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에 일조하였다. 박 대통령의 정상외교는 오바마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으로 시작되었다. 박 대통령 취임 후 다섯 번째로 만난 양국 정상은 3월 2일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를 충실히 이행하고, 북한의 위협에 대항하여 강력한 한·미 연합 방위 태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을 재확인하였다. 이어 이어진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삼국 정상은 북한에 대한 각국의 독자적 제재 조치를 조율하는 등 대북제재 공조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박 대통령은 또한 아베 수상과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북핵 실험 후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향후 대북 공조 방안을 논의하였다. 아울러 시진핑 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였다.
양자 및 삼자 정상회담뿐만 아니라 제4차 핵안보 정상회의에서도 북핵문제가 비중있게 다루어졌다. 본래 핵안보 정상회의에서는 핵안보와 핵안전이 중점적으로 논의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핵 문제가 직접 다루어진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2012년 서울에서 개최되었던 제2차 핵안보 정상회의에서 중국 등이 특정국가의 핵확산 문제를 의제화하는 것을 반대하였던 것과 대비된다. 북핵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엄중한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핵안보를 증진시킴에 있어 북한의 비핵화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일례로 박 대통령은 북한의 과거 사이버공격 및 무인기 침투 전력을 감안할 때, 북한이 이를 이용하여 원자력 시설의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였다.
둘째,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되었다. 2014년 3월 헤이그에서 개최된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이후 2년 만에 개최된 한·미·일 정상 회담은 그 만남 자체만으로도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북한의 점증하는 핵 및 미사일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삼각 안보협력이 본격적으로 추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이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연계를 통한 한·미·일 삼각 안보 협력관계의 증진을 유도하고 있음에도, 한국과 일본 양국 간의 역사적 구원, 일본의 우경화, 한국의 중국에 대한 고려 등으로 삼각 안보 협력이 활성화되어 있지는 못하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첫 번째인 한·일 정상회담이 2015년 11월에 개최되었고 12월에는 양국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합의안’을 발표하였다. 이로써 조심스럽게나마 삼각 안보협력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75분간 진행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삼국은 각국의 독자적 대북제재 조치를 조율하는 등 대북제재 공조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또한 회담 후 대언론 발표문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수상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3자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같은 맥락에서 한·미·일 정상회담 이후에 개최된 한·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수상은 한·일 간 군사비밀보호협정(GSOMIA) 체결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한·일 안보협력을 증진시키는 것에 대한 유보적인 목소리가 높다. 박 대통령이 3월 30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역사관과 전후 세대에 대한 왜곡된 교육을 지적한 것도 그러한 정서를 반영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 및 미사일 위협이 점증하면 할수록, 삼각 협력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될 것이다.
셋째,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대북제재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소원해진 한·중 관계를 복원시켰다. 양국은 북한의 핵실험 후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THAAD)의 한반도 배치 논의 등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일곱 번째인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양국 정상 간의 친밀감을 복원하기 위해 최대한 우호적으로 회담 분위기를 이끌어 갔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이 선물한 판다의 한국 도착에 사의를 표명했고, 타 국가 원수 중 시 주석과 가장 많이 정상회담을 가졌음을 언급하였다. 양국 정상은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가 발전해왔음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를 지속적으로 심화시키자는데 뜻을 모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시진핑 주석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였는데, 이는 향후 한국과 미국이 THAAD의 한반도 배치 논의를 재개한다면 한·중 관계가 경색될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한·중 회담에 앞서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시 주석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THAAD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였다.
종합하자면, 박근혜 대통령의 금번 연쇄 양자, 삼자, 다자 정상외교는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 강화, 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 추동, 대 중국 관계 복원에 기여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52개국 정상과 4개 국제기구 수장이 참석한 핵안보 정상회의가 개최된 4월 1일에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여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피력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5차 핵실험을 저지시키거나, 만약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할 시 더 강력한 유엔 대북제재를 위해서는 더욱더 긴밀한 국제공조가 요구된다. 한국은 금번 핵안보 정상회의 계기 한·중·일 연쇄 정상회담처럼, 다양한 다자외교의 장에서 주도적으로 양자 및 한·미·일, 한·미·중, 한·일·중 같은 소다자 외교를 적극적으로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사진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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