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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중 3국 정상회의 의미와 과제

한국 외교 ‘3국 대화’ 복원 주도
동북아 ‘안정과 협력’ 이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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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1월 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일·중 정상회의에 앞서 3국 정상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박근혜 대통령, 리커창 중국 총리.

한국에서 열린 한·일·중 정상회의는 갈등 관계의 3국 정상이 만나 서로의 입장을 전달하고 문제를 공유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를 주도한 한국의 역할과 외교적 정체성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지난 11월 1일 한·일·중 3국 정상회의가 3년 반 만에 청와대에서 열렸다. 3국 정상은 이 회의를 마치면서 “3국 협력이 완전히 복원됐다”고 선언하고 5개 분야에서 56개의 협력 사안에 합의했다. 이 회의와 합의의 의미는 결코 가볍게 볼 게 아니다.

3국 정상회의는 우리에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로 기억되는 1997년 동아시아 금융 위기가 시발점이 됐다. 1997년 12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은 창설 30주년 기념 정상회의에 아시아 금융 위기 등 초국가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한·중·일 3개국 정상을 동시 초청해 제1차 아세안+3 정상회의를 개최해 아세안+3 체제가 발족했고, 아세안+3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기회를 활용해 1999년부터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열리기 시작한 것. 그러다가 2008년부터 아세안과 별도로 3국을 돌아가며 개최됐으며, 2011년 서울에 상설 사무국을 설치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2012년 5월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이렇게 열리고 중단됐던 사실 자체가 의미심장하고, 그런 만큼 이번에 재개된 것 역시 큰 의미가 있다.

3국 모두 국가 대전략 모색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아세안으로 통합을 가속화하면서 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을 대화 상대국으로 초청하고 한국, 중국, 일본이 그 기회를 이용해 대화하다가 한·중·일 정상회의로 발전시킨 것 등은 모두 체계적 차원의 변화에 대한 대응이었다. 즉, 냉전 종식 및 구소련 해체, 유럽 통합 가속화, 중국의 급부상 등 중대한 변화가 한 세대가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중첩적으로 일어났다. 그에 따라 각국은 그 같은 변화의 의미를 파악하고 그것이 자국 이익에 미칠 영향을 재면서 그에 맞는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데 골몰해왔다. 곧 국가 대전략(Grand Strategy)의 모색이다.

3국 정상회의가 2012년 이후 3년 반 동안 중단된 것은 2012년 말과 2013년 초에 거의 동시적으로 3국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 것과 무관하지 않다. 새로운 정권이 새로운 국가전략을 모색하고 추구하는 과정에서 3국 사이에 이해와 인식의 갈등이 불거졌다. 그에 따라 3국 협력에 균열이 생겼고, 그 결과 ‘연례 행사’로 기대됐던 정상회의가 3년 이상 열리지 않았던 것이다.

먼저, 도광양회(韜光養晦), 즉 클 때까지 몸을 낮추라는 덩샤오핑의 가르침을 따르던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 취임을 계기로 대국굴기(大國?起) 행보를 가속화하고 ‘신형대국관계’라는 이름으로 미국에 버금가는 지위를 주장하고 나섰다. 국력이 커졌으니 그만큼 역할을 하고, 그만큼 이권을 주장하겠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해군력 증강에 집중 투자하면서 동중국해, 남중국해 등 영토 분쟁 지역에서 그 입장을 강화, 또는 경화(硬化)하고 있다. 즉 전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양보와 타협 여지를 줄이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실력 자원에 투자하고 있다. 동시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일대일로(一帶一路) 같은 지경학적 구상으로 아시아 지역 영향력 증대를 꾀하고 있다.

그에 질 수 없다는 것이 일본 입장이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동아시아 근대화를 선도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현실적으로 2010년까지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유엔 등 국제기구를 재정적으로 지탱했다. 그런데 그에 어울리는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총리가 매년 교체되는 국내정치 불안으로 국제무대에서 주변국으로 전락했다.

2012년 12월 재집권한 아베 총리는 그것을 바로잡겠다는 공약과 정책으로 장기집권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발표한 ‘아베 담화’에는 그 같은 인식이 그대로 녹아 있다.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역사 문제에서 양보하지 않으면서, 미국의 정책에 편승해 안보법제라는 편법을 통해 사실상 개헌에 성공했다.

그 사이에 한국이 있다. 북한의 세 차례에 걸친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개발, 2013년 봄과 올해 8월의 한반도 군사적 위기 등 북한의 위협이 가중되면서 한국으로선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가 더욱 중요해졌다. 반면 중국과의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증가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정치적 갈등이 커지면서 외교적 처신이 곤혹스러워졌다. 국내 언론은 외교적 궁지에 처한 정부의 ‘안이한 인식’을 비판하며 사회적 논란을 초래했다. 일본 인사들은 노골적으로 한국의 ‘중국 경사’를 비웃으며 그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그 속에서 한국은 다양한 외교적 구상으로 새로운 국가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국가전략이란 곧 국가정체성에 바탕을 둔다. 중국은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활’을 세계에 과시하고자 한다. 일본은 과거를 떨치고 ‘정상국가’로 거듭나고자 한다. 정체성의 중심에는 역사와 영토가 있다. 국경을 접한 나라 사이에 역사 해석의 차이와 영토 분쟁은 거의 불가피하다. 그것이 지속되면 상대의 적대성을 과대평가하고 자신만의 정당성을 고집하는 비대칭적 인식이 자리 잡는다. 그러한 비대칭적 인식이 국가 사이에 대칭적으로 대립하면 풀기 어려운 안보 딜레마가 생성된다.

