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통일, 경제가 말한다’를 주제로 열린 제17차 남북관계 전문가 토론회. 현경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의 인사말(맨 위 왼쪽)을 시작으로 제1세션과 제2세션으로 나뉘어 열띤 분위기 속에서 토론이 진행됐다.
제17차 남북관계 전문가 토론회가 ‘통일, 경제가 말한다’를 주제로 11월 26일부터 이틀간 제주 서귀포 KAL호텔에서 열렸다. 민주평통과 한국개발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통일 관련 전문가 및 학계 인사 23명이 참석해 남북한 경제를 분석하고 북한 경제의 개혁·개방 문제 등을 논의했다.
북한 경제가 과거에 비해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는 진단이 나왔다. 제17차 남북관계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한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예상과 달리 3년 넘게 물가와 환율 등이 안정적인 하향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추세가 형성된 것은 아니나, 위기 요소에 적응해가는 과정에 있다”고 진단했다.
문성민 한국은행 북한경제연구실장도 “북한이 남북 교역이 중단된 이후 북·중교역에 치중하면서 시장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라며 “민간 차원에서 달러 사용이 느는 등 변화의 움직임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중호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위원도 “최근에 나진·하산 프로젝트와 관련해 일부 금융기관이 현지에서 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결과 생각보다 나쁘지 않게 나온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눈에 드러난 사실이 곧바로 진실이라고 볼 수 없는 만큼 좀 더 면밀하고 치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현경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국민의 강력한 지지와 굳건한 한미동맹,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통해 북한이 먼저 남북 협상에 매달리는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오늘 토론회가 대북 경제 지원 문제 등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돼줄 것”을 당부했다.
토론회는 조병구 한국개발연구원 북한경제연구부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토론자로는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글로벌협력연구부장, 이상준 국토연구원 한반도동북아연구센터장,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남훈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이석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김경술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근식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영희 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 김중호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위원, 문성민 한국은행 북한경제연구실장,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유라시아·북한연구센터 소장,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 교수,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이재호 중소기업연구원 경영기획실장,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은이 경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연구교수,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최수영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최준욱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북한도 남한처럼 인구 고령화 문제 겪을 것”
제1세션(남북 통합의 경제학-성과와 이슈)과 제2세션(통일 이후 경제 통합과 경제정책)으로 나뉘어 진행된 토론회는 6시간 동안 이어졌다. 1세션 발제를 맡은 정형곤 선임연구위원은 “평화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고 급속한 동북아 정세 변화에 대응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저하를 막기 위해 북한 경제 개발 전략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 작업이 이뤄져왔다”며 “수출 지향적인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를 선택한 한국 경제 모델의 북한 경제 적용 여부 등 남북 균형 발전을 통한 통일비용 절감 방안을 깊이 있게 연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농업, 국토 개발, 산업, 국방 등 각 분야별로 남북 경협 방안을 진단했다.
김영훈 연구부장은 “북한 농업의 자생적 변화를 촉진하려면 북한 지역이 남한에 비해 비교우위를 가진 것을 집중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준 센터장은 국토 개발 분야와 관련해 향후 주요 과제로 △북한 내 노후된 도시시설 정비 △용수 공급 △남북한 연결 인프라 구축 등을 제시했다.
이석기 선임연구위원은 “내년 상반기부터 북한 기업의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서비스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남훈 책임연구위원은 “북한도 인구 구조가 바뀌는 등 고령화가 현실화되고 있어 군 인력 확충에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문성민 연구실장은 “독일 통일 당시 통화 통합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 통일 이후 정치·경제 통합 유형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통화 통합 방안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2세션 발제에 나선 이석 연구위원은 “정치적 통일에 따른 경제 통합 문제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현실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거시경제 정책이 필요하다”며 이에 대한 다각적인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박찬봉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이날 “민주평통이 과제 중심의 접근보다 통일 준비에 필요한 체계적인 전략을 짜는 방향으로 가려 한다”며 이에 대한 학계의 지속적인 협력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