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호 > 통일골든벨
통일골든벨 / 2014 통일골든벨 전국 결선대회
지난 3월부터 시작된 229개 시·군·구지역협의회 예선대회를 거쳐 5, 6월에는 12개 시도 권역별대회와 해외지역협의회 대회가 이어졌고, 드디어 7월 20일 통일골든벨 최종 결선대회가 열렸다.
26만 명의 도전자 가운데 최종 결선 무대에 설 수 있는 사람은 오직 100명뿐. ‘최후의 1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대결이 펼쳐진 ‘역사·통일골든벨’ 녹화 현장에 가보았다.
광복 69주년 특집으로 진행된 KBS 1TV ‘역사·통일골든벨’ 녹화 현장(8월 10일 방영). 서울 중앙고 체육관을 가득 메운 100명의 참가자들이 한 명 두 명 탈락해 자리를 뜨더니 남은 ‘최후의 1인’이 49번째 문제에 도전하고 있었다.
‘과거시험에서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답안지 오른쪽에 응시자의 성명과 본관, 4조의 이름을 적은 뒤 이것을 접어서 풀로 붙인 다음 채점이 끝나면 펴서 성적을 발표하는 제도를 무엇이라고 할까요?’ 정답은 ‘봉미 또는 봉명.’ 경기 군포시 수리고 3학년 오소연 양이 잠시 망설이다 49번째 문제의 정답을 적어내자 체육관 안은 오히려 긴장감이 흘렀다. 과연 50번째 문제를 맞히고 골든벨을 울릴 수 있을까?
모두 숨을 죽인 가운데 민주평통 현경대 수석부의장이 직접 마지막 문제를 발표했다. 구한말 미국인 선교사 헐버트가 한글로 쓴 세계지리서의 제목을 묻는 문제로, 정답은 ‘사민필지’. 그러나 오 양이 정답 대신 ‘고맙습니다, 즐거웠습니다’라고 쓴 화이트보드를 들어 올리는 순간 장내에는 탄식이 흘렀다. 비록 골든벨을 울리는 데는 실패했지만 현 수석부의장은 “진짜 정답을 썼네요. 그게 바로 정답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에게는 계속 도전할 기회가 있기 때문입니다”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이내 다른 참가자들도 45번 문제부터 홀로 자신과의 싸움을 해온 오 양에게 박수와 함성으로 축하해줬다.
“골든벨 울리고 통일의 주인공 되자”
올해로 4회째를 맞은 통일골든벨은 지난 3월 시·군·구지역협의회 예선을 거쳐 5월 16일 북유럽협의회 동부지역분회를 시작으로 해외지역협의회 예선이 이어졌고, 국내에서는 5월 22일 인천지역회의부터 12개 시도 권역별대회가 차례로 열렸다. 7월 20일 서울 중앙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전국 결선대회에는 전국 448개 고교 26만여 명의 참가자 가운데 선발된 87명과 북한이탈 청소년 2명, 중국·미국·브라질·베트남·독일 등 해외에서 온 11명까지 모두 100명이 골든벨에 도전했다.
첫 번째 문제는 동요 ‘우리의 소원’을 듣고 빈칸에 들어갈 단어를 적는 것. 예상치 못한 문제에 허를 찔린 탓인가. 정답 ‘겨레’를 적지 못한 학생 37명이 1단계에서 아쉽게 탈락했다. 허탈감 속에서도 함경북도 청진이 고향인 김신혁(한겨레고 3학년) 군이 2006년 가을 두만강을 건너며 떠나온 고향과 헤어진 친구를 떠올리며 애틋한 심정을 밝히자 잠시 숙연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어느새 41번째 문제에서 남은 도전자는 6명뿐. 3·1운동에 참여한 뒤 체포됐고 시 ‘그날이 오면’을 쓴 작가가 누구인가란 문제의 정답 ‘심훈’을 맞힌 골든벨 최종 2인의 주인공은 수리고 오소연 양과 충북 청주시 운호고 2학년 진희성 군이었다. ‘26만분의 1의 사나이’를 구호로 삼은 진희성 군과 “10년 동안 봐온 골든벨 내가 울린다”고 당당하게 외친 오소연 양의 대결은 43번째 문제에서 정답 ‘간송 전형필’을 적어낸 오 양의 승리로 끝났다. 이어 오 양은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평화통일 기본원칙을 선언한 독일의 도시를 묻는 ‘글로벌코리아’ 문제의 정답(드레스덴)을 맞혀 하와이 어학연수 기회도 갖게 됐다.
“골든벨 울리고 통일을 이루는 주인공이 되겠다”는 각오에서부터 “한국인의 정체성과 우리나라의 뿌리를 알아야 진정한 대한민국 국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다짐, “빨리 휴전선 허물고 자유롭게 드나들기를 바란다”는 바람까지 26만 명의 가슴에 저마다 ‘통일’의 의미를 새기고 5개월의 통일골든벨 대장정은 끝났다.
Interview
경기지역 예선에서 ‘민주상’을 받고 최종 결선에서 ‘최후의 1인’이 된 소감은? “지역 예선에서는 OX 퀴즈와 객관식 문제가 많아서 사전에 배포된 문제만 열심히 공부해도 풀 수 있었고 축제 분위기라 부담이 적었습니다. 그러나 최종 결선은 방송 녹화인 데다 공개문제도 없고 주관식이어서 몇 차례 막막했습니다.”
대회에 참가한 계기는? “초등학생 때부터 ‘도전 골든벨’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았는데 중학생이 되자 30번까지 정답을 맞히는 실력이 됐지만 참가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특집 형태로 통일골든벨이 열린다는 것을 알고 도전했습니다. 작년에는 예선에서 탈락해 이번이 재도전입니다. 물론 최후의 1인이 된 것은 정말 예상 밖의 일이었습니다.”
