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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호 > 특별좌담

특별좌담

“스마트한 통일외교로
국내외 통일 공감 확산 서두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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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격변하는 한반도 주변 정세를 진단해보고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전문가 좌담회가 열렸다.

북한 핵문제가 우리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가운데, 미중과 중일 등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마치 19세기 말을 연상시키는 심상찮은 동북아 정세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남북관계와 국제관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북한 핵문제 해법과 한반도의 평화를 앞당길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해보았다.

■ 일 시 : 2013년 10월 18일 오후 6시
■ 사 회 : 유호열(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참석자 : 김태현(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종국(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한용섭(국방대 교수) _이상 가나다 순.

유호열 한반도 주변 정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징후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고, 미국과 중국이 신형대국관계라는 개념 속에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중일관계와 한일관계에 긴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한반도 주변국들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를 논의하고 있지만 사전 조치 문제와 관련한 이견으로 난항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박근혜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과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통한 통일 환경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먼저 여기에 대한 주변국들의 반응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한용섭 북한도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뢰 프로세스의 내용이 뭔지 기다리는 측면이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지지하는 것 같고, 일본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듯합니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은 경제적 상호협력에 비해 미흡한 안보 분야의 협력을 발전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신안보 정책과 맞으니 찬성하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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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첫째는 우리의 포석이 미국이나 중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하고,
두 번째는 복합적인 시야를 가진 외교적 역량이 있어야 합니다.

김태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만나서 싸우는 한이 있더라도 결국 만나자는 뜻이거든요. 만나되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상호주의를 실천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결국 핵문제로 연결되는데, 핵문제야말로 동북아 차원의 문제입니다.

지역적 차원에서 안보적 현황과 같이 풀어가야 하는 문제인데 ‘아시아 패러독스’라는 말이 보여주듯이 아시아 각국은 오히려 점점 더 거리가 멀어지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걸 다잡아서 핵문제를 풀어가는 순조로운 환경을 만드는 측면이 있을 것 같습니다.

유호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나아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등에 대해 일본 학자들 사이에서는 냉소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왜 그런 것인지 일본 전문가로서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이종국 유 교수님 말씀처럼 일본은 냉소적입니다. 지금 일본은 한국, 중국과의 사이가 별로 안 좋기 때문에 북한 카드를 쓰고 싶어 합니다. 아베 측근인 이지마 이사오 내각관방 자문역이 총련 본부 매각 문제 때문에 북에 갔다 왔는데, 뭔가 메시지를 들고 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베 총리도 관방장관 시절 두 번 방북해서 김정일과 고이즈미 사이에서 협상을 이끌어낸 경험이 있습니다. 핵문제는 일본도 대화와 압력 중에 압력에 무게를 두는 것 같습니다.

유호열 핵문제를 풀기 위해 한반도 주변 모든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6자회담이 재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6자회담을 재개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취해야 할 사전조치에 대해 각국 간에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김태현 핵심은 비핵화입니다. 6자회담은 그것을 위한 수단인데, 이제 10주년이 된 만큼 제도적 인프라가 갖춰졌고, 2005년 9·19 공동성명 같은 나름대로의 합의도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북핵 문제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미국은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 회담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우리 정부도 회담을 위한 회담은 의미가 없다고 하는 상황입니다.

중국은 의장국 위치이고, 신형대국관계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하지 않으면 체면이 안 서는 측면이 있습니다. 러시아는 쓸 수 있는 카드가 없어서 어떻게 풀어갈지가 문제입니다. 일본은 북한을 더 압박해서 유리한 고지에서 협상을 재개해야 된다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중국만 비교적 적극적이고 한·미·일은 소극적인 상황입니다.

한용섭 지난 3월에 북한이 핵전쟁 위협을 했기 때문에 한·미·일은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를 밝혀야 협상을 재개할 것입니다.

문제는 지금 같은 교착상태가 오래가게 되면 북한 입장에서 4차 핵실험을 해서라도 한반도 위기를 조성해야 미국이 핵회담에 반응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만난 박근혜·시진핑 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북한은 4차 핵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했습니다. 북한은 이미 3차례 핵실험을 했고 핵보유가 현실화된 상황입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3월에 북한이 핵 위기를 고조시켰을 때, 미국이 B-52, B-2, 핵잠수함, 항공모함을 파견하면서 한반도에 위기가 고조되었을 때 전쟁이냐 협상이냐 하면서 북한을 협상으로 끌어들일 찬스가 있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유호열 북한이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6자회담에 나온다면 이는 그들이 주장하는 핵군축 협상으로의 전환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말씀이신데 북한이 결국 핵을 포기하면서 6자회담에 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지, 또는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관련 국가들이 사용할 수 있는 당근책이 있을까요?

