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난 ‘북한’을 아주 미워했어. 5학년 때 봉사활동으로 가게 된 대전 현충원에서 영화 한 편을 보게 되었어. 그 영화의 끝 장면에 남편을 잃은 여자 배우가 소복을 입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나오는데 그게 바로 우리 엄마의 모습이었던 거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지난 8월 19일(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 대강당에서 ‘북녘친구에게 보내는 초등학생 편지쓰기대회’ 시상식을 개최했다. 통일미래세대육성을 위해 전국 초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된 ‘초등학생 편지쓰기대회’는 민주평통 운영위원회를 통해 올해 새롭게 심의의결된 사업으로, 울산지역회의(부의장 : 정영자)에서 주최했다.
사업 첫 해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에는 전국 700개 초등학교에서 9,350명의 초등학생이 편지를 응모해 높은 참여열기를 보였다. 민주평통은 1만여 편에 가까운 응모작 중 1차 예심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고학년부 작품 각 150편씩 총 300편을 선정한 후, 본선 심사를 거쳐 대상(대통령상) 1편, 금상(고학년부 교육부장관상 / 저학년부 통일부장관상) 2편, 은상(이하 사무처장상) 10편, 동상 20편, 장려상 30편 등 최종 63평을 선정했다.
시상식에는 수상학생 63명과 학부모, 교사를 비롯해 부산·대전·강원·전남·대구·광주·울산·경기·충북·전북·경북·미주지역 부의장, 기획법제·사회복지분과위원장 등 많은 내빈이 함께 참여해 수상 학생들을 축하해주었다. 시상식은 경과보고와 심사평, 상장 및 부상 수여, 현경대수석부의장 축사, 우수작품 3편(대상/금상)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현경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아직 만나보지 못한 북한 친구들을 상상하며 편지를 쓸 수 있었던 것은 초등학생들이 꿈과 상상, 미래에 대한 소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수상자 전원에게 축하의 말을 전했다. 또한 “북한 땅에 살고 있는 2,500만 주민들 모두 다 친구이기 때문에 그들도 남한과 같이 잘 살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며 “통일이 되면 북한친구들이 굶주리지 않아도 되고 자유 없이 핍박당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초등학생 여러분들의 통일을 향한 꿈이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며 “온국민이 통일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가지고 뜨거운 열정으로 힘을 합쳐서 노력하면 통일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규 심사위원(민백초등학교 교사)은 심사평에서 “인터넷이나 전화, 통신기술이 발달해서 요즘은 편지를 쓰기가 쉽지 않은데 너무 많은 학생들이 참여해서 깜짝 놀랐다”며 학생들이 “통일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심사 기준에 대해 초등학생답게, 솔직하게 편지를 쓴 학생에게 점수를 더 많이 줬다며 “편지를 쓸 때는 내 마음을 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른이 도와주는 것보다는 초등학생 어린이답게 내 마음을 또래 친구에게 솔직하게 편지를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이어 시상식이 진행됐다. 대상은 대전복수초등학교 6학년 조시은 학생이 수상했으며 서울신봉초등학교 6학년 이유민 학생과 중앙대학교사범대학 부속초등학교 2학년 신소운 학생이 각각 고학년부, 저학년부 금상을 수상했다(대상 및 금상 수상작 보러가기). 또한 고학년부 은상은 박시윤(한밭초 4), 정유빈(광양용강초 4), 조윤희(서울월곡초 5), 이한결(서울연은초 6), 장빈아(풍각초 6) 학생이, 저학년부 은상은 우주혁(동화초 1), 홍서연 (풍무초 2), 조은진(모전초 2), 김새봄(서울천호초 3), 전민경(삼척중앙초 3) 학생이 각각 수상했다.
우수작품낭독 시간, 대상을 수상한 조시은 학생이 편지를 낭독했다. 5학년 때 봉사활동으로 현충원에 갔다가 ‘연평해전’ 영화를 보고, 12년 전 아빠을 잃고 우는 엄마의 모습을 본 뒤 ‘북한이 하늘만큼 땅만큼 싫었다’고 말한 시은이의 사연에 장내가 숙연해졌다. 하지만 인터넷이나 수업을 통해 북한의 어려운 실정을 알게 되었고 이제는 더 이상 우리와 같이 가족을 잃어버리는 친구들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통일이 되길 바란다는 시은이의 편지내용에 큰 박수가 쏟아졌다.
금상을 수상한 신소운 학생과 이유민 학생 작품에는 초등학생다운 풋풋함이 가득했다. 소운이는 6.25전쟁 이야기, 포로수용소와 현충원에 다녀온 이야기로 말을 건네며, 북한에도 이런 유적지가 있는지 물어보기도 했고, 자신의 편지에 대해 답장도 받고 싶다며 무지개를 타고 날아가 너희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유민이는 “같은 민족인데 북한에 갈 수 없고, 너희들과 만날 수 없다는 게 참 이해할 수 없다”며 “아름다운 금강산과 고구려, 고려 선조들이 남긴 용맹한 기상이 깃든 유적과 유물을 구경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너희들을 우리 집에 초대해서 내가 살고 있는 서울 구석구석을 구경시켜주고 싶다”며 “빨리 통일이 되어 우리 한반도 땅의 모든 아름다움을 함께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오늘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은 시은이는 “대상을 받게 돼 기분이 좋다”며 “통일이 빨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사가 꿈이라는 시은이는 오늘 받은 상금을 모두 엄마에게 드릴 거라며 활짝 웃었다. 은상을 수상한 경북 문경 모전초등학교 2학년 은진이는 “통일 되면 서울에서 경복궁 구경을 시켜주고 싶고 나중에 가수가 되면 북한에서 노래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상을 수상한 경기 수원 황곡초등학교 1학년 현성이는 “신난다”며 “북한 친구들이랑 놀이터에서 놀고 싶다”며 해맑은 미소로 대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