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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호 > 통일세상

통일세상 / 아시아·유럽 여성 자문위원 컨퍼런스

아시아·유럽 여성 자문위원 컨퍼런스
“인권 문제, 북한에 엄청난
변화 가져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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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북한 인권 보고서가 유엔총회 제3인위원회를 통과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마루즈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아시아·유럽 여성 자문위원 컨퍼런스에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역할’이란 주제로 특강을 했다.

“옛날에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했죠?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암탉이 많이 웁시다!”
12월 10일 오리엔테이션 시간, 일본 동부협의회 이숙용 위원의 힘찬 인사말에 참석위원들이 모두 웃으면서 박수를 쳤다. 국내와 세계 각국에서 모인 100여 명의 여성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통일 대박’을 외치며 ‘2014 아시아·유럽 여성 컨퍼런스’의 문을 열었다.

홍정수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민주평통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JW메리어트 호텔에서 2014년 12월 10일부터 12일까지 2박3일간 개최한 이번 컨퍼런스의 대주제는 ‘여성들이 이뤄가는 통일 대박의 꿈’. 현경대 수석부의장과 인도네시아에서 코린도그룹을 경영하는 승은호 아세안지역회의 부의장, 박동희 동남아 남부협의회장, 박영식 주인도네시아 공사도 행사에 참석했다.

시민봉사상 수여식도 포기하고 꼬박 24시간 동안 비행기를 갈아타고 온 뉴질랜드 위원, “평범한 주부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다”며 소박한 인사를 건넨 제주시 위원 등 이곳에 모인 여성위원들은 백인백색(百人百色)이었다. 현 부의장의 환영 인사를 시작으로 참석한 모든 위원들의 자기소개와 환영 만찬이 이어지며 행사의 첫날 밤이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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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여성들이 이루어가는 통일 대박’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현경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12월 11일 열린 본행사에서 박동희 협의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나라는 산업화를 통한 경제 발전을 이룩해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지만 숨 돌릴 틈도 없이 통일이란 역사적 과제를 안고 있다”며 “여성들이 진정한 통일의 주역이 될 수 있게 역량을 결집해달라”고 당부했다.

박영식 주인도네시아 공사는 다른 일정 때문에 불참한 조태영 대사를 대신해 “마음의 통일, 정서적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 섬세함과 공감능력, 인내심을 가진 인재가 필요한데, 이는 바로 여성들이 탁월함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고 축사를 했다.

“북한 인권은 통일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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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민주평통 아시아·유럽 여성 자문위원 컨퍼런스에서 ‘통일 사행시’ 우수작에 대한 시상식이 열렸다.

이어 현 수석부의장의 기조연설이 있었다. 현 수석부의장은 최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인권보고서’에 대해 “여러 면에서 효과가 나타나고 있고 북한에 상당한 자극이 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탈북자 인권을 정면으로 내세운 것에 대해 “설령 남한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하더라도 북한 주민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들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며 “그것이 자유를 누리고 있는 우리들이 같은 민족으로서 가진 가장 큰 책임”이라고 강조할 땐 위원들이 힘찬 박수를 보냈다. 현 수석부의장은 또 “북한 정권이 무너지느냐는 이제 의미가 없다. 언제 무너지느냐가 문제”라고 역설하며 “통일의 첫걸음은 북한 인권을 회복하는 일”이라는 말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이어 마루즈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특강에 나섰다. 인도네시아 검찰총장 및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출신인 다루스만 보고관은 최근 ‘다루스만 보고서’로도 불리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의 인권보고서를 통해 북한 인권 결의안이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통과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특강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다루스만 보고관은 12월 중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공식 의제로 채택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언급하며 “한반도 통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말 역사적인 일”이라며 “우리는 지금 북한에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고 첫 발걸음을 시작하는 아주 중요한 단계에 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제사회가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 변화가 생길 수 있도록 중요한 결정을 도출해야 한다”며 △북한이 지금까지 저지른 인권침해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동시에 △국제사회에 북한이 동참해서 협력해야 한다는 두 가지 점을 지적했다. 특히 그는 “북한이 둘 중 하나를 택할 수는 없다”며 북한이 책임과 공조를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루스만 보고관은 강연을 마무리하며 “우리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 진실을 찾아내는 데 승리했다”며 “이후 통일이라는 진정한 승리로 이끌어나가길 바란다. 이 게임의 끝을 진실이 승리하는 것으로 하고 싶다”고 말해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북한이탈주민을 통일의 교과서로 삼자