한용섭 현재로서는 당근을 줄 만한 모멘텀이 안 됩니다.

유호열 그럼 결국 6자회담이 재개되려면 미국이 대북 압박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말씀이신데 그렇게 했을 때 6자회담 재개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이 조성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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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종국 동북아역사재단 연국위원

스마트한 외교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강한 경제력과 외교력을 가지고 주변 4개국에 비핵화 협상에 들어오면 어떤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또, 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종국 6자회담 중에서 4차 때가 아주 중요한 회의였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소극적으로 나왔습니다. 김정일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이 상당한 피해를 보았지요. 중국은 기본적으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습니다. 일본은 글로벌한 시각에서 안보정책을 전개하면서도 미국과 공조를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는 입장입니다. 일본은 미국이 6자회담에 허들을 만들어놓으면 그에 따라 움직일 것입니다.

유호열 6자회담만 놓고 보면 중국과 러시아, 일본과 미국 그 중간쯤에 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6자회담과 관련해서 우리는 중간에서 양쪽의 지지를 받아야 하고 양쪽과 다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우리 정부가 그런 중간자적 또는 중간외교를 할 역량을 갖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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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용섭 국방대 교수

우리가 주변 4국을 상대로 정상외교와 전략대화를 통해서 ‘대세는 결국 한국 중심의 통일이다. 그러면 중국, 일본,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러시아에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라는 공감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한용섭 상당히 스마트한 외교가 필요합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진 상태에서 비핵화를 하는 것은 매우 힘듭니다. 대신 북핵 위협이 현실화되면서 한중 간의 관계가 상당히 가까워졌습니다. 앞으로 북한이 협상에 나서도록 당기는 요소가 있어야 합니다. 한국이 중간에서 북한을 제외한 4개국과 늘 협의하면서 비핵화 협상에 들어오면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는 신호를 자꾸 보내야 합니다. 북한의 반응이 없으면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까지 끌어들여 경제 제재를 더 강화시켜 완전히 고립될 수 있다는 두 가지 신호를 보내야 협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종국 우리가 한국형 안전보장의 개념을 재정립해야 합니다. 한·미·일 상호 의존성이 낮아지면서 마이너스적 요소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우리와 북한이 앞장서고 주변 4강이 도와주는 ‘2+4’ 구도 속에서 통일을 이루려면 우리가 아주 강해야 합니다. 한 교수님이 말씀하신 스마트한 외교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강한 경제력과 외교력을 가지고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한·미·일의 동맹관계도 그냥 있는 것이 아닙니다. 환경이 변함에 따라 동맹관계를 수정할 줄 알아야 하는데 우리는 그런 노력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일본도 그동안 수정하면서 고충이 많았고 우리는 타이밍을 더 놓쳤습니다.

유호열 중견국가, 중견외교, 균형외교가 박근혜정부가 지향하는 대외관계와 대외정책의 목표이고 비전인데 이제는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의지를 피력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전략과 정책을 추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과 조건만으로 우리의 중견외교가 실현되거나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미사일 방어망인 MD에 대한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우리는 미국 주도의 MD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 같은데, 우리가 ‘한국형 md’를 가지고 북핵 위협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을까요? 또 미국 주도의 MD에 들어갔을 경우 발생할 이득과 손실, 반대로 들어가지 않으면 생기는 불이익은 없을까요?

김태현 중국은 미국의 MD 구축 명분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어떤 걸 제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과 미국의 MD 문제는 타협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굳이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할 필요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무조건 미국 편을 들고 중국은 아니라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 이익에 따라서 어떤 현안에서는 중국, 때로는 미국의 편에 서야 합니다. 그러려면 두 가지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첫째는 우리의 포석이 미국이나 중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하고, 두 번째는 복합적인 시야를 가진 외교적 역량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과연 그것을 가지고 있느냐가 문제죠.

이종국 덧붙여 말하면 일본은 MD에 적극적으로 가입한 효과가 있어요. MD의 중심기술은 일본 기술입니다. 일본은 MD를 통해, 미국을 통해 한국과 중국한테 비난받지 않고도 군사기술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지요.

한용섭 MD와 ‘한국형 md’에 대해 확실히 구분하고 넘어가죠. 북한의 핵무기가 미 본토에 도달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MD로 방어가 가능하지만 한국은 너무 가까이 있어서 소용이 없어요. 그런데 한미 미사일지침에 의해 우리는 300km 이상 나가는 미사일을 개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북한의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잖아요.

