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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꿈꾸다│통일을 여는 사람들

‘위안부 피해할머니’ 주제로 한 작품, 북한주민도 공감할 것 뮤지컬 ‘꽃신’의 여주인공 강효성

“우리는 할매가 되가, 금방 죽어 없어져도 그림이랑 노래, 책, 그런 거는 오래 오래 남을 거 아이가. 민들레 홀씨 맨키로 약해보이도 그래도 그기 멀리멀리 날아 안 가겠나. 
우리를 오래오래 기억해주소. 그래야 다시는 그런 일이 안 생길 거 아이오.”

위안부 피해할머니를 주제로 한 뮤지컬 ‘꽃신’이 충남, 경기, 부산 등 총 3회 공연을 남겨놓고 있다. 뮤지컬 ‘꽃신’은 제작진과 배우의 재능 기부로 만들어져 주목받기도 했지만,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열연이 더욱 돋보이는 작품이다. ‘울다가, 울다가, 어지러워질만큼 브라보를 외치다’라고 쓴 한 관객의 후기처럼, 일제강점기 말 순박한 시골 처녀 ‘순옥’이 역사의 비극 속으로 휩쓸려가는 안타까운 여정을 춤과 노래로 안내하는 뮤지컬 ‘꽃신’의 히로인, 강효성 씨를 만났다. 뮤지컬 배우 강효성 씨는?

오디션 심사에서 '피해 할머니' 이야기 듣고 출연 결심

강효성 씨는 처음 이종서 대표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서 작품을 하나 만들어야겠다’며 출연제의를 했을 때, ‘그게 가능할까?’ 의구심을 가졌다고 한다. 작품 하나를 무대에 올리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다 배우오디션 공고를 올렸는데, 재능기부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지원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오디션은 무려 3차에 걸쳐서 진행됐고, 1차 오디션이 있던 날, 심사를 맡은 강효성 씨는 그곳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났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강효성 씨 “할머니 두 분이 오셔서 같이 심사를 했는데, 직접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안타깝고, 분해서 정말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나요. ‘해보자, 내가 이 분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어 출연하기로 결심했어요.”

예술감독이자 주연배우로서 강효성 씨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대본이다. 위안부 피해할머니들도 여자로서 숨기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텐데, 이 작품이 거꾸로 그들에게 상처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고증은 물론, 말 한마디, 호흡 하나까지 디테일한 부분들을 제대로 포착해내기 위해 수없이 대본을 검토했다.

'공연예술'로 승화시킨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삶

뮤지컬 ‘꽃신’은 여주인공 순옥과 윤재의 사랑이야기에 무게중심을 뒀다. 홀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순옥은 윤재와의 혼인을 앞둔 상황에서 동생과 함께 위안부로 끌려가고, 윤재 역시 강제징용을 당한다. 해방 후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여동생과 아버지는 죽고, 위안부로서 받은 상처 때문에 순옥은 윤재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고향을 떠난다. 엇갈리기만 한 두 사람은 나중에 영혼으로 만나 결국 꽃신을 신게 되지만 ‘순옥’으로 상징되는 위안부 피해할머니들의 짓밟힌 생애, 아픈 삶의 이야기는 관객들의 가슴에 비처럼 흩뿌려진다.
“뮤지컬은 다큐멘터리가 아니잖아요. 역사적 피해 사실에만 초점을 맞췄으면 작품이 너무 무거웠을 거예요. 인류 보편적인 주제인 ‘사랑’을 테마로 감성을 터치했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꽃신中 / 故 김순덕할머니의 작품 ‘끌려감’ 캐스팅도 국내 뮤지컬계에서 손꼽히는 배우들로 구성됐다. 순정남 ‘윤재’ 역은 서범석과 정찬우 씨가 번갈아 맡았고 일본군 장교 ‘하루코’ 역은 가수 윤복희 씨, 순옥의 아버지 ‘춘배’ 역은 탤런트 김진태 씨가 연기했다. 윤복희 씨는 강효성 씨가 직접 섭외했다.

“꽃신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윤복희 선생님께서 꼭 맡아주셨으면 하는 역할이 있다며 부탁드렸는데, 제목이 너무 마음에 와 닿는다고, 흔쾌히 승낙해주셨어요. 공연에 대해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열정적으로 참여해주셨어요.”

