 맞아서 270등을 할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68등이에요. 수학은 6등이고요.”
윤인석 멘토 자문위원은 지난해 인준이를 영어학원에 보내줬는데 한국말이 서툰 탓인지 수업을 제대로 따라갈 수 없자, 인근 학교에 재직중인 재능기부 선생님을 연결해줬다. 따로 학습지도를 받고부터 탄력을 받게 된 인준이의 영어실력은 눈에 띄게 향상돼 갔다.

안경 후원을 받는 인화(오른쪽) 윤인석 자문위원의 팔에 매달린 인화 인준 남매(왼쪽)

공부를 제법 잘 한다는 인화에게는 안경을 선물해줬다. 윤 위원은 지난해 축구장에 갔을 때 유독 인화만 경기모습을 잘 볼 수 없다는 이야기를 흘려 듣지 않고 기억했다가 지인의 안경점에서 후원을 받아 인화에게 맑고 깨끗한 세상을 선사했다.

재능기부 선생님의 영어학습 지도 처음 남한에 왔을 때, 인준이 엄마는 아이들이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해 덜컥 겁이 났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기 싫어했어요. 애들 걱정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니 저도 몸이 안좋아지더라고요. 그런데 중학교 올라간 뒤에 자문위원님들을 만나게 되면서 많은 게 달라졌어요. 학교 생활도, 학교 성적도요.”

무엇보다 윤 위원이 남편을 취업시켜준 것은 다섯 가족 전체의 삶에 행복에너지를 불어넣어 주었다. 아빠는 시력이 좋지 않아 수술을 받았으며, 한 쪽 눈이 거의 실명상태인 데다 아직 외국인 신분이다 보니 일하러 나가는 날보다는 집에서 쉬시는 날이 많았는데 전기시공을 하는 윤 위원의 회사에 취직해 일하면서부터 가족의 생활이 빠르게 안정돼 갔다. 특히 인준이 엄마는 벽지에 물이 새던 원룸집에서 방 두 칸에 거실 딸린 집으로 이사 간 것이 더없이 좋다고 했다.
“너무 변화가 많았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잘됐더라고요. 애 아빠도 너무 좋아해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너무 감사해요.”

‘진주시 멘토들의 리더’ 윤인석 자문위원

민호네 “가정까지 두루 챙겨주실 줄은 몰랐어요”

이획천·김철웅 자문위원의 멘티인 민호(가명, 초6)는 인준이네와 마찬가지로 북한에서 온 엄마, 중국인 아빠와 함께 8살 때 한국에 정착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민호는 살이 많이 쪄서 비만을 염려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체중도 줄었고 키도 많이 자랐다고 한다. 지난 해 멘토자문위원들과 함께 했던 시간 중 언제가 제일 재미있었냐는 질문에 “축구장에는 처음 가 봤는데 사람들이 되게 많았고, 밤에 경기를 하는데도 밝아서 신기했으며, 경기장에서 치킨과 뻥튀기를 먹었던 게 즐거웠다”고 말하는 민호.

(우측부터) 이획천 자문위원, 민호, 김철웅 자문위원 축구경기를 관람하는 아이들 민호 엄마는 처음 어깨동무를 한다고 했을 때 ‘밥이나 한 끼 먹자’는 걸로 생각했었지, 아이들과의 관계를 넘어, 두 멘토가 깊이 가정 생활까지 두루 챙겨주실 줄 몰랐다며 고마워했다. “우리 민호가 남을 대할 때 쑥스러워 해서 앞에 나서지도 못했는데 요즘엔 많이 달라졌어요. 한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예의범절 같은 것을 많이 배운 것 같아요.”