작년에 이명박 정권이 이 규제를 풀어달라고 해서 풀렸고 사실 우리는 1000km를 원했지만 중국 입장을 생각해서 800km로 제한을 했지요. 우리 자체 능력으로 개발하는 것을 중국, 일본을 생각해 제한했는데 이것이 한국형 md 미사일 방어예요. 미국의 MD와 우리의 md를 혼동해서 우리가 미사일 방어능력을 갖추는 것을 제한하면 안 됩니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가 방어 능력이 없다면 북한은 우리를 협상 상대로 여기지 않습니다. 우리가 북한의 미사일을 탐지하고 식별하는 능력을 갖추기까지 주한미군이 그것을 제공해주겠다는 것을 미국의 MD에 편입하는 것으로 오해하면 안 됩니다. 중국은 우리가 미국의 MD에 편입되는 것을 우려합니다. 이것을 대중 외교의 지렛대로 삼아야 합니다.

유호열 올해가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사실상 전쟁 상태를 일시적으로 중단한 채 60년이 지났다는 의미일 뿐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어떤 수순을 거쳐 평화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견을 나눠주셨으면 합니다.

이종국 북한의 김계관이 1996, 97년쯤에 3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남북 간에 평화조약으로 이어지게 한다는 구상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어요. 1단계는 정전협정에 조인한 미국, 중국, 북한이 정전협정이 기능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평화협정을 맺자는 거죠. 2단계는 중국 대신에 한국이 참가해서 미국과 남북한이 정전협정을 체결하고 유엔군사령부는 해체하는데 주한미군에 대해서는 반대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죠. 3단계는 1991년의 남북 기본합의서를 기초로 해서 평화조약을 체결하자는 것이었죠.

북한은 계속해서 북미관계를 고집할 텐데, 김정일 때하고 김정은 때가 어떤 형식으로 달라질 것인지를 보면서 평화체제를 준비해야 합니다. 동서독 이야기를 많이들 하는데, 1970년대 서독은 매우 힘이 셌습니다. 우리도 휴전협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가를 구체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만들면서 중간 로드맵을 만들어놓고 있는지 점검해보아야 합니다.

한용섭 이 박사님이 이야기한 ‘2+4’의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이명박 정권 이전까지는 있었는데 없어져버렸어요. 핵과 경제 부문만 있었지 평화체제라는 논의가 그동안에 상당히 생략됐습니다. 박근혜정부가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국정 4대 기조로 내놨는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어떻게 할지 지난 정부들이 했던 것처럼 전문가들을 동원해서 활발한 토의를 거쳐 복안을 마련해놓고 있어야 합니다.

김태현 북한은 우리한테 공갈 협박을 해서 항복을 얻어내긴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6자회담이 재개되기까지 북한을 어떻게 유도해가느냐 하는 전략이 있어야 합니다. 남북한 관계에 대해 김계관의 아이디어가 됐든 기본합의서의 내용이 됐든 준비를 해놓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유호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나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위해 남북 간의 협상과 합의가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모든 과정은 한미동맹, 또는 미중 간 합의가 핵심 관건이라고 보입니다. 무엇보다 최근 신형대국관계라 일컬어지는 새로운 미국과 중국 간의 역학구도 속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우리 나름의 역할을 수행할 그런 공간이 있을까요?

한용섭 중국은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해 북한과 거의 비슷한 입장인 것 같아요. 핵 협상과 평화체제 협상을 병행해야 된다는 주장을 합니다. 그런데 미국은 핵문제만 해결되면 한반도에 적당한 수준의 긴장이 있는 것도 나쁘진 않다는 현상 유지 정책 같아요. 답답한 건 우리입니다. 우리는 핵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남북한 간의 군비경쟁 같은 문제가 항상 존재할 겁니다.

이종국 미국과 중국이 전략적인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합치된다면 북한과 중국은 서서히 멀어져갈 수 있다고 봐요. 문제는 우리죠. 신뢰 프로세스는 결국 긴장 완화 외교거든요. 긴장 완화 외교가 잘되기 위해서는 우선 동맹국과 잘 지내야 하고, 그 다음에 동맹국 아닌 국가들과 외교공간을 넓혀나가야 됩니다.