뮤지컬 꽃신, 인권을 이야기하는 공연으로 오래 남길

“말 한마디, 호흡 하나까지 디테일한 점들을 포착하는 과정에 있어서 다른 작품보다 더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그러나 ‘꽃신’은 작품성과 주제,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제작비 부족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초청을 통해 공연을 본 관객들로부터 찬사가 쏟아졌고 지난 6월 대구 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창작뮤지컬상과 여우조연상(윤복희)을 수상했지만 티켓 판매, 투자, 협찬 등의 반응은 기대에 못 미쳤다.

“대형 라이센스 뮤지컬은 외국에서 일단 인정을 받고 들여온 작품이다보니 투자가 많을 수밖에 없어요. 관객들 역시 검증된 작품을 보고 싶어 하는 것도 당연하지요. 하지만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도 필요하다고 봐요.”
게다가 경제적으로 일본과 연계돼 있는 기업들의 경우 아무래도 위안부를 주제로 한 작품의 후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효성 씨는 뮤지컬 ‘꽃신’이 앞으로 더 다듬어져 오래 남는 공연이 되어줄 것으로 확신했다.

“위안부피해 할머니들은 이제 쉰다섯 분밖에 안 계시잖아요. 이 작품은 할머니들을 대신해서 피해여성들의 인권을 이야기하고, 전쟁에 동원된 군인들의 정신적 상처도 보듬는 등 범인류적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한 작품으로 자리매김할 겁니다.”

남북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 '꽃신' 공연 북한 배우들과도 하고 싶어

강효성 씨는 지난 8월 중국 관계자들이 작품 ‘꽃신’을 관람한 뒤 주제에 공감하는 것을 보고, 북한주민들과도 ‘꽃신’을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에도 위안부 피해할머니들이 살아계시고, 실제로 인터뷰하시는 것도 봤어요. 이 작품을 북한 배우들과 함께 공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남북이 공유할 수 있는 주제로 예술교류가 활발해지다보면 통일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않을까요?”
꽃신中 강효성 씨는 1985년 남북한 예술단 교류 때 김백봉 씨 등 무용계 인사들, 연예인들과 함께 평양 공연을 다녀왔었다. 북한 관객들은 특히 화관무나 농악 등 전통공연에 큰 호응을 보였다고 한다. 공연을 마치고 나온 강효성 씨의 귀에 대고 ‘너무 잘했다우’라고 속삭였던 한 중년 여성수행원이 헤어질 때 많이 우시던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사실 평양공연 당시 누구보다 마음 졸이며 그녀를 기다린 분은 부모님이었다. 부모님에게 ‘이북 간다’는 말은 ‘영영 헤어짐’을 의미했다. 두 분 모두 북한에 고향을 둔 실향민으로, 이산의 아픔을 겪었기 때문. 강효성 씨의 할머니는 잠시 남쪽에 내려간 아들을 찾으러 내려왔다가 전쟁이 나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었고, 어머니는 5남2녀의 형제 중 네 명이 북한에 남으셨다고 한다.
“가끔 ‘아이고, 이젠 다 돌아가셨겠지’라고 말씀하시곤 해요. 갑자기 터진 전쟁 때문에 남편, 자식과 헤어져서 평생을 못보고 산다는 게 말이 돼요? 그리고 젊은 세대가 이젠 그 아픔을 공유하지 못한다는 것도 정말 안타까워요.”

“통일되면 그 어느 것도 무서을 게 없을 것 같아요”

강효성 씨는 이 작은 나라가 반이 갈리고, 그 주위에 강국들이 버티고 있는 상황이지만, 통일만 된다면 그 무엇도 두렵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기질이 그래요. 남북이 하나가 되면 일본이든 중국, 러시아든 그 누구도 우리를 함부로 대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러니 젊은 사람들도 개인주의적인 생각을 버리고, 통일로 인해 미래에 더 할 일이 많아진다고 생각하면, 통일 이야기가 결코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은 안 할 거예요.”
뮤지컬 꽃신 단체사진 그녀는 현재 공연 ‘마리아 마리아’ 투어를 준비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말까지 여섯 개 지역에 공연이 예정돼 있기 때문. 중간 중간 뮤지컬 ‘꽃신’ 공연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끝으로 그녀는 “꽃신을 만든 가장 큰 목적은 피해할머니를 위로하기 위한 것이기 그분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할머니들이 지난 23년간 매주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집회를 열고, 해외에서도 ‘위안부 기림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되는 등 지속적으로 이슈화되고 있지만, 정작 우리 국민들의 관심은 엷어지기만 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상황에서, 뮤지컬 ‘꽃신’이 위안부 피해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글. 기자희>

뮤지컬 '꽃신' 향후 공연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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