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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꿈꾸다 | 또 다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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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한국유학 생활을 시작했다는 한국계 일본인 나카야마 타마미와 일본에서 한국어를 전공하다 편입을 했다는 스즈키 유이. 두 사람에게 한국은 동경의 나라였다.
“저 같은 경우는 엄마가 한국분이시니까 한국이 제 또 다른 반쪽 국가인 셈이잖아요. 그런데 친구들이 한국에 대해서 물어보면 해줄 수 있는 말이 ‘떡볶이 맛있다’, ‘명동이 화장품가게가 많다’ 같은 이야기뿐이더라고요. 어떤 역사를 가졌는지 왜 이런 문화를 가지게 됐는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한국행 비행기를 탔죠.”

매일 엄마가 말해주던 거리, 문화, 역사를 직접 경험하고 공부하는 것은 그녀에게 매우 특별한 경험이다. 이렇듯 타마미의 한국행이 필연적 이유에서였다면 유이에게는 우연한 이유가 시작이었다고.
“유치한데 고등학교 때 한국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를 좋아하게 됐어요. 정말 푹 빠져서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니 한국어가 너무 신기하고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처음 대학에 진학할 때도 한국어를 전공하게 됐죠. 또 한국어를 할 줄 아니까 한국에서 다른 공부를 하면 어떨까란 생각에 유학까지 결정하게 됐죠.”

일찍부터 남들보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두 사람이지만 한국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 북한이나 남북한 통일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었다. 그나마 일본 방송을 통해 한복을 입은 북한 아나운서가 나오는 방송을 몇 번 본 것이 전부였다.
“남한과 북한을 함께 생각해 본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 보니 북한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고 관심도 없었죠. 그런데 막상 한국에 와보니 생각보다 심각하고 현실적인 문제란 사실을 알게 됐어요.”

타마미의 경우는 어린 시절 이웃 할머니와 친하게 지냈는데 나중에서야 그 할머니가 탈북한 분이시란 걸 알게 됐다고 할 정도.
“기억나는 건 일본에서는 만 3살이 되면 사진을 찍는데 그 사진을 할머니가 김일성과 김정일 사진 가운데 걸어두셨던 거죠. 사실 어릴 때라 두 사람이 누군지도 몰랐어요.”
더욱이 순수 일본인인 유이의 시선으로는 북한교포들 역시 한국교포로만 보였을 정도로 남북관계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일본에서 한국어를 전공하다 보니 조선학교 출신의 친구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냥 다 같은 한국교포라고 생각했지 남북한을 따로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 친구가 수학여행을 평양으로 다녀왔다는 소리에 신기해 한 적은 있지만 거부감을 느끼거나 한 적은 없었어요.
오히려 한류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좋게 생각했던 때라 더 호의적이었던 것 같아요. 조선학교라는 곳도 그냥 한국교포들이 다니는 한국어학교 정도만 알고 있었으니까요.”

유이가 남북한의 관계에 대해 알게 된 것은 편입 전 한 달 간 한국어학당을 다니면서다.
“조선학교 출신의 친구와 한국에서 어학당을 같이 다녔어요. 그런데 하루는 휴대폰을 개통하러 둘이 같이 매장을 갔는데 전 문제없이 빨리 됐는데 그 친구는 문제가 생긴 거예요. 일하시는 분이 한국여권을 가지고 있지만 주민등록번호가 없기 때문에 한국사람도 그렇다고 일본사람도 아니라서 개통할 수 없다고 했어요. 결국 휴대폰을 개통하지 못했죠. 그때 알았어요. 외국 사람인 나는 되지만 그 친구는 안될 만큼 남북한이 멀구나 하구요.”

우연일까? 북한교포를 만나 남북한 문제를 어렴풋이 알게 됐다는 유이는 지난 학기 수업 중 만난 탈북출신 학생을 통해 다시한번 남북한 문제를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지난해였나? 수업 하나를 들었는데 그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 중에 한 명이 탈북학생이었어요. 그 친구가 워낙 털털한 성격이라 ‘탈북할 때 남동생이 같이 나왔는데 아직 생사를 모른다’거나, ‘북한에 계신 부모님과도 전혀 연락이 되지 않는다’ 등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해줘서 많이 알게 됐죠. 그때 생각했어요. 남북한은 정말 통일하는 게 좋겠구나라구요.”

사실 두 사람이 모르는 것은 비단 남북한 문제만은 아니었다. 한국어는 곧잘 했지만 한국 문화에 대해서는 ‘밥 먹을 때 숟가락도 같이 사용한다’ 정도가 기본상식의 전부였다. 그런 두 사람에게 한국생활에 적응하기 까지는 모든 것은 ‘모험’ 그 자체였다고.
“제일 당황했던 게 지하철이요.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면 사람들이 다 내리기 전에 타시는 분들이 많아서 주저하다 정거장을 지나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죠.”
대중교통의 혼잡함은 타마미와 유이, 두 사람 모두에게 시련 자체였다. 조곤한 말씨를 사용하는 유이의 경우는 한국사람 특유의 자기주장이 강한 말투나 제스처도 적응하기 어려웠던 점이었다. 특히 독도, 위안부 등 한국과 일본의 정치적, 역사적 문제가 크게 이슈가 될 때면 지금도 일본지인들로부터 안부문자를 받을 정도라고.
“사실 일본에서는 독도나 위안부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일본은 한국과 달리 그런 교육을 잘 안 시키니까 학교에서 배울 일도 없었고 사석에서도 정치나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가 아니니까 관심이 없었죠.”

