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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호 > 통일칼럼

통일칼럼

유엔 중심의 북한 인권 개선 활동에 대한 단상
윤여상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

최근 북한 인권 문제가 유엔의 중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1990년대 중·후반 대규모 탈북자들이 중국으로 탈출하고, 이들의 강제 송환과 북한의 강력한 처벌이 국제사회에 알려지면서 유엔의 북한 인권 개선 활동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특히 유엔총회는 지난해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를 구성해 1년간 북한 인권에 대한 전반적 실태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올해 2월 보고서 형태로 공개했다. 유엔이 특정 국가의 인권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조사위원회를 구성한 적은 여러 번 있었으나, 모두 전쟁이나 내전 등 단기간에 수십만 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지역이 대상이었다. 북한과 같이 전쟁 상황이 아닌 상태에서 수십 년간 지속된 인권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조사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처음이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는 북한의 인권 문제가 매우 심각하고 광범위하게 조직적으로 국가 당국에 의해 발생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한 북한 인권 문제는 반인륜범죄에 해당되며, 가해자는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중요기관의 책임자임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할 것을 권고하고,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책임을 국제사회가 부담해야 한다는 R2P(보호 책임) 적용을 촉구했다. 더구나 향후 유엔의 북한 인권 개선 활동을 지원하고, 유엔 북한 인권 결의안 내용을 추진하기 위해서 북한인권현장사무소 개설을 결정했고, 현장 사무소가 연내 서울에 개설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은 여러 차례 정권이 교체됐음에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 표명과 국제 공조, 그리고 민간과의 협력을 천명하는 원칙적 수준에 머물러왔다. 박근혜정부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정책적 입장은 큰 변화가 없으나,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과 한미 외교수장의 북한 인권 고위급대화 개최, 주무 및 관련 부처 장관들의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강력한 의지 표명이 있었기 때문에 향후 변화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현재까지 북한 인권 개선 활동은 유엔과 유럽연합(EU) 등 서방국가들이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한국 정부는 보조적 역할을 담당하거나 뒤안길을 따라 걷는 수준이었다.

한국 정부의 이러한 입장은 북한 인권법이 10여 년간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통일부 관련 예산이 몇 년째 4000여만 원 수준이라는 것이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 정부는 남북대화를 진행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협력을 추진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북한 인권 문제에 적극성을 갖기 어렵다는 점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올해 2월 발표된 유엔의 북한 인권 보고서는 단순히 북한 인권 개선만을 다루고 있지 않다. 김정은과 북한 지도부를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겠다는 것은 인권 개선의 과정만이 아니라 북한 지역에 향후 추진되어야 할 과거 청산 작업을 유엔이 주도할 수 있는 논리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의 분단 과정을 살펴볼 때 북한 지역의 과거 청산 작업을 남북한 구성원들이 주도하지 못하고 국제사회와 유엔이 주도하는 사태는 왠지 모르게 불안감을 갖게 한다. 이미 국제사회는 북한 인권 개선만이 아니라 북한 지역의 과거 청산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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