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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을 말하다 | 포커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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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사건을 통해 본 김정은체제의 불안정성 / 곽승지 (정치학박사/ 연합뉴스 영문북한팀장)

역설적으로 장성택 재판의 판결문은, 사실여 부와는 별개로, 김정은 체제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문제들을 짚어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우선, 김정은 체제 역시 이전의 김일성 김정일시대와 다름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통한 강압통치 또는 공포정치를 추구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이다. 비록 재판결과 및 처형과정을 즉각 공개하는 등 접근 방식에서는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지만 김일성가계의 일원이었던 장성택을 처형하는 행태는 오히려 더 퇴행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향후 김정은체제의 구축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김정은에 의한 북한 통치에 적지 않은 틈새가 있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일성 김정일 시대를 거치면서 북한에서는 최고통치자에 대한 도전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평가되어 왔다. 비록 김정은이 나이가 어리고 후계자로서의 수업기간이 일천한 점을 들어 체제 불안정성을 말하기도 했지만 북한체제의 특성상 김정은의 최고지도자로서의 위상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그러나 장성택 사건은 북한에서도 최고지도자에 대한 도전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정은의 위상에 회의하며 북한체제의 불안정성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판결문은 또 북한에서 추진되어 온 일련의 경제정책들이 일반주민들 보다는 일부 개인 혹은 집단을 위한 필요에서 이루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로 말미암아 북한경제가 ‘파국’의 국면에 이르렀음도 숨기지 않았다. 북한은 2000년대 들어 일정하게 경제정책에서 변화를 모색해 왔으며 그에 따라 상당한 정도의 변화양상을 보여 왔다. 하지만 이러한 행태가 일반주민들 보다는 소수의 특권층을 위한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이는 결국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추진된 정책들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도록 할 뿐 아니라 향후 북한의 정책방향에 대해서도 낙관할 수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북한은 장성택을 처형한 것을 계기로 김정은 체제를 강화하여 이른바 유일영도체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강압통치를 통해서는 결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장성택사건 이후 많은 전문가들이 김정은 체제의 미래에 대해 불확실성을 말하며 보다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북한주민들도 이미 외부 정보에 노출되어 있고, 비록 세습체제이지만, 3명의 최고지도자를 겪으면서 스스로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기준을 체득함으로써 김정은 체제에 대한 비판 의식이 싹트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장성택 사건은 김정은 체제의 화근을 제거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주민들의 실질적인 충성을 이끌어내는 데는 역기능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김정은체제의 불안정성이 한반도의 미래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북한과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여 통일 기반을 조성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북한에서의 정치적 소용돌이가 한반도정세의 불안정성을 가중시켜 통일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헤아려야 한다.

북한에서의 정치적 혼란은 강 건너 불이 아니라 내 앞마당에 불이 난 형국인 셈이다. 더욱이 북한 군부를 비롯한 강경세력들이 내부문제를 외부로 돌리기 위해 대남공세를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상황이 어려운 만큼 반드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다.

<사진제공: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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