그동안 멘토와 멘티 가족은 한 달에 두 번 ‘맛집탐방’을 다니면서 지속적으로 만남을 가졌다. 또 ‘뭐가 불편하다, 할 줄 모른다’고 말하면 두 멘토가 자진해서 달려와 주었다. 김철웅 자문위원은 민호가 컴퓨터 때문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 하루 종일 집에서 컴퓨터를 가르쳐주며 함께 시간을 보낸 적도 있고 이획천 자문위원은 아예 본인의 사업 외에 식당을 따로 새로 개업해서 민호의 엄마와 아빠가 함께 이곳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애 아빠는 허리가 아파서 반년동안 집에 있었는데, 솔직히 지금도 디스크협착증이 있어서 일을 많이는 못해요. 이해해주고 봐주니까 그렇지, 다른 데 가서는 일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거든요.”
민호 엄마는 항상 고마운 마음은 있는데 표현을 잘 못했다며 자문위원들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획천·김철웅 멘토 자문위원

현미네, “운동부인데 색다른 체험 많이 했어요!”

김선옥·손성은 자문위원의 멘티인 현미(가명, 초6)이도 8살에 남한으로 왔는데, 지금은 여자축구선수 ‘꿈나무’로 한창 성장하는 중이다. 현미는 멘토와 같이 보낼 시간이 별로 없다보니 멘티 아이들 가운데 가장 늦게 마음을 열었다.

김선옥·손성은 자문위원의 멘티인 현미 현미는 처음에 남한에 왔을 때 키가 115cm였는데 지금은 163cm로 자랐다. 운동을 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깨동무멘토링에서 원호영 회장에게 후원받은 한약의 효과를 본 것 같기도 하다고. 현미는 처음 태권도 선수가 꿈이었다가 지금은 축구를 하고 있지만 멘토선생님과 대화를 한 후부터는 경찰이 되겠다는 꿈도 같이 꾸고 있다. 다른 아이들보다 표정이 무뚝뚝했지만 말을 시키자 현미는 의외로 자기 의사를 똑부러지게 표현했다.

“운동을 하기 때문에 이런 활동을 즐길 기회가 없었는데 어깨동무를 하면서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많이 참가하진 못했어도 선생님들이 계속 연락해주시고 옷을 많이 보내주셔서, 그게 좋았고,겨울 캠프 때 썰매 타고 빙어튀김도 먹었던 기억도 나요.”
안경도 후원 받아서 한동안 잘 쓰고 다녔지만 얼마 전 동생이 ‘뽀가버렸다’며 웃었다.

어깨동무하기 멘토 멘티 방학캠프

이획천·김철웅 멘토 자문위원

지역민들을 후원자로 만든 멘토 자문위원들

윤인석 멘토 자문위원을 비롯한 진주시협의회 자문위원들의 멘토링이 독특한 점은 바로 지역주민네트워크를 멘토링에 활용했다는 점이다. 멘토링 봉사는 시간과 비용상의 지출을 어느 정도 동반하기 때문에 개인 몇몇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았고, 멘토 자문위원들이 나서서 주위에 뜻 있는 기관 및 단체 실무자들에게 취지를 설명한 후 후원을 받아 지원한 것.

안경원을 운영하는 지인이 시력이 나쁜 인화를 위해 안경을 맞춰주었고, 학원가에 종사하는 한 지인은 인준이가 예습복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재를 보내 오기도 했다. 또한 한 교사의 재능기부로 1:1 영어학습을 받을 수 있었고 진주시협의회 원호영 회장도 ‘애기들’을 위해 맞춤형 한약을 지어주었다. 인화의 아빠 역시 교통편이 좋지 않고 운전면허도 취득할 수 없기에 지역봉사클럽 회원으로부터 자전거를 기증받아 전달해줬는데, 그덕에 요즘은 매일 자전거로 통근을 하고 있다. 이처럼 물품과 현금, 재능기부 등 다양한 후원이 탈북아이들의 ‘행복 재료’가 되어주자, 윤인석 멘토는 작년 연말에 후원자들을 초청해 그간의 멘토링 과정을 설명하고 정성어린 식사자리를 마련해 지속적인 지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윤인석 자문위원을 비롯한 진주시협의회 멘토 자문위원들은 새가 작은 부리로 나뭇가지를 하나씩 하나씩 물어와 집을 짓듯 지역사회와 연계해 멘티 가족들에게 ‘행복 재료’들을 가져다 주었다. 16기 활동이 끝나고 17기 자문회의 출범을 앞두고 있는데, 올해도 이러한 활동들이 꾸준히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멘토자문위원들

<글/사진. 기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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