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호 > 통일칼럼
통일칼럼
북한이 경제 위기를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학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북한은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동안 평균 1% 내외의 경제성장을 했다. 매우 낮은 성장률이기는 하지만 1990년 이후 지속된 마이너스 성장을 멈추고 본격적인 성장 경로로 돌아선 것이라면 그 의미가 적지 않다.
북한의 대외무역도 이미 2011년에 1990년 수준을 넘어서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근래에는 북한 내 주요 도시에서 환율이 하향 안정되고 있으며 쌀값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대표적 경제지표들을 볼 때, 북한 경제가 위기를 벗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 들어 플러스 경제성장을 시현하고 주요 거시경제 지표들을 개선할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인지에 따라서 북한의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북한의 성장을 추동한 가장 큰 요인은 대외무역이다. 북한의 총 교역규모는 2011년부터 급속히 증가해 체제 전환 국면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소위 J-커브를 그리고 있다. 2011년에는 총 교역규모가 전년 대비 52.5% 증가했고 2012년에는 7.1%, 2013년에는 7.8%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교역규모의 확대는 수출의 증가가 계기를 제공했다. 북한의 대외 수출은 2011년에 84.3%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고 2012년에는 3.3%, 그리고 2013년에는 다시 11.7%의 성장률을 시현하면서 교역규모를 늘려갔다. 수출과 더불어 수입도 증가해 2011년에 34%, 2012년에 10.2%, 2013년에는 5%가 늘어났다. 그 결과 북한의 경제가 성장세로 돌아섰고, 외화의 공급이나 쌀과 생필품의 유입도 확대된 것이다.
결국 북한 경제가 성장세로 전환됐는지 여부는 북한의 대외 무역 주도형 성장이 지속 가능한지의 문제에 달려 있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은 북한이 무엇을 수출하고 있는지를 분석해보면 얻을 수 있다. 2012년의 경우 북한 수출품 중 57.5%가 자연자원으로 구성됐다. 이는 2008년의 25%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특히 북한 교역의 90%를 점하고 있는 중국과의 교역에서는 2012년 북한의 수출품 63.3%가 자연자원이다. 그 다음 주요 수출품은 섬유 제품으로 20.7%를 차지한다. 결국 북한은 자원 수출을 늘려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식량과 생필품을 조달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근래에 수출을 확대하고 있는 자연자원들은 대부분 노천광이나 채굴이 쉬운 광산에서 채취한 것이다. 새로운 광산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나 기술, 투자자금 등이 없다면 지금과 같은 대규모 자원 수출의 증가를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장기적인 대안은 제조업의 생산 기반 확대이다. 먼저는 표준화된 기술에서 시작해 점차 생산능력이 확대되고 자본의 축적이 늘어나면 기술집약적인 산업의 비중을 확대해나가는 것이 일반적인 경제 발전 경로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자원을 긁어모아 필요한 식량과 생필품을 사오는 전략은 당장 몇 해를 버티기 위한 고육책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로는 정상적인 성장 경로를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투자 여건에서 북한에 새로운 기술과 생산설비, 그리고 시장을 제공할 수 있는 나라는 남한밖에 없다. 개성에 공단을 건설해주고 전기까지 끌어다 북한의 생산을 지원하는 나라도 세계에서 남한밖에 없다. 북한이 진정 경제 발전을 원한다면 누구와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