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호 > 북미주 컨퍼런스 참관기
북미주 컨퍼런스 참관기
미국과 캐나다에서 활동하고 있는 북미주 청년 자문위원들의 통일역량을 강화하고 소통과 교류를 통한 통일네트워크 구축으로 북미주지역에서의 통일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2013년 북미주 차세대 컨퍼런스가 지난 10월 10일부터 12일까지 워싱턴 쉐라톤프리미어호텔에서 개최되었다. ‘신뢰와 통합으로 청년이 여는 통일시대’라는 대주제로 진행된 컨퍼런스에는 북미주지역 청년 자문위원 100여명이 참석해 통일활동 추진에 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 글은 이번 컨퍼런스에 참석한 캐나다 벤쿠버협의회의 최병하 자문위원의 참관기이다.
필자는 이번에 제16기 민주평통 자문위원으로 처음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이번 컨퍼런스가 자문위원으로서 처음 참석하는 행사였다.
오리엔테이션에 이어 진행된 첫 번째 특강에서는 한국전 참전용사 대표로 윌리엄 웨버 대령이 ‘나의 한국전 참전기’라는 제목으로 강연에 나섰다. 웨버 대령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군사적 현실에 대한 이해없이는 통일을 준비하는 것을 불가능하다”면서 “북한의 군사적 위험성을 고려하여 통일을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강연에서 마크킴 버지니아주 하원 의원은 한국과 미국의 동맹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하고 그 역사 속에서 한미동맹이 어떻게 유지되어 왔는지, 6·25라는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어떻게 발전할 수 있었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특히, 미국이 한국전쟁에 참여하여 어떤 활동을 벌였는지, 전쟁의 참혹함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통일을 왜 이루어야 하는지를 깨우쳐 주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노력하여야 하며,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통일은 부모님 세대 뿐만 아니라 차세대들의 희생이 요구되고 있으며, 차세대의 리더십과 결단력이 통일 실현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Freedom is not free!”
그가 마지막으로 한국전쟁기념비에 새겨진 문구를 읊어 주었을때는 마음이 뭉클해졌다. 나는 이 강의를 들으며 소름이 끼치기도 하였고, 감동도 받았으며 다시한번 민주평통 자문위원이 된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10살 때 부모님을 따라 캐나다로 이민 왔다. 어릴때 이민 온 많은 다른 젊은이들 처럼 캐나다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조국의 통일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고 거의 잊고 살았다.
그러다가 22살에 캐나다 경찰이 되었고, 캐나다에 불법 체류한 북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한반도의 분단과 통일문제를 생각하게 되었다. 탈북자들을 통해서 조국의 현실을 접하게 된 것이다. 탈북자들을 상대하는 캐나다 현지인 경찰들의 부탁으로 통역을 하면서 탈북자들의 탈북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고통을 이해하게 되었다.
하루는 불법 체류로 감금된 40대 중반의 탈북자의 통역을 하게 되었는데, 서글프게 울면서 다시는 북한으로 가고 싶지 않다고 답변했다.
그는 두 명의 자식을 위해서 북한에서 탈출했고, 만약에 다시 북한으로 보내지게 된다면 당장 죽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는 캐나다의 난민법을 설명하면서, 만약 캐나다에서 추방되어 돌아갈 경우 생명에 위협이 있다면 난민으로 지정되어 캐나다에 거주할 수도 있다고 안심시켰다.
해외 거주 차세대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과 노력 필요
그러나 한 두시간쯤 지난 후에 문제가 발생했다. 내가 그렇게 설명을 하고 안심을 시켰는데도 북한으로 추방될 것을 염려해서 소변기에 머리를 부딪쳐서 자살을 시도했던 것이다. 내가 갔을 때 머리가 피범벅이 된 그는 “차라리 나를 죽여주세요!”라고 울부짓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면서 북한의 끔찍한 상황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고 왜 통일이 되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하루라도 빨리 통일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민주평통 자문위원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이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마크킴 의원의 특강이 끝난 후 우리는 협의회장을 비롯한 간부 자문위원들과의 대화를 가졌다. 회장님들은 우리 차세대들이 통일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차세대들이 민주평통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면서 격려하고 행운을 빌어 주었다.
만찬과 함께 진행되었던 ‘소리청’의 국악 공연은 한국 문화를 깊게 새겨보는 기회가 되었다. 저녁 만찬은 매우 훌륭했다. 주최측에서 많은 신경을 써서 준비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가운데 이런 만찬을 즐기며 행복한 우리같은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굶주리면서 고통을 겪고 있을 북한 주민들을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둘째날은 김기철 미주부의장과 강도호 주미대사관 총영사, 황원균 위싱턴협의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회식이 진행되었으며, 이어 신은숙 통일정책자문국장이 차세대 자문위원들의 역할과 활동에 대해 보고했다.
