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호 > 현장을 뛰는 사람들
현장을 뛰는 사람들 / 전우대 은평구협의회장
전우대 회장은 16기 은평구협의회를 이끌게 되자 제일 먼저 한 생각이 ‘통일운동에서만큼은 은평구협의회가 전국 229개 지역협의회 가운데 선두주자가 되자’였다고 한다.
2014년 한 해 동안 은평구협의회 위원들이 똘똘 뭉쳐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몇 사람의 손을 거치니 연탄 2000장이 순식간에 제자리를 찾아 차곡차곡 쌓였다. 지난 10월 28일 민주평통 서울 은평구협의회와 은평평화통일포럼 위원들이 수색동에서 ‘사랑의 릴레이 연탄 나르기’ 행사를 벌였다. 특히 올해는 (사)한·외국인친선문화협회와 주한미군 40여 명이 연탄 나르기에 동참해 더욱 뜻깊은 행사가 됐다.
전우대(70) 민주평통 은평구협의회장은 이를 통해 북한이탈주민들이 자유대한의 정과 온기를 느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은평구협의회는 매년 저소득층에게 연탄을 배달하는 ‘온기 나누기’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은평구 내 북한이탈주민들 중에는 연탄을 사용하는 사람이 없어서 대신 담요를 전하기로 했죠. 또 협의회 내 여성분과위에서 김장 600포기를 해서 은평구 거주 북한이탈주민 전부에게 나눠주고, 홀몸어르신 64명에게도 김치를 전했습니다.”
민주평통 인도지원인권분과 상임위원이기도 한 전 회장은 “상임위원회가 정책을 발굴해 건의하는 기구라면 229개 지역협의회는 실질적인 통일운동을 펼치는 곳”이라고 말한다.
“민주평통 사무처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의 정착을 돕기 위한 ‘통일맞이 하나~다섯 운동’을 전개하는 것을 보면서 은평구도 한번 해보자고 했죠. 문제는 우리가 북한이탈주민들이 어디에 사는지 이름도 연락처도 모른다는 거였어요. 임정숙 은평구협의회 여성분과위원장이 북한이탈주민들 동향은 경찰서가 제일 잘 안다고 해서 2014년 3월 20일 은평경찰서와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바로 다음 날인 3월 21일 민주평통 사무처가 경찰청과 업무협약을 하고 전국에 공문을 보내 지역협의회와 경찰서가 연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한 발 빨랐죠.”
자체 소식지 ‘통일로’ 만들어 배포
전 회장은 북한이탈주민 돕기에서 은평구협의회가 선두주자가 됐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보였다. 4월 20일에는 관내 서부경찰서와도 업무협약을 맺었다.
“우리 협의회는 ‘하나~다섯 운동’에 맞춰 자체적으로 5개 소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멘토링은 임정숙 위원장, 의료는 김병인 부회장, 장학은 한성열 부대표, 법무는 양유승 간사, 취업은 김강락 상임고문이 각각 맡고 소위원회별로 총무도 따로 둘 만큼 조직적으로 움직였습니다. 은평구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 84가구 102명 한분 한분에게 관심을 보여야 그들도 마음을 열고 소통을 하지 않겠습니까. 쌀도 나누고 의료 지원도 하고 행사 때마다 초청하고 소식지도 보내니까 어느 순간 그들로부터 은평구협의회가 참 잘한다는 반응이 오더군요.”
은평구협의회는 분기별로 ‘통일로’라는 소식지를 만들어 소속 자문위원들뿐만 아니라 전국 지역협의회와 관내 동주민센터, 청와대에까지 보낸다. 12쪽짜리 타블로이드 신문 형태로 대통령의 대내외 활동, 민주평통 사무처 소식, 은평구협의회 자체 사업 소개, 통일교육 및 연수 후기, 각계 인사들의 통일 칼럼 등이 알차게 실려 있다. 2014년 1월 28일 창간호를 낸 뒤 지금까지 4호를 만들었다.
은평구협의회는 올봄 은평평화통일포럼을 조직하고 7월 4일 창립총회를 열었다. 서울지역회의의 서울평화통일포럼과 송파구협의회의 포럼을 벤치마킹했지만, 포럼이라는 형식만 빌려왔을 뿐 운영 방식은 전혀 다르다는 게 전 회장의 설명이다.
“협의회장직을 맡아 의욕적으로 활동을 하려 해도 자문위원들의 행사 참여율이 너무 저조해서 답답했습니다. 민주평통 자문위원은 자기 돈을 내가며 몸으로 봉사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투철한 봉사정신과 통일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없으면 안 됩니다. 그런데 직함만 갖고 막상 참여하지 않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올해 초부터 실질적으로 일할 분들을 찾아내 포럼을 조직했습니다. 그 덕분에 저희는 행사를 열면 늘 꽉 차고, 협의회 운영에도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고 있죠.”
전우대 회장은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은평구의 재정자립도가 꼴찌에 가까울 만큼 열악한 현실을 인정했다. 단위사업 하면서 몇억 원씩 지출할 수 있는 부자 구와 부자 협의회도 있지만 은평구는 몇백만 원짜리 사업이라도 뜻이 있고 효과적으로만 운영하면 못 할 게 없다는 게 전 회장의 소신이다. 구민 50만 명이 사는 은평구가 민주평통 지역협의회 가운데 선두주자가 되는 것이 불가능한 꿈은 아니라는 것이다.
“제 본업이 건축사예요. 1970년대 말부터 80년대 중반까지 새마을운동을 하면서 출판사를 운영했고, 지방자치에 참여해 구의회 의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민주평통 일을 하면서 70 평생 해온 일 중 통일 사업이 가장 중요하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16기도 어느덧 1년 반이 지났는데 이런 식으로 17기까지 쭉 해나가면 모든 사업이 자리를 잡고, 저희가 하는 일들이 229개 전국 협의회로 확산될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