장래 희망은? “대학에 진학하면 역사학을 전공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50번째 문제에서 아쉽게 골든벨을 울리지 못했을 때 심정은? “최후의 2인이 된 것만으로도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었기 때문에 골든벨을 울리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은 크지 않았습니다.”
대회 준비는 어떻게 했나요? “공개문제를 다시 한 번 보고 인터넷으로 역사·통일 관련 내용을 검색해 정리했습니다. 대회 전날 합숙소에서 친구들이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해서 저도 덩달아 공부를 했는데 그때 본 내용 중 몇 문제가 나온 것은 행운이었죠.”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수리고에서 본선 수상자가 2명이나 나와 내년부터 지원자가 많아질 것 같습니다. 평소 역사·통일 상식을 키우고, 의외의 문제에서 승부가 나기도 하므로 사소한 것까지 꼼꼼히 챙기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통일에 대한 생각은? “남북통일이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지기는 힘들겠지만 지속적으로 신중하게 진행하면 통일의 그날을 앞당길 수 있다고 믿습니다.”
통일골든벨에 첫 참가인가요? “예선은 두 번째 참가이고 본선은 처음입니다. 교내 대회에서 제가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둬 선발됐습니다.”
대회 준비는 어떻게 했나요? “북한 현대사와 한국 근현대사 관련 책을 읽고, 남는 시간에 뉴스를 보며 시사상식을 공부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역사와 통일 중 어느 쪽에 더 관심이 있나요? “제가 통일강사로 활동하고 있어서 아무래도 역사보다는 통일 분야가 익숙합니다.”
해외에서 온 친구들과의 만남은 어땠나요?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에 친구들이 보통 3개 국어가 가능하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대회에 참가한 것은 제게 굉장한 행운이었습니다. 이렇게 멋있는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고 그만큼 저도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자극이 됐습니다.”
해외 참가자들과 함께 유적지를 견학한 소감은? “파주의 통일전망대에 갔는데, 저희는 개교기념일마다 가기 때문에 매우 익숙한 장소였습니다. 그곳에서 고향을 바라볼 때마다 ‘통일이 왔으면’, ‘통일은 언제 올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래, 통일교육을 열심히 해서 그날을 앞당기자’라는 각오를 새롭게 했습니다.”
후배들에게 대회 준비에 대해 조언한다면? “일반적인 역사 문제 외에 북한에 대한 부분, 특히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 위주로 공부할 것을 권합니다.”
통일골든벨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저는 1997년 부산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때 아버지가 근무하시는 베트남으로 갔습니다. 제가 다니는 호치민시 한국학교는 1998년 설립돼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1000명이 재학 중인데 통일골든벨 참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작년에 민주평통 베트남협의회가 주최한 통일골든벨에서 제가 입상해 최종 결선대회까지 오게 됐습니다.”
대회 준비는 어떻게 했나요? “아무래도 한국사 실력이 부족해서 10문제만 넘기는 게 목표였습니다. 선생님께서 주신 예상 문제를 틈틈이 공부하고,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에게 문제를 내달라고 부탁해 실전 연습을 했습니다.”
한국, 북한, 해외에서 온 친구들이 골고루 참가했는데 그들의 실력을 평가하면? “세계는 넓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모두 지역별로 선발된 친구들이지만 그중에서도 출중한 친구들이 많아서 큰 자극이 됐습니다.”
이 대회 참가로 얻은 게 있다면? “견문을 넓히고 친분을 쌓으며 사회성을 기를 수 있었고, 특히 저 자신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도와주신 선생님들께 감사하고 친구들의 관계가 돈독해진 점도 큰 수확입니다.”
대회 참가 전 유적지를 견학한 소감은? “어렸을 때 해외로 이주해 한국에 대해 잘 몰랐는데 눈으로 직접 경복궁을 보니 TV로 볼 때와는 전혀 다르게 가슴이 벅차고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놀랐습니다.”
베트남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세계 여러 나라의 친구들과 친분을 쌓으면 ‘우물 안 개구리’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꼭 통일골든벨에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남북통일에 대한 생각은? “통일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친구들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남북통일은 엄청난 이익을 가져오기 때문에 남한을 위해서나 북한을 위해서나 전 세계를 위해서나 꼭 이루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인천지역대회에서 임지연 학생이 1등을 한 것을 포함해 명신여고가 최대 입상자를 배출했는데 지도교사로서 특별상을 수상하신 소감은? “저의 바람은 이 대회를 통해 학생들이 한 번이라도 통일에 대해 생각해보고 북한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가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지역대회 1등은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입니다.”
특별한 대회 준비 방법이 있다면? “우리 학교는 올해로 세 번째 참가인데 올해는 민주평통에서 기출문제와 예상문제를 스프링노트로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2회 특강과 함께 윤리 수업시간에 틈틈이 대회 준비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노 선생님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학생들에게 큰 자극이 됐다던데 이유는?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북한학과를 졸업했고 평소 통일에 대해 관심과 지식이 있었기에 윤리 수업시간에 틈틈이 이 문제에 대해 가르쳤습니다.”
이 대회가 통일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다고 보십니까? “학생들이 통일에 대해 냉소적이지는 않습니다. 북한과 통일에 대해 체계적인 지식과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대부분 ‘좋았다’, ‘내년에 또 오고 싶다’, ‘이런 대회도 있었구나’ 등의 반응을 보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학생들에게 참가를 권유할 계획입니까? “저의 카톡명이 ‘2024 통일’입니다. 2024년까지는 참가해야죠. 민주평통 자문위원도 꼭 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