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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꿈꾸다│좌충우돌 남한적응기

남북한에서 제일 잘 나가는 직업은 의사?

얼마 전 대입 수능학능력시험이 있었다. 북한이탈청소년들의 경우, 남한에 오면 주로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가기 때문에 수능에 매달리는 남한 학생들의 모습이 
낯설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학교 선택은 장래 직업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탈북청소년도, 부모도 신경이 곤두서기는 마찬가지. 이번호에서는 탈북청소년들의  진로 이야기와 이들이 가장 어려워한다는 ‘남한줄임말’, 그리고  북한의 김장풍경에 대해 소개해본다.

북한에서도 남한에서도 '내 딸은 의사로~'

예전에 함경북도 산간지역에서 온 할머니, 아주머니 몇 분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북한주민들에게 인기 있는 직업’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서로 의견이 조금씩 달랐지만, 주로 식량을 관할하는 량정사업소, 생활필수품을 배급하는 상업관리소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했었다.
“어쨌거나 먹는 것이 최우선이니까요. 량정사업소나 상업관리소 사람들끼리 서로 자기네가 필요한 것은 주고받아요. 안면치기 하는(아는 사람들끼리 짜고 해먹는) 거지요.”

이미지 하지만 탈북대학생들은 의외로 의사나 약사 직업이 인기가 많다고 했다.
“남한에서는 ‘사’자 들어가는 직업을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북한에서도 의사는 선망의 직업이에요. 무료진료가 원칙이지만 환자들이 뢰물을 고이기(뇌물을주기) 때문에 얻는 것이 많고, 약 들어오는 거를 암시장에 팔아먹을 수도 있거든요.”
탈북여대생 A씨는 현재 회계학과에 다니고 있지만, 의대 진학이 가능한 학과로 편입하기를 원하는 엄마와 최근 갈등을 겪고 있다. 북한에서도, 남한에서도 엄마의 꿈은 딸을 의사로 키우는 것이라고.

“북한에서 공부도 잘하고 특히 수학을 꽤 잘했는데, 여긴 용어 자체가 달라요.”
예를 들어 남한의 ‘등호(=)’라는 말은 북한에서 ‘같기’라고 부른다. 함수나 방정식은 같지만, 피타고라스의 정리와 같은 외래어는 없다. 영어는 교사들도 ‘독학’으로 공부해서 가르치다보니 수준이 높지 않다고. 하지만 북한 학생들이 공부를 별로 안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특히 도시학교의 교육은 ‘완전히 스파르타식’이란다. 영어 단어를 못 외우면 집에 보내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그러다보니 북한 아이들도 깜뿌라찌(컨닝)를 한다. 남한과 마찬가지로 작은 메모지 등에 미리 답을 적어두는 것을 깜뿌라찌라고 한다.
A양은 남한의 시험 방식이 쉽다고 했다. 북한에서는 전부 서술형인데 남한에는 4지선다 문제가 많아서 좋다는 것.
“시험 답안을 찍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첨에 왔을 땐, 잘 찍기만 하면 되는데 왜 공부를 못하나, 참 이상하다 생각했어요.”

영어, 외래어보다 더 어려운 남한말은 바로 '줄임말'

A씨는 남한의 수험생도, 대학입시 문화도 참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 학생들은 수능을 위해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것 같아요. 하루 24시간 거의 잠도 안자고, 집에서는 수능생을 왕처럼 떠받들고요.”
야간자율학습, ‘야자’라는 단어도 생소했다.
“고등학교에 갔는데 선생님이 저녁에 집으로 전화를 주신 거예요. ‘야, 너 야자 안하고 어디 갔니?’ 하시기에 ‘집인데요? 야자가 뭐예요?’하고 물었죠. 야간에 학교에 남아 공부하는 게 야간자율학습이고 그걸 줄여서 야자라고 부른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이미지 실제로 나이와 성별을 막론하고 북한이탈주민들은 대체로 줄임말을 외래어보다 더 어렵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남자 탈북대학생 B씨는 ‘팀플’ ‘단톡방’과 같은 줄임말에 당황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과제를 하는데 1학년 때 처음으로 팀플을 했어요. 팀프로젝트라는 말을 팀플이라고 하더 라고요. 팀을 이뤄서 과제를 해야 하는데, 어떤 아이가 ‘형, 나중에 단톡방에 초대할게요’라고 말하는 거에요. 제가 ‘단톡방이 뭔데?’ 했더니 단체 카톡방(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 프로그램의 단체 대화방)이라고 알려주더라고요.”

