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외국어고등학교 북한인권동아리 ‘Two for One(이하 투포원)’ 학생들이 서울 송파구 거여동의 어느 교회에 달린 작은 방에서 열 명의 초등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고 있다. 초등학생들은 북한이탈주민 자녀 혹은 그 친구들이다. 투포원 동아리 회원들은 A, B조로 나누어 이곳과 일원동 공부방에서 2주에 한 번씩 번갈아가며 북한이탈주민 자녀들을 위한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공부 뿐 아니라 남한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를 알려주거나 고민을 상담해주는 멘토링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또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을 공원으로 데리고 나가서 축구도 하며 어울리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둘이 하나가 된다’는 뜻을 가진 동아리 ‘투포원’. 창립 초기 회원이 12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90여 명으로 대원외국어고등학교에서 가장 회원이 많은 인기 동아리가 됐다. 2006년 북한이탈주민 커뮤니티와 인연을 맺은 이후, 공부방을 계속 운영해오고 있으며, 북한인권관련 세미나와 포럼 등에 참여하거나, 관련 이슈들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사진전과 음악회도 열고 있다. 2013년 발의된 ‘북한청소년인도지원법’이 국회에서 채택되도록 활동을 지원했으며, 올해 열린 모의 ICC대회에서 북한인권관련 스피치로 1등을 차지해 통일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10월에는 대원외고 학생들이 실제로 탈북청소년을 남한으로 데려온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조금만 기다려’가 개봉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다큐멘터리영화 ‘조금만 기다려’는 투포원 회원인 김희영(당시 2학년), 차유진(당시 2학년), 오예선 학생(당시 1학년)이 인신매매로 중국에 팔려갔던 열일곱살 옥선이를 대한민국으로 데려오는 2년여의 과정을 담고 있다.
“투포원에서는 북한이탈주민의 인권도 알리고 이들의 구출 활동에 사용할 기금을 모으기 위해 교내 바자회를 정기적으로 여는데, 이 기금을 직접 전달하는 과정을 작은 캠코더로 촬영했어요. 그게 ‘조금만 기다려’라는 다큐멘터리의 시작이었구요.”
희영이는 옥선이와의 첫 만남이 ‘매우 드라마틱하다’고 표현했다. 이들은 2012년 북한 국경에 답사를 갔다가 중국 지린성 연길의 안전가옥에 숨어있는 옥선이와 만났고, 옥선이에게 북한주민들의 고통과 ‘꽃제비’의 실체에 대해 전해 듣게 됐다. 당시 옥선이는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가 매우 심했고 자기소개 외에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같은 또래였기 때문인지 투포원 학생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밥도 먹고 노래방도 가면서 차츰 경계를 풀고 마음을 열었다.
이후 투포원 학생들은 한국으로 돌아와 옥선이를 구출할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모금 활동을 전개했다. 희영이는 “포스터를 붙이는 것부터 장소 섭외까지 무엇 하나 쉽게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동아리 회원들 모두가 고생한 끝에 마침내 비용마련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모아진 기금으로 옥선이는 마침내 올 초 한국 땅을 밟았다.
현재 희영이와 유진이는 각각 미국의 명문대학에 진학한 뒤 꿈을 향해 정진하고 있고, 예선이는 고3 수험생이면서도 투포원 3학년 회장을 맡아 후배들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옥선이는 안성에 있는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에 재학중이며 대학 진학 준비와 동시에 제빵사자격증 공부도 병행하고 있다.
오예선(3학년) = 처음 공부방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북한이탈주민과 그 자녀가 모두 참여했고, 어른들은 영어 위주로 진행을 했는데 실제로 대학에 진학하신 분들도 있어요. 일반인들의 경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시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북한인권문제의 심각성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고 다짐했던 게 생각나요.
이수지(2학년) = 연희(가명)라는 아이가 있는데 처음에는 1분도 가만히 못 있고 굉장히 산만했어요. 그래서 공부보다는 먼저 학교생활이나 관심사를 가지고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했더니, 친해질 수 있었고 나중엔 공부도 열심히 하게 됐어요.
김지후(2학년) = 매주 주말에 재능기부를 통해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주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아이들과 소통하다보면, 생각의 범위도 넓어지고 보다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예선 = 통일 후 북한에서 오신 분들에게 편견을 갖거나 차별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그보다 먼저는, 북한의 인권유린상황에 대해 세미나나 워크숍, 이벤트 등을 많이 열어서 대중에게 알리고 싶고요. 장기적으로 볼 때는 통일이 저희 세대에 경제적으로도, 외교적으로도 많은 혜택과 커다란 힘을 가져다 줄 거라고 봐요.
수지 = 통일이 우리에게 무슨 도움이 되냐며 반대하거나 관심없어 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이런 무관심을 관심으로 돌리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통일은 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경제 성장, 이산가족 상봉 등 많은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배웠어요. 통일이야말로 대박인거죠.
지후 = 현재 통일에 대한 의견이 극과 극으로 나뉘잖아요. 이러한 상황에서 통일을 이루려면 우선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통일 대박’이라는 표현이 좋은 예지요. 우리 학생들의 활동만 놓고 보면, 자선공연 등을 열 때 통일의 긍정적인 요소들을 중간 중간에 지속적으로 홍보하면 좋을 것 같아요.
예선 = 기자가 되고 싶어요. 불평등, 인권유린과 같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들이 주목받을 수 있도록 글로 현실을 알리고 싶어요. 미디어의 힘은 강하니까요.
수지 = 제 꿈은 외교관이에요. 그래서 반크 활동도 하고 있고 독도문제, 통일·국가안보 등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요. 나중에 외교관이 되면 이런 국내문제 외에도 기아나 환경, 여성 및 아동인권문제 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래요.
지후 = 최근 중국 지린성 지역에 다녀왔는데, 강 건너편으로 흐릿하게 북한이 보였지만 직접 북한주민과 만나서 얘기 한 번 할 수 없는 현실이 슬펐어요. 외교관이 되면 북한에 한국대사관을 설립해서 통일을 위해 일하고 싶어요.
<글. 사진 / 기자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