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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을 나누다 | 북한으로 띄우는 편지 당선작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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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바람이 손끝을 스치는 가을이 되면 언제나 마음속
한구석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듯 허전한 기분이 들어.
마치 감당할 수 없는 공허함이 내 주위를 감싼 듯 무엇으로
채워도 가득차지 않는 밑 빠진 독처럼. 친구야, 안녕?
편지를 통해 너에게 인사를 전할 수 있어 반가워.
나는 남한의 청춘 이은지라고 해. 북한에서 청춘을
빛내고 있는 닿을 수 없는 친구야, 옷자락이 날리는
서늘한 가을바람에 너도 나를 생각하고 있니? 가깝고도
먼 곳에 살고 있는 너의 인생이 궁금해. 따뜻한 차 한 잔을
하며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지만 어디에선가
나의 목소리를 듣고 있을 그리운 너에게 나의 마음이 닿길
바라며 적어 내려갈게.

스무살이 된 후 대학에 진학하고 깨달은 점이 있어. 바로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는 진리! 웅크린 개구리의 모습을 버리고 좁은 우물 안을 탈출하고
나니 커다란 세상이 펼쳐지고 새롭게 맺게 되는 인연의 수도 늘어나는 것을 실감해.
덕분에 지나온 과거를 회상하고 현재에 집중하며 미래를 고뇌하는 청년의 옷을 입어가.
어린 시절부터 동경해오던 청춘이라는 시대에 당도하니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와 계획에 대해 생각하고 투자하는 시간이 중요함을 체감하고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 넓은 세상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특유의 매력을 발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살아가는 열정! 그것이 바로 청춘이 아닐까?

친구야, 지금 네가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이니? 나는 훗날 작가가 되길 희망하고 있어. 크게는 글로써 세계의 평화와 안녕에 기여하는 인물이 되는 것이고 작게는 인류에게 마음의 위로와 평안을 주는 글을 써 상처의 치유를 돕는 것이야. 비록 지금은 거창하고 막연한 꿈이지만 오랫동안 소중히 꿈을 간직해 온 만큼 앞으로 남은 생애를 살아가며 하나뿐인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거야. 성공에는 혹독한 대가가 따른다는 법칙을 조언 삼아 거친 풍파가 나를 덮쳐도 포기하지 않고 원하는 섬에 당도할 수 있도록 묵묵히 항해할거야. 때로는 절망하고 좌절하는 순간도 오겠지만 용감하게 끝까지 달려가 정상에서 너와 함께 신선한 공기를 들이쉬고 싶어. 그러니 너도 마음속에 품고 있는 빛나는 꿈을 이루기 위해 힘차게 걸어가길 바라. 휘청거릴지언정 쓰러지지는 말자! 날개를 활짝 펴고 비상하는 그날까지!
허공에 대고 아무리 소리쳐도 되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만이
나의 독백을 위로하는 계절이야. 친구야, 지금 나의 말을 듣고 있니?
나의 마음속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의
주인은 바로 너야. 같은 하늘에 있어도 그립고 바람이
불수록 보고 싶어. 익숙한 음악처럼 친근한 텔레비전처럼
너는 언제나 내 곁에 있는 것만 같은데 정작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우리의 현실이 비통하고 안타까워. 너와 나누고 싶은 대화와 하고 싶은
일이 산더미 같은데 우리는 언제쯤 서로의 눈을 보며 미소 지을 수 있을까?

떠나가는 임의 기약 없는 약속처럼 벽으로 통제된 우리의 사이에는
길어지는 기다림만이 존재하고 있어. 하지만 나는 머지않을 미래에
지독한 기다림의 끝이 올 것이라고 믿어. 이루어질 수 없는 연인의
운명이 간절한 사랑 앞에 무릎 꿇는 것처럼 우리가 서로를 향한 소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분명히 닿을 수 있어. 그러니 우리 현실의 어려움에도
굴복하지 말고 서로에 대한 사랑을 의심하지 말자. 북한과 남한의 신뢰와
의지가 빛을 발할 때 서로에게 경계하고 적대시하던 마음의 문도
허물어 질 수 있어. 우리의 천국, 통일을 바라보며 서로를
향해서 멈추지 말고 전진하자!
인생의 황금기, 청춘의 길목에 서서 바라 본 가까운 미래의 지향점에 네가 서 있기를 바라. 슬픔의 눈물로 얼룩진 역사가 평화통일이라는 합의점으로 도착해 우리가 간직해 온 처절한 그리움을 해소할 수 있기를 희망해. 평화통일의 환희가 널리 울려 퍼질 날, 나를 기다리고 있는 너에게 달려가 포옹할게! 그리고 외칠게. 우리 함께 빛나는 청춘을 연주하러 나아가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