특강 이후에는 강교자 운영위원과 최민자 상임위원의 강연이 이어졌다. YWCA 전국연합회 회장인 강 운영위원은 “북한이탈주민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결국 통일이 된 뒤 모든 국민이 겪을 문제”라며 북한이탈주민을 “북한과 북한 사람들은 무엇이 어려운지를 미리 배울 수 있는 ‘통일 교과서’”라고 표현했다. 강 운영위원은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생명을 보살피고 양육하는 여성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성신여대 정치외교학 교수인 최 상임위원은 ‘한반도 통일을 위한 비전과 전략’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동북아 피스 이니셔티브(NEAPI)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최 상임위원은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에는 한반도 통일 문제뿐 아니라 영토와 과거사 문제,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부각된 환경 문제 등 여러 문제들이 복합돼 있어 국가 간 장벽을 넘어 발전을 위한 연대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특강 뒤에는 본격적인 분임별 토의가 이어졌다. 이날 총 4개의 분임은 각각 △통일 과정에서 남북 간 신뢰 구축 방안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여성의 기능 △해외 여성위원의 바람직한 활동 모델 △지역회의 여성위원 네트워킹 강화 방안에 대해서 토론했다.

마지막 날 오전에는 분임별로 토의 결과를 발표하고 미리 공모했던 ‘통일 사행시’ 우수작을 시상했다. 2박3일 동안 “평화통일!”을 외치며 컨퍼런스를 마친 위원들은 오찬을 함께하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다루스만·현경대·승은호 특별 좌담

“북한 인권 문제 해결에 국제사회가 단결해야”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특강을 한 뒤 현경대 수석부의장, 승은호 아세안지역회의 부의장과 좌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다루스만 보고관은 그간의 활동에 대해 “유엔은 지난 10년간 국제사회가 이뤄내지 못한 것을 최근 1년 동안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현경대 제3위원회에서 통과된 북한 인권 결의안이 이달 중순경 유엔총회에서 공식 채택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활동이 북한 정부에 실제로 압박이 될까.

다루스만 현재까지는 북한 인권에 대해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특별한 제스처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안건으로 상정되면 이건 북한에게 어마어마한 압박이 될 것이다.

승은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공식 의제로 상정하는 데에 중국이나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유엔총회에서는 논의될 수 없지 않나?

다루스만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국제사회의 여론이 이렇게 단일화됐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또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는 단계에 있다. 인권 문제에 대해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신중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다.

현경대 제3위원회에서 결의안이 통과된 뒤 북한이 격한 반응을 보이며 국제사회를 협박하고 있다, 안보리에서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논의하면 북한이 실제로 도발할 수 있으리라고 보나?

다루스만 한 예로 북한은 일본 납북자 문제를 가지고 일본 정부와 지금까지도 협박과 협상을 동시에 하고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자국이 처한 상황에 따라 협상의 여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이 가장 우려하는 문제는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유린의 책임자를 김정은이라고 공식 거론한 것이라고 본다. 한두 번의 이런 책임 추궁은 북한에 별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다. 하지만 횟수를 거듭할수록 북한도 잠잠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유옥경 모스크바협의회 자문위원

남북한 신뢰 구축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믿으려면 상대방을 알아야 하고, 알기 위해서는 대화를 나눠야 하고, 대화를 나누려면 만나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나눠져 있었다. 이제는 외국인보다 북한 사람이 더 낯설 정도다. 북한이 막혀 있으면 우리라도 마음을 열어야 할 것 같다. 관광이라도 재개하면서 왕래를 시작해야지 않을까?”

남북한이 마음을 여는 데에 특별히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남북 간 대화 분위기를 여는 데 여성들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한 여성들 사이에서의 협의도 무척 중요하다. 우리끼리 갈라서면 어떻게 통일을 하겠나.

지은미 일본중부 자문위원

요즘 일본협의회가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일은?
“우리 동네에 북한에서 세운 조선학교가 있다. 18년 전에는 전교생이 26명이었는데 2주 전에 가보니 전교생이 6명으로 확 줄었더라. 사실 재일동포들은 일본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들을 실질적으로 포용하고 도와줄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통일을 위해 준비해야 할 마음가짐은?
“선입견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사람들은 처음 보면 양파같이 속을 알 수가 없다. 마음을 바로 열지 않는 것을 보고 처음엔 그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일본에 간 지 3년 만에 깨달음이 왔다. 내 마음속에 있는 벽을 먼저 무너뜨려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해서도 여러 선입견들이 있지만 사실 정치인들을 빼면 북한 주민과 우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자꾸 공통점을 찾고 동질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현순 동남아남부 자문위원

이번 행사에 100여 명의 여성위원들이 참석한 것에 대해 사회자로서 감회가 있다면?
“민주평통 행사에서 다섯 번째 사회를 맡았다. 6년 전 14기로 시작했을 때엔 여성위원들이 무척 적었다. 특히나 우리 지역은 여성위원이 겨우 2명이었다. 한국 행사도 거의 남자들이 주도했다. 근데 지금은 전체적으로 인원이 많아졌고 여성 협의회장도 생길 정도여서 무척이나 뿌듯하다.

통일을 일구는 데 여성의 역할은 무엇이 있을까.
“여성은 꼼꼼하고 배려 깊다. 또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면서 리더의 노릇을 할 수 있다. 특히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으로 통일운동을 한다면 가정과 사회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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