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호 > 통일 희망
통일 희망 / 북녘 친구에게 보내는 초등학생 편지쓰기 대회
‘통일이 되기 전에 우리 친구 할까?
북녘 친구에게 편지를 써보세요’라는 주제로 민주평통이 주최한 초등학생 편지쓰기 대회가 예상을 뛰어넘는 참여 열기 속에 진행됐다.
6월 한 달 동안 전국 700개 학교에서 9350편이 응모해 8월 8월 63명의 입상작을 발표했다.
“솔직히 말하면 난 ‘북한’을 아주 미워했어. 5학년 때 봉사활동으로 가게 된 대전 현충원에서 영화 한 편을 보게 되었어. 그 영화의 끝 장면에 남편을 잃은 여자 배우가 소복을 입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나오는데 그게 바로 우리 엄마의 모습이었던 거야. 그 영화는 12년 전 북한에서 침투한 배와 남한의 배가 서해에서 싸운 ‘연평해전’을 그린 실화인데 군인이셨던 아빠가 북한군에 맞서 싸우시다가 돌아가셨어.”
민주평통 주최 ‘북녘 친구에게 보내는 초등학생 편지쓰기 대회’의 최종 심사를 맡은 5명의 심사위원들은 대전 복수초등학교 6학년 조시은 양의 편지를 읽다가 가슴이 먹먹해졌다. 조 양은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조천형 중사의 딸이다. 당시 태어난 지 백일이 갓 지난 조 양은 아버지의 얼굴을 사진으로밖에 기억하지 못한다. 사랑하는 아빠의 얼굴이 보고 싶을 때마다 아빠를 빼앗아간 북한이 미웠고, 당장이라도 북한으로 달려가 왜 평화로운 남한에 쳐들어왔느냐고 따지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조 양은 ‘나처럼 연평해전에서 아빠를 잃은 북한 친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 친구에게 편지를 써서 아픔을 나누고 이제는 더 이상 우리와 같이 가족을 잃어버리는 친구들이 생기지 않도록 함께 고민해보자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조 양의 편지는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의장상)에 선정됐다. 고학년부(4~6학년) 금상(교육부 장관상)은 서울 신봉초등학교 6학년 이유민 군이, 저학년부(1~3학년) 금상(통일부 장관상)은 서울 중대부속초등학교 2학년 신소운 양이 받았다.
이유민 군은 역사 드라마 ‘정도전’의 무대였던 고려의 수도 개경(개성)에 꼭 가보고 싶다면서 북녘 친구들과 함께 한반도 구석구석의 아름다움을 누릴 날을 기약했다. 신소운 양은 엄마, 아빠와 함께 거제도 포로수용소와 현충원을 방문했던 기억을 더듬으며 언젠가 북녘 친구들과 만나 놀고 싶다는 아이다운 바람을 편지에 적었다.
‘가상의 북녘 또래 친구에게 편지를 써보세요’
올해 처음 열린 ‘북녘 친구에게 보내는 초등학생 편지쓰기 대회’는 민주평통에서 주최하고 민주평통 울산지역회의가 주관했다. ‘통일이 되기 전에 우리 친구 할까? 북녘 친구에게 편지를 써보세요’라는 주제로, 가상의 북녘 또래 친구에게 편지를 쓰면서 북한의 실상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통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자는 취지로 기획된 행사다. 결과적으로 예상을 뛰어넘는 높은 참여 열기에 주최 측도 놀랄 정도였다. 6월 한 달간 민주평통 홈페이지와 우편을 통해 공모한 결과 전국적으로 700개 학교에서 9350편이 응모했다.
응모작이 워낙 많아서 1차 심사는 7월 25일에서 31일까지 일주일간 진행됐는데 고학년부 5532편 중 150편, 저학년부 3818편 중 150편으로 총 300편이 심사를 통과했다. 8월 4일 열린 최종 심사에서는 대상(1명), 금상(2명), 은상(10명), 동상(20명), 장려상(15명) 등 63편을 선정했다. 학년별 수준 차를 감안해서 대상을 제외하고는 고학년부와 저학년부로 나누어 공평하게 수상작을 선정한 것이 특징이다.
