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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박근혜 정부 2년 차인 2014년은 통일을 향해 대한민국이 성큼 다가간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 대박론’에 불을 지핀 것을 비롯해 독일에서의 ‘드레스덴 구상’ 발표, 통일준비위원회 출범 등 구체적인 통일준비가 잇따라 진행됐다.
또한 2015년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반도 분단 극복의 결정적인 시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을 지낸 이홍구 전 국무총리와 김민하 전 중앙대 총장, 그리고 현경대 수석부의장과 박찬봉 사무처장이 2014년을 평가하고, 2015년 통일준비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 일시 : 12월 19일 오후 5시
• 참석 : 김민하 전 수석부의장, 이홍구 전 수석부의장, 현경대 수석부의장, 박찬봉 사무처장
12월 1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총회 본회의에서 북한 인권 문제의 최종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도록 하는 ‘북한 인권 결의안’이 찬성 116표, 반대 20표, 기권 53표의 압도적 차이로 통과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역대 수석부의장들도 자연스럽게 북한 인권 문제를 화제로 대화를 시작했다.
박찬봉 사무처장 북한 핵 문제가 답보 상태인 지금 북한 인권 문제가 또 다른 국제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핵은 안보의 문제이고 인권은 인도주의적 문제로, 둘 다 국제적으로 민감한 사안입니다. 이 두 가지 문제를 남북통일의 관점에서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현경대 수석부의장 지난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평화통일포럼에 참가해 ‘북한 인권 문제가 통일의 첫걸음’이라는 취지의 연설을 했더니 교민 한 분이 ‘인권문제로 북한을 건드리면 더 골치 아파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더군요.
박근혜 대통령께서 2014년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고, 유엔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이 통과되는 상황인데 아직도 이런 걱정을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사실 10여 년 전 우리 정부도 유엔 인권위원회의 북한 인권 결의안에 대해 기권한 적이 있었습니다. 북한을 자극하지 말자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께서 유엔총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주변국에 통일을 이루게 도와달라고 나서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통일을 주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홍구 전 수석부의장 인권이라고 하면 딱딱한 법률 용어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접근법이 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을 방문한 마이클 혼다 미 연방 하원의원(민주당·캘리포니아,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채택의 주역)을 만났는데 이런 이야기를 해요.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 중 임신 때부터 두 살까지, 북한의 임산부와 영·유아에게 영양과 보건을 지원하겠다고 한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요. 박 대통령이 미국 의회에서 한 연설에서 북한의 모자 보건을 인권 문제라고 제안한 것도 매우 시의적절했다고 말하더군요.
박찬봉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통일이 대박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신 후 우리 사회에 ‘통일 대박론’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또한 ‘드레스덴 선언’을 통해 대북 인도적 지원 계획을 밝혔고, 통일준비위원회가 발족되어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2014년 한 해 동안의 통일·대북정책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김민하 전 수석부의장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3월 28일 ‘드레스덴 선언’을 통해 △남북 공동 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과 △남북 주민의 인도적 문제 해결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의 필요성을 내외에 천명한 것은 남북은 물론 국제사회에 ‘남북관계 개선의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이러한 기조 덕분에 남북관계가 경색 일변도로 흐르지 않고 인도 지원과 사회문화 교류 등 비정치적 영역에서 중단 없는 남북 교류와 협력이 지속되고 있음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이홍구 2015년이 광복 70돌이자 분단 70년인데, 공식화된 분단이 이렇게 오래가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에 우리 민족 입장에서 보면 이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무언가 해결책을 강구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마침 통일준비위원회가 발족하였고, 곧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다만 독일 통일 과정과 비교할 때 우리의 상황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닙니다. 독일은 1970년대 중반부터 동서 간에 서로 소통하고 화해도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보편적인 인권 문제에 대해 유럽 전체가 함께 논의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고르바초프의 등장으로 구 소련의 기본 입장에 변화가 생기면서 통일의 실마리가 풀리게 됐죠.
그러나 아시아 국가들은 인권이나 민주화 문제에 있어 각자 처한 상황이 달라 유럽처럼 한자리에 모여 논의하기가 어렵습니다. 결론적으로 1980년대 독일의 상황보다 현재 우리의 상황이 훨씬 더 어렵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께서 유엔 총회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제기한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현경대 요즘 저는 이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지금처럼 정부와 국민이 통일이 돼야 한다는 의욕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통일을 준비하고, 통일외교를 한 적이 있었던가?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4대 국정기조의 하나로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제시했고, ‘통일 대박론’을 통해 주변국들에게 통일의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사실 주변국들로선 한반도 통일은 남북한끼리의 문제일 뿐, 오히려 외교적으로는 남북한이 갈라져 있는 게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2013년 6월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만나 “통일이 동북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고 중국의 동북 3성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한 것 자체가 한국 주도로 통일을 실현할 것이니 도와달라는 적극적인 통일외교의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박찬봉 우리의 적극적인 통일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봉남(封南)정책으로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어떤 돌파구가 필요할까요?