그래서 독도문제가 한창 예민할 때 놀이동산을 찾았던 타마키는 그 앞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란 홍보물을 보고 깜짝 놀랐을 정도다.
“그렇게까지 심각한 문제인지 몰랐던거죠. 한국과 일본의 입장차이가 확연히 다르고 일본에 대한 반감이 느껴져서 많이 당황했던 기억이 있어요.”

유이 역시 타마미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한국에 와서야 그런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사실 전 독도는 우리 땅이란 말같은 건 잘 모르겠어요. 그저 그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청소년 교류 행사같은 것들이 취소되거나 하는 경우가 있어서 그게 굉장히 속상했어요. 전 한국말을 배우고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더 많은 친구들이 한국에 대해 알았으면 좋겠는데 그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준비됐던 행사들이 취소되는 건 안타깝고 속상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런 ‘사소한 문제’가 한국행을 후회할 만큼 영향을 주지는 않았단다. 사실 다른 문화의 차이를 알아가고 이해해가는 과정이야 말로 진정한 유학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한국 사람들이 자기주장도 강하고 욕심도 많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그런 부분을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게 장점 같아요. 요새 일본 대학생들은 꿈도 없고 목표도 없어 그냥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한국은 취업준비도 열심히 하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면서 목표가 뚜렷한 친구들도 많고요. 그런 부분은 부럽고 대단하단 생각이 들어요.”

적극적인 성격으로 다양한 대외활동을 경험한 타마미 역시 한국의 또래친구들의 역량에 감탄한다.
“전 운 좋게 국내 화장품 브랜드 서포터나 백화점 마케터, 케이블방송 영상제작 같은 활동을 경험해 봤거든요. 그런 일들은 보통 함께 팀을 이뤄서 활동을 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함께 일하는 친구들이) 대단하단 생각이 들어요. 목표도 뚜렷하고 또 그만큼 재능도 있고요. 함께 일하다 보면 자극도 받고 공부도 많이 돼요.”
그렇다면 한국문화의 장점은? 이란 질문에 두 사람은 한 목소리로 ‘情’을 꼽는다. 친해질수록, 알면 알수록 진가를 알게 되는 것이 한국사람, 한국문화라고.

외국인이긴 하지만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 자신들도 속은 한국사람 다 됐단다.
“얼마 전에 비가 오는데 친구랑 저녁에 뭐 먹을까 그런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먼저 부침개 부쳐서 막걸리 먹자고 제의해서 집에서 부침개 해먹었어요.”

유이에 비해 한국생활이 길었던 타마미는 심지어 걸음걸이마저 빨라졌다. ‘빨리, 빨리’가 익숙해져서란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경험하고 싶었던 타마미는 여행도 곧잘 떠난다. 지난해에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코레일의 ‘내일로 여행’을 다녀왔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전주 한옥마을이었다.
“한옥이 얼마나 예쁜지 아세요? 한옥들이 모여 있는 한옥마을도 좋았고, 한정식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랄정도였어요.”
행복했던 여행의 기억 때문에 일본 지인들이 한국에 온다면 꼭 다시 가볼 계획이다.

한국 사람으로 오해를 받을 만큼 한국생활에 적응했지만 아직 남북문제만은 이해하기 어렵다. 왜 이토록 어려운지, 무엇이 그렇게 복잡한지. 물론 타마미의 경우 전공의 특성상 전문적인 수업을 받고 있지만 학문으로 배우는 것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전공이라 그런 걸 수도 있지만 통일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런데 전 ‘제 3자’잖아요. 그렇다보니 좀 편하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제 생각에는 통일이 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지구상에 같은 역사를 공유한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가 있다는 거잖아요. 그럼 다시 하나가 되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닐까요?”
유이 역시 같은 생각이다.

“경제적, 정치적 문제 등이 있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런데 이산가족을 생각하면 그분들 살아계실 때 통일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물론 저도 한국에 살고 있으니 많이는 아니지만 통일이 쉬운 문제가 아니란 건 잘 알고 있어요. 그래도 마음은 통일이 됐으면 좋겠어요.”
한국을 보고 경험하고 이해하고 사랑하게 됐다는 두 사람이 바라는 통일은 ‘행복한 통일’이다.
“‘행복한 통일’이요? 모두가 행복해 하는 통일이겠죠. ‘통일이 되길 잘됐다’ 여길 수 있는 통일. 얼른 현실적인 문제들이 해결 되서 정말 ‘행복한 통일’이 되면 좋겠어요.”
<글 권혜리 / 사진 나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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