최종 심사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순규 전 민백초등학교(경기 안양) 교사는 “아이들이 편지쓰기 자체를 싫어하기 때문에 숙제라면 모를까 이렇게 자발적으로 많은 아이들이 편지쓰기에 참여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함께 심사에 참여한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도 “학생들이 통일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서 과연 몇 명이나 응모할지 궁금했는데 9000편이 넘어 놀랐다”고 했다.
응모작의 수준에 대해서도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후했다. 먼저 글쓰기 부분에 대해 이 심사위원장은 “자신의 생활 경험을 토대로 느낀 점이나 하고 싶은 말을 꾸밈없이 솔직하게 쓴 글이 많았다. 한마디로 어른의 손이 가지 않은 아이들다운 이야기였다”고 평했고, 이수석 심사위원도 “초등학생들 나름의 진솔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어서 입선작들을 선정하는 데 고민이 많았다”며 “특히 예쁜 도화지나 편지지에 그림을 그리고 여러 디자인을 입혀 작성한 편지들이 초등학생다운 솜씨여서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올해 처음 열린 ‘북녘 친구에게 보내는 초등학생 편지쓰기 대회’를 통해 대한민국 초등학생들의 통일의식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수확이다. 이순규 심사위원장은 “42년간 초등학생들을 가르친 저도 깜짝 놀랄 만큼 인도적인 문제 해결부터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내용까지 학생들이 통일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음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이수석 심사위원은 “저학년에서는 북한과 통일에 대한 명확한 인식보다는 ‘언젠가 같이 살면 좋겠다. 꼭 한번 만나자’는 감성적인 접근이 많았으나, 고학년에서는 통일이 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주관과 소신을 보여주는 글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그중에서도 어린이 자신이 경험한 사실과 주변 상황을 중심으로 진솔하게 쓴 글들이 대상과 금상으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8월 19일 민주평통 사무처 대강당에서 열렸다. 현경대 수석부의장의 축사에 이어 대상과 금상 수상자들이 편지글을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북녘 친구에게 편지쓰기 대회는 지역별로 소규모로 개최된 적은 있지만 이처럼 전국 단위 행사로 개최된 것은 처음이다. 첫 대회부터 참여 열기가 뜨거웠던 데다 전국의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분단과 통일의 의미, 북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돼 추후 정례화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상
안녕? 난 남한의 대전에 살고 있는 6학년 여학생 조시은이야. 비록 얼굴도 보지 못하고 목소리도 들을 수 없는 친구지만 이렇게 편지로라도 나의 마음을 전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솔직히 말하면 난 ‘북한’을 아주 미워했어. 5학년 때 봉사활동으로 가게 된 대전 현충원에서 영화 한 편을 보게 되었어. 그 영화의 끝 장면에 남편을 잃은 여자 배우가 소복을 입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나오는데 그게 바로 우리 엄마의 모습이었던 거야. 그 영화는 12년 전 북한에서 침투한 배와 남한의 배가 서해에서 싸운 ‘연평해전’을 그린 실화인데 군인이셨던 아빠가 북한군에 맞서 싸우시다가 돌아가셨어. 나는 그 당시 백일밖에 지나지 않은 아기라 기억할 수 없었고, 다만 엄마로부터 이야기만 들었어. 그런데 영화를 통해 직접 보니 눈물이 쉴 새 없이 흐르고 가슴은 정말 터질 것같이 아팠어.