그러니까 스마트한 외교를 해야 되죠. 긴장완화 외교를 좀 더 체계화해서 미국이 중국과 협상을 할 때 잘 진행이 안 되면 우리가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공해줄 수도 있어야 한다는 거죠. 미국과 구 소련이 협상을 할 때 서독과 일본이 자료를 제공해줬듯이 우리도 그런 역할이 필요합니다. 작은 외교를 하면서 우리의 입지를 잘 설명해주면, 우리의 입장이 잘 반영될 것이고, 이게 좋은 외교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유호열 북한의 급변사태가 발생하여 한반도에 위기가 고조될 때 주변국들의 움직임에 대해서 전망을 해주시지요. 우리 역시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에 따른 여러 가지 대응책을 수시로 점검하고 보완해야 할 것인데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신 전문가 여러분들께서도 고견을 주시면 자연스럽게 우리가 통일로 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되는지 짚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용섭 지금까지는 북한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한미 연합군이 북한에 진출해서 안정을 유지하고 평화통일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중국 군부도 개입 계획을 연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급변사태가 일어났을 때 무력분쟁으로 가지 않도록 막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미국이 중국을 압록강, 두만강 국경 바깥에서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선 북한의 지도부가 무력분쟁으로 끌고가지 않도록 남북한 간의 신뢰가 어느 정도 구축돼 있어야 합니다.

김태현 한반도 급변사태 때 외세의 개입은 청일전쟁을 생각하면 됩니다. 동학전쟁이 일어났는데 조선이 감당할 능력이 없으니까 일본과 중국이 자기네들 이익을 보호하겠다고 온 거 아닙니까? 만약에 한반도에 비상사태가 나면 주변 국가가 개입할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 되면 우리 정부는 어떻게 할지 미리 생각을 해둬야 합니다. 어떤 형태로든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주변국이 반대는 하지 않는 최소한 소극적인 지지를 받아야 하고, 주변의 적극적인 도움도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을 평소에 구축해나가야 합니다. 결국은 공감대의 문제인데, 통일 문제를 둘러싼 남남갈등이 워낙 많아서 통일국가의 위상에 대한 국내적 합의가 도출되느냐가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

이종국 북한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일본은 집단자위권 문제 등으로 자위대가 국방군으로서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군사국가로서 확실히 자신들의 역할을 담당할 것입니다. 이럴 때 통일 문제에서 일본이 우리를 소극적으로 지지해줄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제가 알기로 일본은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 준비를 어느 정도 끝내놓고 있고 북한에 인프라를 어떻게 할지도 다 계산해놓고 기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통일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국가들은 많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독일 통일 때도 주변 국가가 대부분 반대했습니다. 영국도 반대하고 프랑스도 반대하고 다 반대했는데, 그것을 봉합할 수 있는 힘은 정책이라든가 리더십에 의해서 나왔습니다. 그것은 국내정치와도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평상시에 국내정치를 안정시키는 것도 통일외교에 굉장히 중요한 측면입니다.

일본 내부에서 통일을 지지하는 여론의 편차는 상당히 큽니다. 따라서 저는 우리의 의지를 어떻게 일본에게 보여주느냐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 통일이 일본의 국익에 플러스가 된다는 것을 잘 설명해주어야 합니다.

한용섭 통일외교,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주변 4국을 상대로 정상외교와 전략대화를 통해서 ‘대세는 결국 한국 중심의 통일이다. 그러면 중국, 일본,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러시아에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라는 공감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북한의 동맹국이지만 한일관계가 틀어지면서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분위기가 있으니 그런 여지를 잘 활용해서 한중관계를 더 발전시켜놓아야 합니다. 일본은 우리의 전통적 우방국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존재해왔던 포괄적이고 중층적인 네트워크를 계속 살림으로써 한일관계를 한쪽으로만 쏠리게 하지 말고, 냉온 복합적인 관계를 발전시켜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국내에서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남남갈등이 증폭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데, 여기서 평화의 상징인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에 자주 초청하여 폭넓은 토론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부가 단합되어 있어야 통일외교를 잘 전개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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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박근혜정부가 지향하는 중견국가, 중견외교, 균형외교를 구현하고 동북아의 위기를 우리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정부는 물론 정치권과 국민들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유호열 오늘 전문가 여러분들을 모시고 한반도 주변 정세를 살펴보니, 북한의 핵문제도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지만 미중, 중일관계 등 큰 틀에서의 각국 간 첨예한 이해 갈등 역시 우리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자 위기로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19세기 말 때처럼 우리의 입장과 역량이 고래 싸움에 낀 새우처럼 그렇게 빈약하지만은 않다는 데 대해서 전문가 여러분들께서 대체로 공감하였듯이 결국 우리의 의지와 전략이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는 데 대해 매우 고무적인 평가가 이루어졌습니다.

중견국 외교, 통일외교는 바로 이와 같은 현실 인식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담고 있으며 박근혜정부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은 이러한 의지와 전략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북아의 위기를 우리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정부는 물론 정치권과 국민들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장시간 좋은 의견과 성과 있는 토론에 임해주신 전문가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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