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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통일 느낌 있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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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흘러가는 것들을 위해 잠시 머물다, 서울 샛강
                    
                    전한 햇살이 품어 낸 자연의 싱그러움은 강렬했다. 
그리고 그 마주하기에도 벅찬 신록들 사이로 강물이 흐른다. 바다처럼 변화무쌍하지도, 
호수처럼 낭만적인 감수성을 지닌 것도 아닌 조금은 밋밋하고 조용한 물줄기. 서울의 심장을 가로지르는 한강에서 태어났지만, 금세 잊혀지고 말았던 그 강의 이름은 샛강이다.

회색 빌딩 숲 앞 작은 짙푸름, ‘앙카라공원’

사방을 둘러보아도 보이는 것이라곤 온통 고층빌딩이 전부인 여의도 도심 한 복판. 풀 한 포기에도 쉬이 내줄 자리가 없어 보이는 회색 빌딩숲 사이로 강이 흐른다. 이름처럼 흐르는 물줄기마저 얌전해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여야 겨우 졸졸거리는 소리를 귀에 담을 수 있을 정도지만, 그 느림이 오히려 위안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샛강 생태공원

언젠가는 산책로로 또 언젠가는 자전거 길로, 종종 바뀌는 유행에 따라 같은 길도 달리 설명되곤 한다. 샛강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행지로 샛강을 설명할 때 가장 정답에 가까운 말은 생태공원일 것이다. 1997년 잊혀지고 방치됐던 주변을 정리해 강의 생태계를 복원해 낸 국내 최초의 생태공원이 바로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이다. 그리고 이 생태공원을 좀 더 가깝게 만끽하고 싶다면 서울 지하철 9호선 샛강 역을 이용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터키 전통양식의 건축물

샛강 역을 빠져나와 처음 마주한 푸름. 생태공원이라고 착각하기엔 아담한 모양새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게 되는 곳. 바로 앙카라공원이다. 생태공원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앙카라 공원은 우리나라의 우호국으로 잘 알려져 있는 터키의 앙카라 시와 자매 결연을 맺은 기념으로 개원한 기념공원이다. 공원 한가운데 위치한 터키 전통양식의 건축물, 앙카라 하우스에서는 터키의 민속 용품 등을 직접 구경할 수 있으며, 본격적인 생태공원 탐방 전 화장실 등을 이용하기에도 편리하다. 터키 전통포도원 주택

‘샛강’, 친숙한 듯 낯선 어떤 이름

평탄한 흙길로 다져진 샛강 생태공원길은 영등포 생태순환길 중 한 코스로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샛강 역에서 출발해, 양화대교까지 이어지는 5km 코스를 추천한다. 늘 그 자리에 있어,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더 쉽게 밀려났었던 공원은 아이러니 하게도 인적이 드물었던 시간만큼 비교적 자연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샛강 생태공원 직선으로 이어진 평탄한 흙길이 슬슬 지겨울 쯤엔 살짝 샛길로 빠지는 재미도 쏠쏠하다. 샛길의 나무테크 위를 걸으면 좀 더 가깝게 샛강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다. 수질 개선과 샛강의 생태환경을 고민해 조성된 곳인 만큼, 다양한 습지식물과 잉어, 누치 등의 어류, 청둥오리, 해오라기 등의 희귀동식물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북적되는 주변의 한강 공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거닐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 길이라고 암묵적으로 규정지어진 길만을 걷던 습관 때문에 한껏 발돋움한 잡목들 사이로 한 걸음 내딛기에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지만, 늘 그렇듯 처음이 가장 어렵다는 사실을 금방 배우게 된다. 너무 빨리 흐르지도 그렇다고 오래 머무르지도 않는 강물에 발맞춰 걷다보면, 먼저 흘러가 버린 것들에 대해 긴 배웅의 시간도 가질 수 있다. 후회도 반성도, 변명도 눈물도 뿌연 흙먼지와 유유한 강물 사이로 흘려보내고 나면 호들갑 떨었던 지난 자신이 부끄러울 만큼 사소하게 느껴진다.