3국 간 안보 딜레마 심화 일단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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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근혜 대통령이 11월 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러한 위험을 배경으로 열린 이번 한·일·중 3국 정상회의는 세 가지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첫째, 3국 사이에 안보 딜레마가 심화되는 것에 일단 제동을 걸었다는 점이다. 미국, 중국, 한국 등 3국이 타국의 행보를 각자 자국의 입장에서 해석해 때로 오해를 초래하고 그 오해가 맞물려 갈등을 확대재생산하는 것이 안보 딜레마다.

물론 역사 인식과 영토 문제는 절충이 어렵고 이번 정상회의에서도 “역사를 직시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정도로 피해갔다. 그렇더라도 3국 정상이 만나 그 입장을 서로 전달하고 문제의 존재를 서로 인식한 것만으로도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둘째, 더 중요한 것은 민간 차원이다. 3국 관계는 한국·일본·중국이라는 이름, 혹은 그것을 대표하는 박근혜·시진핑·아베 3인의 관계가 아니라 한국의 5000만, 중국의 13억, 일본의 1억3000만 인구 사이의 관계다. 교통·통신기술 발달과 국가 경제의 세계화로 3국 국민은 알게 모르게 밀접한 관계를 맺고 이를 심화시켜 왔다. 그 관계는 정부 사이의 외교적 관계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외교적 관계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한다. 지난 수년간 악화된 외교관계로 말미암아 주춤하고 굴곡을 겪었던 그 관계가 다시 정상적으로 굴러갈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그 만남을 한국이 주도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속에서 어떤 역할과 위상을 추구해야 할지, 다시 말해 대한민국이 어떠한 외교적 정체성 위에 어떠한 국가전략을 추구해야 할지를 잘 보여준 사례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에서 새로운 왕조가 들어설 때마다, 일본이 흥기(興起)할 때마다 외세의 침공에 시달리고 몰려오는 서양 열강 사이에서 전전긍긍했던 역사가 있다. 그 같은 역사에서 자기도 모르게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와 같은 자기정체성이 우리의 인식에 자리 잡았다.

지난 10여 년간 우리 사회를 분열시켰던 외교적 논란, 예컨대 주한미군의 소위 ‘전략적 유연성’이나 제주 해군기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그 같은 인식에서 출발했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미국인가, 중국인가’라는 식의 질문, 또 소위 ‘안미경중(安美經中)’, 즉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절충안이 회자되는 것도 그 같은 피해의식의 발현이라 할 수 있다.

피해의식 극복하고 약소국 희생 견제해야

이제 그 같은 소극적 자기정체성을 극복하고 새로운 정체성 위에 새로운 국가전략을 추구할 때가 됐다. 첫째,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와 같은 피해의식을 극복해야 한다. 세계 10위권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보유한 우리나라는 이제 웬만한 강대국의 침공을 억지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니 ‘새우’와 같은 자기비하는 터무니없다.

둘째, 피해망상을 극복하고자 과대망상에 빠져서도 안 된다. 사실 과대망상과 피해망상은 동전의 양면과 같기 때문에 과대망상에 빠진다는 것은 피해망상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세계적 차원의 세력균형을 좌우하고 약소국 위에 군림할 수 있는 강대국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중견국이다. 중견국은 이름만으로 대단한 것은 아니다. 강대국 앞에서는 꼬리 내리고 약소국 앞에서 우쭐하는 그런 좀스러운 나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견국이라는 이름값을 하는 행태적 정체성을 수립해야 한다. 오늘날 세계에는 193개의 주권국가가 있다. 소위 강대국의 수가 한 손에 꼽힌다면 대다수는 중견국 또는 약소국이다.

강대국들이 세력균형 정치를 통해 세계의 정치·군사적 안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면 중견국에는 법과 규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외교 기치로 내세워 국제사회의 안정과 평화에 독자적인 기여를 하는 본연의 기능이 있다.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대다수를 이루는 중견국, 약소국들과 연대해 강대국들의 세력균형 정치가 약소국의 희생을 바탕으로 전개된 과거 형태를 재연하는 것을 견제하는 소위 ‘연성균형’(Soft-balancing) 역할을 할 수 있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외교적 정체성이다.

중국과 일본 관계가 자칫 동아시아에서 서로 우세를 다투는 강대국 정치로 전개되고 그것이 상호 불신 속에서 안보 딜레마의 악순환을 초래한다면 양국뿐만 아니라 지역 내 많은 국가가 피해를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한·일·중 3국 정상회의가 한국 주도로 3년 반 만에 재개됐다는 것은 지역 질서 안정과 대한민국의 외교적 정체성 확립이라는 차원에서 하나의 외교적 업적이다.

단, 하나 명심할 것이 있다. 정체성이란 스스로 주장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남이 인정할 때 자리를 잡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이 그런 정체성을 인정하고 말고는 말이 아니라 행동에 달렸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동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 속에 새로운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자리를 굳혀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정체성에 따른 외교정책 담론이 전개되어야 한다. 그에 따라 정부가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할 때 대한민국의 새로운 정체성은 세계 속에 자리를 잡고, 우리 국민의 마음속에 더욱 깊이 뿌리를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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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정치학 박사.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및 외교안보연구실장 역임. 현재 한국국제정치학회장, 중앙대 국가대전략연구소장, 외교부·통일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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