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호 > 통일 교육
통일 교육 / 청소년 통일교육, 어떻게 해야 하나
이근미 자유기고가
통일미래어린이기자단 커뮤니티에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가 ‘우리 학교가 통일교육 시범학교여서 통일 워크북, 통일방송, 통일 글짓기, 통일 노가바, 통일 포스터, 통일 운동회, 통일 전시회, 통일캠프 등등 통일에 관련된 건 뭐든지 한다. 부럽지?’라고 한 뒤 ‘근데 아쉬운 건 이번 연도가 마지막이야. 나 졸업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신기하고 부럽다’, ‘우리는 그런 거 안 하나 궁금’, ‘우리 학교도 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어린이들에게 통일교육의 기회를 좀 더 많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내용이다. 어떤 종류든 시범학교로 지정되면 그 학교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통일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된 학교들의 다양한 활동 소식이 좋은 예다.
지난 10월 16일 경북 군위군의 효령초등학교에서 경상북도교육청 지정 통일교육 시범학교 운영 합동보고회가 열렸다. 군위군 효령초등학교와 봉화군 물야초등학교가 합동으로 개최한 행사였는데 2년간 통일교육으로 익히고 배운 활동을 선보여 큰 호평을 받았다. 교실 복도에는 학생들이 심고 가꾼 통일 염원 야생화 화분과 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되었고, 학년별 교실수업과 두 학교의 시범 운영 결과 보고가 이어졌다.
특히 효령초등학교에서 제작한 ‘한라에서 백두까지’라는 제목의 동영상에 학생들의 통일에 대한 바른 생각과 염원이 담겨 있어 참석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었다.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시범 운영을 통해 학생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도와 이해도가 높아졌고, 민족공동체 의식의 함양과 통일에 대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를 갖게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도 서귀포시 대신중학교는 지난 7월,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통일 병영체험 캠프’를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해군 제주방어사령부 해병 91대대 군부대에서 상륙장갑차 체험, 상륙보트 이동 훈련, PT체조, 모슬봉 야간 행군(6km) 등 실제 병영 활동을 체험하며 호국안보 의지와 평화통일의 의지를 키웠다.
지난 5월에는 통일부 주관으로 통일교육 주간 행사를 벌이면서 장관과 차관을 비롯한 간부들이 자신들의 모교나 통일교육 시범학교를 방문해 일일 통일교사로 나섰다. 이 기간에 전국 초중고교에서는 1시간 이상 특별수업을 하며 ‘통일 글짓기대회’와 ‘서예대전’ 등의 행사를 벌였다.
통일교육 시범학교 확대하고 특별활동도 늘려야
사실 통일교육은 ‘시범학교’나 ‘특별활동’뿐 아니라 평소에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시범학교를 더 많이 지정하고 특별활동 횟수라도 늘리는 수밖에 없다.
분단이 길어지면서 통일 문제에 둔감해진 데다, 교사들 간의 의견과 이념이 갈려 교육 현장에서 ‘통일’ 구호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선 학교에 특강을 하러 간 이들이 현장에서 느낀 점들을 들어보면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다. ‘학생들이 통일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통일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통일이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 현실 때문에 통일교육이 내실 있게 운영되기 어려운 면도 있다. 당장 시험에 나오지도 않고 내용도 어렵고 재미없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통일 관련 문제를 시험에 내고, 입시에도 통일교육 관련 사항을 반영한다면 금방 분위기가 달라지겠지만 한국사가 선택과목이 된 마당이니 쉽지 않은 현실이다.
통일 관련 단체들은 청소년의 통일의지를 높이기 위한 통일교육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강하게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통일 캠프, 미래 리더 캠프, 어린이기자단 운영, 통일동화 공모전 같은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청소년들의 관심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가장 필요한 것은 일선학교 교사들의 의식이다. 통일을 자신의 이념에 따라 정파적으로 볼 게 아니라 역사적 과업이라는 시각에서 보고, 학생들에게 바른 교육을 시키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교육부 검정을 마친 한국사 교과서 8권 가운데 7권이 좌편향 논란에, 1권은 우편향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청소년들의 통일교육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교사들이 바람직한 통일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가르치는 일이다. 통일교육원이 매년 일선학교에 배포하는 ‘통일교육 지침서’를 활용하고 학교 통일교육 발전 워크숍을 통해 학교 현장의 통일교육 모범 사례를 발굴해 확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이 통일에 대해 무관심해진다면 통일은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왜 통일이 되어야 하는지 당위성을 알려 청소년들이 통일에 대한 꿈을 꿀 수 있도록 모두가 마음을 합쳐야 할 때이다.