신 국장은 해외에 거주하는 차세대들이 한반도 상황과 통일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며, 네트워크를 구축해 한반도 통일에 대한지지 분위기를 확산해 나가야 할 것이라면서 차세대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1.5세대에 속하는 나는 이 설명을 들으면서, 바로 나를 위한 강의가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참으로 많았다. 또한 무거운 책임감도 느끼게 되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통일문제 전문가의 발제가 있었다. 발제에 나선 주미 독일대사관의 마리우스 오스발트 정책관은 독일이 통일 전과 후에 상당히 많은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독일의 통일은 지속적이고 끈질긴 대화와 교류를 통해서 통일의 기반이 만들어졌고, 이런 것들이 작용하여 순식간에 통일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일을 이루는 것보다 통일 이후가 더 어렵고 힘들었단다. 경제적·사회적으로 너무나 달랐기 때문에 융화되어가는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었을 뿐만 아니라 너무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어느때 보다도 성장하고 강한 국가가 되었다면서, 통일의 효과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통일도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지만, 그만큼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남과 북의 상황은 독일의 상황과 같은 점도 있지만 다른 점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이 강의를 듣기 전에는 독일의 분단과 통일이 지금 대한민국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것은 정말 “유레카 모멘트(Eureka moment, 문제의 해결법을 찾는 순간)” 였다.
오후에는 회의에 참석한 자문위원들이 분임을 구성하여 토론을 벌이는 시간이었다. 4개 분임으로 진행되었는데, 내가 소속된 3조는 어떻게 하면 미래 세대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실천해 갈 수 있는가였다.
분임토론에서 자문위원들은 해외에 거주하는 차세대들이 한반도 통일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통일문제를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 조국에 대한 관심 또한 미약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북미주지역 청년 자문위원 100여 명이 참석해 통일 활동 추진에 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전쟁의 참혹함과 평화의 소중함, 통일을 왜 이루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특히 발표자들은 ‘통일은 부모님 세대뿐만 아니라 차세대들의 희생이 있어야 가능하며, 차세대의 리더십과 결단력이 통일 실현에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토론에서는 우선 교포 1.5세~2세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영화와 드라마, 음악을 통해서 조국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고 통일문제에 관한 이해를 높여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또한, 청소년과 젊은 세대의 시대적 특징을 살려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통일문제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의견을 나누는 공간을 마련하고, 이를 활용하는 방안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어 진행된 회의에서는 해외 협의회의 청년 자문위원의 활동사례 발표가 있었다. 사례발표에서는 워싱턴협의회를 비롯하여 시카고, 덴버, 휴스턴,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벤쿠버협의회에서 그동안의 활동사례를 발표하고 향후 실천계획에 관해 보고했다.
각각의 협의회에서는 참으로 많은 활동을, 다양하게 전개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내가 참여하고 있는 벤쿠버협의회가 더 많은 활동을 펼쳤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더 잘해야겠다는 경쟁심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많은 분들이 참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많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다음은 동영상이 상영되었는데, 제목이 ‘애국가 : 대한민국과 함께하는 숨결’이었다. 애국가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작곡이 되었고 한국이 일본에게 침략 당했을 때 우리의 애국가가 어떤 역할을 하였고,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알려주었다. 나는 애국가가 그렇게 큰 의미가 있고 역사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몰랐다는 것에 깊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이어진 통일문제 특강에서는 테리 수미 박사가 북한정세와 한반도 통일환경에 관해 설명해 주었다. 테리 수미박사는 미 중앙정보국(CIA) 에서 분석가로 시작하여 미국의 여러 정보기관을 거친 전문가로 그 분야에서는 매우 유명한 분이다.
수미 박사는 미국의 북한에 관한 외교정책을 설명하고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지금의 정보화시대를 조정할 만한 능력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으며, 핵 개발로 유일한 동맹국인 중국마저 등을 돌리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북한 최고 지도자인 김일성을 전적으로 섬기던 핵심적 권력자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많은 것 배우고 느끼며 통일 의지 다진 유익한 시간
이러한 북한의 상황과 국제정세, 그리고 한국 정부의 노력으로 한반도에서의 통일은 곧 이루어질 것이고, 한반도에서의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것이 바로 차세대들이 해야할 임무라고 강조했다. “위대함의 대가는 책임감이다(The Price of greatness is responsibility)”라는 처칠 수상의 명언을 마지막으로 감동적인 강의가 막을 내렸다.
마지막 날인 10월 12일에는 전날 분임별로 진행한 토론회의 내용을 종합하여 발표하는 시간이 진행되었다. 각 분임별로 여러가지 다양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그것들이 민주평통을 통해서 한국 정부에 전달이 되어서 이행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싱턴협의회에서 주관하여 개최한 2013년 북미주 차세대 컨퍼런스는 개인적으로 큰 성공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번 행사를 통해서 너무나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되었고 또한 나의 의지를 굳게 다짐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보람이 있고 의미있는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밴쿠버로 돌아가서 많은 분들께 얼마나 좋은 경험이었는지를 소개하고, 또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정리하여 전달할 것이다. 그리고 내년에 우리 밴쿠버협의회에서 차세대 컨퍼런스를 개최하게 된다면 이번 행사에서 보고 배운 많은 것들을 바탕으로 더 많은 것들을 논의하고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확실하게 준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밴쿠버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또 다시한번 다짐하게 된 것이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꿈, 하나의 국가, 그리고 하나의 민족을 이룰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