‘왜 평화로운 남한에 쳐들어와서 우리 아빠를 빼앗아갔냐고? 사랑하는 아빠 얼굴을 다시는 보지 못하게 만들었냐고?’ 소리치면서 따지고 싶었어. 정말 북한이 하늘만큼 땅만큼 싫었어. 선생님이 도덕시간에 아무리 북한과 우리는 한 민족이고 한 가족이라고 이야기하셔도 난 마음속으로 ‘사랑하는 나의 아빠, 소중한 나의 아빠’를 빼앗아간 나라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어.
그런데 우연히 인터넷에서 북한의 어려운 실정을 알게 되었어. 식량난, 경제난으로 목숨을 걸고 탈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글을 보게 되었어. 또 탈북한 언니가 말라서 죽은 모습으로 발견되었다는 뉴스, 먹을 것이 없어 아프리카 난민처럼 뼈가 앙상한 북한의 어린이들의 모습 등을 보고 그 뒤로 나는 북한이라는 나라를 ‘싫다, 좋다’ 등의 감정적인 면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땅, 같은 나라에서 같이 숨 쉬고 있는 우리의 동포, 우리의 가족이라고 생각해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리고 지금은 북한 사람들도 정말 나와 같은 피가 흐르는 한 민족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리고 내가 연평해전에서 아빠를 잃게 된 것처럼 어쩌면 북한의 어떤 친구도 연평해전에서 아빠를 잃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그 친구에게 편지를 써서 아픔을 같이 나누고 이제는 더 이상 우리와 같이 가족을 잃어버리는 친구들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같이 고민해보고 싶었어.
친구야! 남과 북이 통일이 된다면 좋은 점이 너무나 많을 것 같아. 전쟁 때문에 우리처럼 아빠가 돌아가시는 슬픔은 당연히 없어질 것이고 무기도 만들지 않아도 되니까 무기 만드는 데 쓰는 돈을 식량난을 해결하는 데 쓴다면 더 이상 굶지 않아도 될 거야. (중략)
나는 통일이 되면 꼭 너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유럽 여행도 해보고 싶어. 생각만 해도 너무 신나지 않니? 어서 통일이 되어 서로의 집도 자유롭게 왕래하였으면 좋겠다. 방학이 되면 한 번은 우리 집에서, 한 번은 너의 집에서 생활하면서 서로 가족처럼 지냈으면 좋겠어.
친구야! 혹시 너 그 사실 알고 있니?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통일이 되지 않고 같은 민족끼리 원수처럼 살고 있다고 해. 독일도 얼마 전까지 우리처럼 베를린 장벽을 사이에 두고 원수처럼 지냈는데 아주 평화로운 방법으로 통일을 해서 지금은 유럽, 아니 세계에서 강한 나라로 성장하고 있대. 우리도 독일처럼 빨리 하나가 되어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통일이 된다면 처음에는 말도 다르고 생활 모습도 달라서 빨리 친구가 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가 ‘다른 것’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서로서로 도와주면서 극복하면 모든 것이 쉬워지고 편해질 거야.
북한에 사는 나의 친구야! 우리 아직은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일 뿐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통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을 거야. 그러니 무엇이 있을지 항상 생각해보고 노력하면서 하루빨리 남과 북이 하나 되어 월드컵도 한 팀으로, 올림픽도 한 팀으로 나가는 모습을 세계에 보여주자. 어때? 난 곧 그렇게 되리라 믿어. ‘간절히 원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 서로 ‘통일’이 하루빨리 오도록 같이 노력하자. 약속해! 그럼. 우리가 직접 보고 목소리를 듣고 만질 수도 있는 통일된 그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다리면서 잘 지내자. 그리고 그때 건강한 모습으로 꼭 만나자. 안녕!
금상
나는 신소운이라고 해. 나는 엄마, 아빠와 함께 세 식구가 살아. 학교와 학원에는 친구들이 있지만 형제, 자매가 없어 외로울 때도 있지. 어렸을 때는 엄마를 따라 중국 베이징에 가서 살기도 했어. 그때는 아빠도 안 계셔서 더욱 외로웠지만, 2년 후 다시 돌아와서 세 식구가 살게 되었지. 그 후에도 엄마, 아빠를 따라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지만 너희가 살고 있는 북녘 땅에는 가보지 못해 안타까워.