1972년에 창설된 통일교육원에 첫 여성 원장이 부임했다. 행정고시 30회 출신인 윤미량 원장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다. 행시 출신 여성 사무관 가운데 최초로 통일부에 배치됐으며 첫 여성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장(하나원장)을 지냈다.
선이 굵고 논리가 명쾌하다는 평을 받는 윤 원장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통일 현장에서 여성의 섬세함을 보태 큰일을 해내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27년의 공무원 생활에서 얻은 노하우를 통일교육 업무에 쏟아부을 각오라는 윤 원장은 책임감을 크게 느낀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국정기조인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통일교육이 중요합니다. 일방적으로 논리를 주입하는 데서 벗어나 다양한 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현장 중심의 교육방법을 고민 중입니다.”
윤 원장은 우리 사회에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실제로 서울대 통일평화원구원이 지난 8월 공개한 ‘2013년 통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을 협력 대상이라고 보는 사람이 지난해보다 10.1% 포인트 줄어든 40.4%에 불과했다. 통일이 필요하다는 설문에 찬성한 비율은 지난해에 비해 5% 포인트 감소한 54%였다.
“남북이 분단된 지 60년에 넘으면서 남북이 서로 다른 체제로 분화되어 이질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통일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면서 지금 상태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굳어지는 게 문제죠. 통일이 되면 혼란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까지 확산되면서 통일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추세입니다. 통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 미래 비전을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임무입니다.”
매년 ‘통일교육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통일교육 지침서’를 작성해온 통일교육원은 통일 관련 기관들과 통일교육 업무를 협력해왔다. 올해부터 ‘통일교육 주간’을 제정하여 5월 마지막 주에 통일공감대 형성을 위한 국민적 소통의 장을 열기도 했다.
통일교육원은 교원, 공무원, 사회단체 등을 대상으로 핵심 인력을 양성하면서 사이버 교육, 청소년 교육 등 통일교육 확산을 위해 노력 중이다. 윤 원장은 지속적인 통일교육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열망과 기대가 낮아지는 것을 교육 방법 개선을 통해 해소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통일교육의 패러다임인 ‘통일교육 3.0’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방적인 주입교육이나 정치, 군사, 경제 중심의 딱딱한 교과과정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수요에 초점을 맞추고 문화적으로 접근하는 게 필요합니다.”
참여형 프로그램 늘릴 계획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통일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 윤 원장의 의지이다.
“직접 통일 관련 스토리를 만들거나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는 동영상을 만드는 식의 참여형 교육을 해나갈 계획입니다. 일선 학교에서 비무장지대(DMZ) 방문교육 같은 현장 체험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안보 현장 체험 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참여형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쉽고 재미있는 감성형 콘텐츠를 개발하고 보급해서 청소년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죠. 미래 지향적 통일관과 균형적 대북관, 건전한 안보관을 기본 방향으로 하되 쉽게 이해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죠. 무엇보다도 학교에서 통일교육을 제대로 운영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교육부와 함께 ‘청소년 학교 통일교육 내실화’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처음으로 학교 통일교육 실태조사를 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학교 통일교육 전반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한다.
“평화통일 기반을 구축하면서 통일 이후까지 대비해야 합니다. 소통하는 교육, 맞춤형 교육, 신뢰받는 교육을 위해 관계기관과 협력하고 시민들과 함께하면서 문화적이며 미래지향적인 교육을 실시해야죠.”
윤미량 원장은 단기적으로는 통일교육의 서비스를 고도화해나가는 일에 주력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통일교육 컨설팅 기능을 강화할 계획임을 밝혔다. 직접적인 통일교육보다는 통일교육의 허브 또는 종합 지원센터로 변모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통일교육원의 노력이 한반도 통일을 조금이라도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 이상 기쁠 게 없겠다는 윤 원장은 통일 이후 좋아지는 것들을 꿈꾸는 진화된 통일교육, 지금까지와는 다른 통일교육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