김민하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광복과 분단 70주년’을 맞는 2015년 새해에는 중단 없이 흐르는 물이 대하를 이루는 것처럼, 사회와 문화 영역은 물론 경제와 정치적 영역 등 각 방면에서 남북 간의 교류와 협력이 좀 더 세분화되고 심화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를 위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초석을 다지면서 소규모 단위부터 남북 교류·협력의 기회를 확대해가면서 ‘접촉을 통한 신뢰 구축’을 다원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겨울방학에 북한 청소년들의 남한 방문과 여름 방학에 남한 청소년들의 북한 방문 등 ‘남북 청소년 교차 방문’을 정례화 하는 새로운 교류의 시도 또한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고 봅니다. 이러한 기회에 다양한 문화 행사를 통해 공감대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남북 청소년 축제’와 같은 행사가 정례화 된다면, 통일에 대해 소극적이고 방관적인 청소년들이 ‘통일 친화적’으로 바뀌어갈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홍구 남북관계의 긴 역사를 되짚어보면 우리에게는 7·4 남북공동성명(1972년 7월 4일 남북한 당국이 분단 이후 최초로 통일과 관련해 합의 발표한 역사적인 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1991년 12월 13일 서울에서 열린 제5차 고위급회담에서 남북한이 화해 및 불가침, 교류·협력 등에 관해 공동 합의한 기본 문서)가 있습니다. 또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있죠. 1994년 7월 25일부터 2박3일의 일정으로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던 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이 7월 8일 급작스러운 김일성 주석의 사망으로 이루지 못한 것을 떠올리면 만약 이 정상회담이 성사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습니다.
요즘 북한은 “남북한 사이에 그동안 해온 모든 합의를 지키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들이 말하는 합의는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과 2007년 10·4 남북공동선언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7·4 남북공동성명은 이야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7·4공동성명에 중요한 내용이 다 들어 있습니다.
북한 핵 문제의 해결책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들어 있지요. 저는 비핵화 공동선언은 노벨평화상감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제가 김정은을 만난다면 “할아버지 김일성이 하고자 했던 것을 잘 생각해서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7·4 남북공동성명의 주역인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 지금 우리의 대통령이고, 김일성의 손자인 김정은이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라는 사실이 남북관계에서 역사적인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박찬봉 앞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2015년은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이 통일 준비에 있어 ‘결정적인 시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2015년을 통일준비에서 ‘결정적인 시기’로 만들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그리고 국민과 민주평통 차원에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김민하 국가적 차원에서는 아시아횡단철도(TAR)가 부산, 목포까지 연장되는 한반도 종단철도(TKR) 구축에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는 세계의 물류 혁명과 관광지도에 일대 혁명을 불러와 남북한 모두에 획기적인 발전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민주평통 차원에서는 통일이 국가나 민족적 차원에서만 ‘대박’인 것이 아니라 국민 각자의 삶과 복지에서도 ‘대박’일 수 있다는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국민 개개인의 차원에서는 “상대를 내가 먼저 존중하고 높여주는 것이 통일운동의 시작”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실천하는 ‘생활 속의 통일’을 펼치기 바랍니다.
이홍구 1987년 민주화가 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통일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통일 문제에 관한 한 여야가 따로 없었지요. 1989년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이 나왔을 때 당시 4당 합의로 아무도 반대하는 사람 없이 국회에서 통과됐어요. 그리고 1990년을 시작으로 여섯 차례 남북 총리회담이 열렸고,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와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이 이루어졌고 1992년에는 한 걸을 더 나아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까지 쭉 이어졌습니다.
그 후로부터 20여 년 동안 통일 문제에 대해 의견이 갈려 이제는 함께 앉아 이야기를 해보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2015년은 다시 국민들의 뜻과 지혜를 모아서 통일을 준비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를 위해 통일준비위원회와 민주평통이 중심이 되어 초당적으로 각계각층이 통일운동에 참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김민하 남북기본합의서가 발표된 지 2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원칙은 그대로입니다. 새해를 맞아 우리 국민과 정부 모두 심기일전해서 함께 지혜를 모아 통일을 향해 밀고 나가면 언젠가 새로운 길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경대 새해는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고, 분단 70년이 되는 해로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통일을 준비하고 민족 대통합을 이루는 호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좋은 말씀을 해 주신 두 분의 수석부의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민주평통이 통일을 준비하는 데 귀중한 정책 자료로 활용토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