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인천아시안게임이 개최된다. 이미 북한은 이번 아시안 게임에 참가의사를 표명했지만 아마도 선수단 규모는 전례없이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남북한 체육선수들이 함께 하는 자리가 처음이기 때문에 그럴 확률이 높을 것이다.
북한에서는 체육선수들의 국제경기 참가가 최상의 꿈이고 로망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동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서 한 번 외국에 가본다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선발기준도 엄격하다.
북한에는 각도별, 직할시(광역시)에 체육학원과 선수단이 있고 그 외에도 군부, 사법기관, 내각부처(관공서) 마다 체육선수단이 만들어져 있다. 그들은 남한의 직업선수들처럼 전문적인 훈련을 하고 있으며 해마다 열리는 국내경기에서 순위를 정하고 있다. 북한의 국내경기를 보면 우선 2월 16일 김정일 생일을 계기로 열리는 ‘백두산’상 체육대회,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을 계기로 열리는 ‘만경대’상 체육대회, 그리고 9월 9일 국경절을 계기로 열리는 ‘공화국 선수권대회’가 국내랭킹을 정하는 기준경기로 되어 있다. 그리고 남한처럼 국가종합선수단이 평양에 설립되어 있어 각 지역과 군대에서 선발된 우수 선수들을 집합시켜 국제경기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국가종합 팀에 소환된 다음에도 국제경기 참가를 위한 선수평가전을 벌여 최종적으로 출전권을 획득하게 되는 최종 관문도 거쳐야 한다. 일반적으로 북한에서는 집단경기(팀 경기)보다 개인종목을 선호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는데 이는 개인종목이 국제경기에 참석할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북한의 체육선수들은 아무리 재능이 있고 기량이 높아도 훈련시설과 환경, 심지어 섭취해야 할 영양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고 있어 육체적으로나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북한선수들은 육체적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정신력으로 체육을 하는 것 같다.
비록 북한이 29일 이번 아시안게임에 응원단을 파견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북한의 '미녀 응원단'은 남한 뿐 아니라 외신의 많은 관심을 끌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은 어디까지나 경기 성과보다 북한사회의 이미지 관리와 체제선전을 위한 목적으로 조직된 것이라고 보아도 틀림없을 것 같다.
북한은 해외에 나가는 사람들에게 ‘공화국의 대외적 위상’을 망신시키는 일을 엄격하게 처벌한다. 체육경기뿐만 아니라 다른 이유로 외국에 가는 경우에는 사전교육을 철저히 받게 되고 돌아와서도 꼭 총화사업을 진행한다. 쉽게 설명하면 가야 할 나라에 대한 동향과 환경에 대한 교육을 미리 실시하고 행선지에 도착한 다음 지켜야 할 행동규칙이나 대처법, 특히 남한사람들 앞에서 취해야 할 언행과 행동까지 구체적으로 교육 시킨다.
이미 전에 남한에 왔던 미녀응원단들이 김일성, 김정일의 피켓이 빗물에 젖는다고 비옷을 벗어 덮었던 일이나 김정일의 이름이 적힌 현수막을 아무데나 걸어놓았다고 야단친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어려서부터 받아온 세뇌교육 때문이기도 하지만 귀국한 다음에 겪어야 할 ‘사상검토’에서 곤경을 치르지 않으려면 당연히 취했어야 할 행동인 것이다.
그만큼 응원단 선발기준도 엄격하다. 명색이 ‘미녀 응원단’이다 보니 미모도 있어야 하고 가정환경도 좋아야 한다. 대체로 보면 평양에 있는 대학생들과 군 상층부에 복무중인 여군들이 선정되는데 무용전공자나 가수와 같은 예술전공자들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북한의 퍼스트레이디 이설주가 미녀응원단 출신이니 만큼 선발기준이 ‘수준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역시 주목할 만한 종목은 여자축구라고 생각한다. 그 외에 개별종목인 유도(유술), 복싱(권투), 역도(력기), 태권도종목에서도 볼만한 선수가 나타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그렇다면 이번 경기과정을 북한주민들이 동시에 볼 수 있을까?
북한에서도 체육경기를 즐겨보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월드컵이나 올림픽, 세계선수권을 많이 좋아한다. 다만 직접 현지에 가서 보거나 생중계 (LIVE)방송이 없는 것이 유감이다. 예전에 북한에서는 북한선수가 국제경기에 출전해서 이기면 녹화방송으로 송출하고 진 경기는 철저히 숨겼다. 특히 미국, 일본, 남한을 상대로 이긴 경기는 하루에도 수차례씩 재방송을 내보냈다.
하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남한선수들이 4강의 신화를 이루었을 때에는 경기과정을 그대로 송출하기도 했었고 최근에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평양에 있는 정주영체육관에 태극기가 공공연하게 게양되기도 했으며, 남아공월드컵 때도 북한 팀이 출전하는 경기 일부를 그대로 생중계 한 적도 있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예전의 딱딱한 틀에서 벗어나 리얼한 경기소식을 그대로 중계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시안게임 개최까지 얼마 안 남았다. 전후 사연이 어떻든 남북이 한마당에 모여 앉아 함께 웃고 떠드는 것만 해도 통일이 멀지 않았다는 위안을 순간적으로나마 느낄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사진제공 :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