물론 남한 말 속에 숨은 영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B씨는 학과 친구들에게 커피를 사서 돌리기로 했다.
“카페 갔는데 ‘포인트 적립시켜드릴까요?’라고 묻는 거예요. 포인트가 뭔지 몰라서 제가 ‘네? 네?’하니까 한번 째려보더니 그냥 카드 결재하시더라고요. 모르는 건 물어봐야 하는데 말투 때문에 저를 업신여길까봐 (무시할까봐) 묻지를 못하겠어요.”

북한의 김장 풍경, 땅에 묻어둔 김치맛 잊을 수 없어!

이제 얼마 안 있으면 김장철이 다가온다. 이들 탈북대학생들은 김장날을 ‘잔칫날, 잘 먹는 날’로 기억했다. 김장을 하는 게 그만큼 힘들기 때문.
“김장 한 번 하면 난리 나죠. 여기는 절임배추를 쓰더라고요. 근데 북한은 수돗물이 잘 안 나오기 때문에 강에 가서 배추를 씻어와야 해요. 추운데 구루마에다 배추 싣고 멀리 강가에 나가서 배추 씻는 게 장난 아니에요.”
북한에서는 전기가 드문드문 들어오고, 전기가 들어와야 수돗물을 쓸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쓸 만큼 받아 둬야 한다. 부유한 집은 지하수를 긷는 ‘펌프’가 있기 때문에 강이 너무 멀리 있는 동네사람들은 펌프가 있는 집에 줄서서 기다린다고 한다.

친구들과 PC방에서 온라인 액션 게임 즐겨요 양념재료의 핵심인 고추는 절구에 찧기도 하고, 방앗간에서 발을 이용하는 방아 도구로 빻아서 공수해 온다. 젓갈은 못 넣거나 대부분 멸치젓을 넣는데 잘 사는 집 김치는 젓갈 재료부터 다르다.

“명태김치 하는 집은 완전히 잘 사는 집이에요. 명태김치 진짜 맛있거든요. 돼지고기김치 있고 닭고기 김치도 있어요. 남한 식당에 가면 백김치도 나오던데, 북한에서는 고춧가루 없는 집이나 백김치를 담그기 때문에 남한에서 그걸 왜 먹지? 하고 이상하게 생각했었어요.”

김장을 하고 나면 남한에서는 돼지고기 수육을 갓 버무린 김치에 싸먹는데, 북한에서는 두부국과 흰 쌀밥을 먹는다고 한다. 두부국이란 된장 풀어놓은 물에 두부를 넣어 만든 음식으로, 남한의 된장찌개와 비슷하다.
“항상 옥수수밥을 먹다가 그날은 힘들게 일했으니까 흰밥을 먹는 거예요. 아빠는 농택(집에서 담근 소주)이 한 잔씩 하시고요.”

함경북도와 같이 추운 지방에서는 11월초쯤 김장을 한다고 한다. 이 지역 주민들은 이미 한바탕 전쟁을 치르듯 겨우내 먹을 김장을 마쳤을 것이다. 정성스럽게 버무려진 김치는 땅속 ‘김치움’에서 한창 감칠맛나는 발효를 시작하고 있을 것 같다.
“여기는 김치냉장고가 있지만 북한에서는 땅을 판 뒤에 이~따만한 독을 넣고 김치를 보관해요. 김장김치는 묵혔다가 여름에도 먹기 때문에 잘 사는 집은 여러 개 묻고요. 그런데 땅에서 꺼낸 김치는 땅맛이란 게 나요. 한겨울에 손 호호 불면서 김치움에 가서 김치를 막 꺼내면 그 맛이 진짜~ 좋거든요.”

<글. 기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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