‘철’ 없는 어른의 ‘철’ 지난 탐험, ‘선유도공원’

처음 싹을 틔우는 어린 잎 마냥 온 몸으로 광합성을 했다면, 슬슬 그늘이 그리워진다. 마침 발길 역시 그쪽으로 향하고 있어, 들른 곳이 양화대교 중간에 위치한 선유도공원이다. 과거 선유정수장 건물을 최소한으로 개조한 후 자연과 공유한 곳으로 원래는 신선이 유람을 즐겼다는 한강 위, 작은 섬이었지만, 지금은 무지개다리를 이용해 건너면 된다. 무지개다리

11만4,000㎡의 넓은 공원 내부는 크게 산책로와 정원 공간으로 나뉘는 데, 면적이 넓은 만큼 숨은 명소가 많아 남녀노소 누구나 여름날, 모험을 떠나기에 좋다. 강변을 따라 버드나무가 늘어지고, 시멘트 담장을 따라 담쟁이넝쿨이 푸른 잎을 활짝 펼친 곳. 넝쿨 너머 손을 더듬으면 비밀의 화원으로 통하는 문이 있거나, 두 팔을 양껏 뻗어도 끌어안지 못할 만큼 고목 위 어딘가에는 분명 오두막집 하나쯤은 숨어 있을 것 같은 공원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일상적인 근심, 걱정을 무장해제 시키는 힘이 있다.

수질정화원, 수생식물원, 환경물놀이터, 생태숲, 선유도이야기관, 시간의 정원 등을 신나게 거닐다 지치면, 곳곳에 놓인 평상이나 벤치를 이용해 쉬어가도 좋다. 또 짙푸른 녹음을 배경으로 어디서든 화보 같은 사진을 촬영할 수 있어, 여름날의 추억을 남기기에도 그만이다.
생태숲 / 수생식물원 / 시간의정원

미안하다는 말보다 감사의 인사를 먼저 건네며, ‘국립서울현충원’

하루 종일 앞서거니 뒤서거니 눈인사를 나누던 하얀 나비를 다시 만난 곳은 국립서울현충원(이하 ‘현충원’)입구였다. 마지막 행선지로 현충원을 찾은 까닭은 순전히 샛강이나 선유도 역과 같은 지하철 9호선으로 위치적으로도 가깝게 닿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요즘은 종종 현충공원으로도 불린다는 국립묘지는 기억 속 모습보다 덜 엄격하고, 더 친숙했다. 너른 나무 그늘 아래 보이스카우트 유니폼을 갖춰 입은 어린 학생이 번쩍 손을 들었다. “6월이 ‘호국보훈의 달’이면, 7월은 무슨 달이냐”는 엉뚱한 질문에 7월도 ‘호국보훈의 달’이라는 인솔 선생님의 답변이 이어진다. 감탄사와 탄식이 동시에 새나온다. 새삼 일 년 중 6월 한 달만 기억해야 될 이름이 아닌, 그럼에도 너무 빨리 잊혀져가는 그 이름들이 새겨 진 비석을 유심히 바라봤다.
물결처럼 휘어진 심검당(尋劍堂) 기둥 / 대웅전

물결처럼 휘어진 심검당(尋劍堂) 기둥 / 대웅전원래는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군인들의 영정을 모신 국군묘지였다가, 국립현충원으로 이름이 바뀌었으며 지금은 故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롯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애국지사와 국가유공자 등 호국영령들이 잠들어 계신 국립묘지로 지정돼 있다.
이렇듯 엄숙한 공간에 구태여 공원이란 단어를 보탠 까닭은 언제든 호국영령들이 잠드신 이 곳에 언제든 후손들이 방문해 편안하게 머물기를 바란다는 뜻은 아닐까.

등 뒤의 관악산 줄기에서 흘러내리는 바람이 슬그머니 등을 밀어줄 때마다 못이기는 척 한 발씩 더 내딛으며, 마음 속 잊고 살아 죄송하다는 말보다, 이 땅에서 살아 갈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먼저 건넨다.

<글. 권혜리 / 사진. 나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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