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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행복한 통일

Webzine Vol.43 | 20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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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43 | 20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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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통일 | 느낌 있는 여행

8월, 현혹되다 섬진강 그리고 곡성

차마 한낮의 햇살을 마주하지 못한 채 감은 두 눈꺼풀 위로 연초록 그림자가 아롱거린다. 사실 누군가 ‘예가 뭐 그리 좋은가’하고 묻는다면 딱히 건네줄 말이 없다. 그저 호남 땅을 가로질러 225km에 이르는 먼 길을 설렁설렁 흘러가는 섬진강물과 깊고 푸릇한 산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대지는 유순한 눈길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분명, 강물을 양식 삼아 터를 키운 호남 땅 대부분의 풍경 역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땅을 사랑한 어떤 이가 고백했듯 하늘을 닮은 강이 흐르고, 그 강 아래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담한 마을을 이루며, 그 마을로 향하는 길이 있어 마음으로 온기를 품게 되는 고장은 쉽게 객의 마음을 현혹시킨다. 17번 국도를 타고 섬진강을 따라 전남 곡성으로 향했다.

속이 빤히 드러나 보이던, 그 강물 ‘섬진강’

전라도 땅에서 나서, 지리산 자락의 청풍을 벗 삼아 경상도 남해로 흘러가는 섬진강은 그 속이 맑기로는 첫 손에 손꼽힌다. 의미 그대로의 맑은 정도야 사람 냄새 폴폴 풍기는 도시를 휘돌아가는 섬진강보다 내강들이 더 맑을 것이다. 다만, 섬진강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곡성에서 하동까지 이르는 구간만큼은 누구도 그 속은 반질반질한 조약돌의 머리맡이 빤히 보일 만큼 맑은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지리산 자락에서 솟아오른 물줄기가 더해져, 물길 역시 제법 깊고 넓다.

그 속 넓은 물줄기의 미끈한 움직임을 따라 유유히 흘러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곡성이란 이름 두 글자와 마주하게 된다. 지역의 3분지 2가 산세로 둘러싸인 고장은 조금만 햇살이 게으름을 부려도 금세 어둑한 인상이 된다. 표기는 다르지만 발음은 같은 영화를 보고 찾은 객이라면 흠칫 어깨를 움츠려도 여상하지 않을 분위기. 하지만 조금만 더 도심 안쪽으로 발길을 내밀어 보면 그 축축한 인상 너머 온화한 풍경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풍경 사이로 몇 주 사이 악착같이 제 몸집을 부풀리던 계절의 부피가 바람이라도 빠진 듯 조금 납작하게 느껴진다.

섬진강

기차는 칙칙폭폭 달린다, ‘섬진강기차마을’

여름 더위가 한풀 기세를 꺾은 사이, 몽글한 하늘 아래 늠름하게 가슴을 펴고 있는 열차와 마주했다. 곡성을 찾은 객이라면 반드시 한 번쯤 들린다는 곳, 섬진강기차마을이다. 철거 위기의 구 곡성역 근방을 기차 테마 관광단지로 새롭게 조성한 곳으로, 옛 영화에서나 본 직한 까만색 자태의 미카3 I29 증기기관차를 직접 타볼 수 있어, 인기다. 비록 10km 남짓의 짧은 구간이지만 증기기관차는 정말 칙칙폭폭 열심히 달린다. 특히 섬진강과 17번 국도, 물오른 여름이 한데 어우러진 풍광은 오래도록 시선을 떼기 어렵다.

이외에도 같은 노선의 폐 선로에서는 레일바이크를 탈 수 있으며, 실제 영화를 촬영했던 영화세트장과 장미정원 등 볼거리 역시 적지 않다. 시기상 ‘5월의 여왕’이라 불리는 절정의 장미를 보기는 어렵겠지만, 일조량 덕분에 10월쯤에는 가을장미도 볼 수 있다. 또한 마을 안에서 사라진 통일호를 개조한 숙소도 운영하고 있어, 긴 여행길이 고단했다면 잠시 쉬어가도 좋다.

미카3 I29 증기기관차 레일바이크

익숙한 옛 이야기의 추억, ‘심청한옥마을’

심청한옥마을곡성이 가진 여행지로서의 장점 중 하나라면 제법 이름난 관광지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점일 것 있다. 심청한옥마을 역시 섬진강기차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다. 증기기관차의 종착역인 가정역에서 곡성읍 방향으로 향하다 만나게 되는 옛 마을은 이름 그대로 전래동화의 한 페이지를 떠올리게 한다. 효녀 심청이 아버지 심봉사를 위해 공양미 300석에 바다에 몸을 던진다는 내용의 ‘심청전’이 인근의 관음사 원홍장 설화에서 시작됐다 하여 이곳 곡성에 이야기마을이 조성됐다.

그 이유야 어찌 됐든 긴 산자락 아래 자리한 마을에는 얼기설기 지푸라기를 엮어 올린 초가집과 기와집이 낮은 담장을 사이에 두고 있어, 옛 추억을 떠올리기에도 새로운 추억을 쌓기에도 부족하지 않을 경험을 선사한다.

심청한옥마을 이야기 동상

별무리 두 눈에 담아, 가슴에 남긴다 ‘곡성섬진강 천문대’

슬금슬금 걷다, 쉬다, 머물다, 떠남을 되풀이하는 동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제 잘 곳을 찾아 떠난다. 재촉하는 법 없는 곡성의 밤은 한낮의 열기가 제풀에 꺾이고, 민물고기의 비늘처럼 반질대던 섬진강의 반짝임마저 감감해질 때 비로소 시작된다. 주위가 온통 푸르스름한 어둠에 잠기기 시작했다면 고개를 들어 이번엔 하늘을 올려 볼 차례다.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이니 하늘에 박힌 별빛마저 총할 것이 기정사실. 혹시 고운 하늘 별빛을 조금 더 가깝게 두 눈에 담아 가슴에 남기고 싶다면 천문대 문을 두드리면 된다.

곡성섬진강 천문대에서는 3D천체영상, 낮 동안의 태양과 밤의 별을 관찰할 수 있으며, 별자리 강의도 들을 수 있다. 단, 그믐달이 뜨는 밤이 별을 관찰하기 가장 좋으며, 여름 이맘때는 오후 8시 반이 넘어야 제대로 별자리를 감상할 수 있다.

곡성섬진강 천문대

다시 맞은 아침, 무던했던 마음조차 떠남이 아쉬워 주춤대는 동안에도 강물은 흐른다. 계절도 흐른다. 여전히 뜨겁고 긴 한 과 깊지 않은 밤이 그리 싫지 않다 여겨지는 것은 이미 이 계절에 현혹돼서 일 것이다.

참고로 동명의 영화는 이름만 빌린 것이 아니라 영화 속 인상적인 몇 장면을 이곳 곡성에서 촬영했다. 딸과 오토바이로 달리던 메타세쿼이아 길, 주인공이 들락거리던 경찰서 등은 그리 넓지 않은 곡성을 여행하다 보면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된다.

<글.권혜리 / 사진.신영민>

※ 웹진 <e-행복한통일>에 게재된 내용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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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전체 기사 보기 기사발행 : 2016-08-16 / 제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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