내 혈액형은 O형이야. 때로는 조용하고 때로는 활발하지. 혼자 그림을 그리거나 종이 접는 것을 좋아해서 이 편지지도 만들었고, 한복을 입은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도 접어보았어. 너희에게 선물로 보내줄게. 여행을 하거나 등산하는 것도 좋아해서 우리나라에 있는 포로수용소와 현충원에도 가보았어. 포로수용소에 갔을 때는 남쪽과 북쪽이 전쟁을 하는 영화를 보고 문제를 풀었는데 조금 슬프고 조금 재미있었지. 현충원에는 학교 선생님들과 친구들, 가족들이 함께 갔는데, 전쟁을 했을 때의 무덤이 많이 있었어.
나는 이 편지를 6월 25일에 쓰고 있어. 포로수용소에서 문제를 풀 때 1950년 오늘 전쟁이 났다고 배웠어. 그 전쟁 때문에 우리나라의 사이가 나빠지고 두 나라로 갈리고 말았지. 다시 한 나라가 되어 너희와 같이 살고 싶어. 너희 나라에도 포로수용소나 현충원이 있니? 그곳에 가보았니? 너희를 만나 내가 좋아하는 놀이와 너희가 좋아하는 놀이를 하고 싶어. 너희가 보내는 답장도 받고 싶어.
우리가 친구가 되면 같이 공부도 하고 이야기도 하면서 아주 즐거울 것 같거든. 다시 한 나라가 되면 좋겠지만, 그 전에 나는 무지개를 타고 날아가 너희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그때까지 안녕! 행복하게 지내.
북녘에 사는 나의 친구들에게!
나는 대한민국 서울에 사는 6학년 이유민이야. 나이는 열세 살.
어른들은 모두들 북한과 내가 살고 있는 남한이 같은 나라라고 하시지만, 그리고 북한에 사는 너희들과 남한에 사는 내가 같은 민족이라고 하지만, 내가 북한을 갈 수 없고, 너희들과 만날 수 없다는 게 참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이야. 지금 우리는 일본도 중국도 미국도 마음만 먹으면 마음대로 왔다갔다 할 수 있거든. 그곳들은 우리나라도 아니고, 나와 다른 말을 하는 사람들인데 말이야.
저번 주말엔 엄마, 아빠와 임진각에 다녀왔어. 거기엔 예전 할아버지, 할머니 시절 남과 북을 연결시켜주었던 기차가 한 대 놓여 있어. 무참한 폭격의 흔적을 간직한 채로. 그리고 그 앞엔 한 줄의 글이 써 있단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우리 남쪽에 있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마음을 가득 담아 써놓은 글귀야. 우리는 모두들 북쪽의 땅도 자유롭게 통행 하고 싶어 하고, 아름다운 금강산의 모습도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구경하고 싶어 하며, 고구려, 고려 선조들이 남긴 용맹한 기상이 깃든 유적과 유물을 구경하고 싶어 해.
요새 대한민국 TV에서는 ‘정도전’이라는 제목의 드라마를 하고 있어. 정도전은 태조 이성계를 조선의 왕으로 만든 일등 공신이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인 한양의 모든 도시 구조를 만들고 정치 체제를 만든 사람이지. 이 사람들이 처음부터 한양에 살고 있었던 게 아니라 고려 시절에는 고려의 수도인 개경에서 서로 의논하고 정치를 펼쳤어. 지금의 북한에 있는 도시. 난 개경에 가서 고려 시절의 흔적들을 만져보며 조상들의 숨결을 느껴보고 싶어.
그리고 너희들을 우리 집에 초대해서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의 구석구석을 구경시켜주고 싶어.
(중략)
빨리 통일이 되어 우리 한반도 땅의 모든 아름다움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그날에 우리가 만날 수 있도록 기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