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호 > 통일공감
통일공감 / 중학생 역사·통일 퀴즈 왕중왕전
“서바이벌 역사·통일 퀴즈쇼, 히스토리 워!(History War) 열려라, 역사의 문!” 2014년 11월 22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MBC 드림센터. 학생들의 함성과 박수가 스튜디오를 울리자 퀴즈대회의 막이 올랐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중학생 역사·통일 퀴즈 왕’을 뽑는 왕중왕전. 청소년들의 바른 역사관과 통일 비전을 고취하기 위해 펼쳐진 이번 대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5596명의 학생들이 참가했고, 최종 결선에는 80명이 진출했다.
방송인 김성경 씨와 가수 문희준 씨의 사회로 왕중왕전의 제1관문이 시작됐다. 80명의 학생 중 같은 색 공을 뽑은 10명이 한조가 돼 문제를 푸는 방식. 각조에서 먼저 문제를 맞힌 2명씩 모두 8개조 16명이 2관문에 진출하게 된다. 문제를 듣고 신호음을 빨리 눌러야 하는 터라 대회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첫 번째 문. ‘조국이 예속의 굴레에 있는데 내가 OO해서 국채를 갚자고 독립운동가 김광제 선생(1866~1920)이 제안한 것은?’
한 학생이 재빨리 ‘국채보상운동’이라는 답을 내놨지만 성급했다. 무엇으로 국채를 갚자는 것인가가 문제였기 때문이다. 정답은 ‘금연.’ 결국 2관문 진출자 16명이 가려졌다.
2관문이 시작되자 환호가 터졌다. 이번엔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미료, 틴탑의 천지, 개그맨 신봉선, 천명훈 등이 학생들과 팀을 구성해 상대팀과 경쟁하는 방식이었다. 총 3문제 중 2문제를 먼저 푸는 팀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다.
역사·통일 퀴즈왕전은 승부를 가려야 하는 자리이기 전에 문답 속에서 우리의 역사와 정신을 배우는 장이기도 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천명훈과 함께한 4명이 결선에 올랐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회는 남아 있었다. 패자부활전. 76명 중 마지막 4명이 남을 때까지 계속 문제를 푸는 서바이벌 방식이다. 출제를 도운 박찬봉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통일준비에 가장 중요한 것은 통일의 역사를 바로 아는 것”이라는 말로 네 번째 관문이 열렸다.
8명의 학생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5관문, 퀴즈 왕중왕을 뽑는 자리에 섰다. 모두 아홉 문제가 출제되고 난이도에 따라 배점이 다르다. 게다가 오답이면 그만큼 마이너스. 문제가 이어지며 3분의 1 지점을 통과했다. 최현욱 군이 110점으로 1등, 이동혁 군과 이지원 균이 90점, 유종진 군은 한 문제 틀렸다가 다시 맞혀서 그대로 100점을 유지했다. 그러다 유 군은 15점이 배점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로 유명한 단채 신채호에 관한 문제를 더블찬스로 맞혀 선두로 올라섰다. 반면 반 친구들에게 우승을 약속한 김동욱 군은 요덕정치범수용소의 정식 명칭을 묻는 문제를 놓쳐 30점이 차감되는 위기에 빠졌다.
모두의 얼굴이 상기된 가운데 50점짜리 마지막 문제가 제시됐다. “다음은 독립신문에 나온 기사입니다. 구르는 소리가 우레와 같이 천지가 진동….” 김성경 씨가 문제를 채 다 읽기도 전에 전성우 군의 부저가 울렸다.
“정답은 화륜거입니다.” “정답입니다!” 일거에 50점을 획득한 전성우 군이 최종적으로 중학생 역사·통일 퀴즈왕에 등극했다. 최후의 1인을 비롯해 결승전에서 함께한 학생, 예선전에서 불꽃 튀는 실력 대결을 벌인 학생 모두 통일시대 인재로 커갈 것이다.
인터뷰
구한말 기차를 일컫던 ‘화륜거’를 맞혀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며 우승한 전성우 군은 4차 관문까지 통과한 8명이 겨룬 최종 결선에서 마지막, 그것도 배점이 가장 높은 문제로 유력한 두 명의 우승후보를 따돌렸다.
“틀리면 감점이 되니까 신중하게 했는데, 마지막에 아는 문제가 나왔어요.”
전 군은 중학교 1학년 때인 지난해에도 대회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둔 다크호스였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았고 책도 많이 읽었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전체 11등 했어요. 최종 결선에 진출했을 때 이미 작년보다 제 실력이 향상됐다고 느꼈습니다.”
대회에 참가한 여느 학생처럼 두 번째 관문이 어려웠다는 전 군은 친구나 후배들이 통일에 관심을 갖고 대회에도 참가하길 바란다고 했다. ‘통일은 필연적’이라는 그의 말에서 어리지만 당찬 모습이 보였다.
최종 결선에서 진지하면서도 불쑥 부저를 눌러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본의 아니게 좌중을 웃긴 김동욱 군. 역사 왕이 되면 한 턱 내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좀 신중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배점이 높은 문제에 부저를 너무 빨리 눌러 그만큼 감정당하고…. 중3이어서 이번이 중학생 시절 마지막 대회라 너무 조급했던 것 같습니다.”
꼴찌를 자책하는 김 군에게 사회자를 비롯한 대회 관계자들이 ‘잘했다’며 어깨를 토닥이자 이내 이끌어준 부모님, 선생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결선에 진출한 모든 학생이 그렇듯 김 군 역시 우수한 실력의 소유자이자 진행자들을 웃음 짓게 한 대회의 또 다른 승자다.
그는 중학생 600명이 참가한 역사·통일 퀴즈왕 경남지역대회에서 통일상을 받고 결선에 진출했다. 내년엔 고등학생 대회에서 절치부심(切齒腐心)한 김 군을 만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