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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을 말하다 | 정부통일정책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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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과 한반도 정세 (유병선/충남대 교수) english

어릴 적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텔레비전에서 미국 대통령을 처음 보았는데, 친구 아버지께서는 그를 세계 대통령이라고 표현했던 것 같다. 미국은 나에게 언제나 경이롭고, 고맙고, 강함이 느껴지는 나라였다. 소년 시절 늘 자장면을 연상케 했던 중국(당시엔 중공)은 한국전쟁 당시 민족통일의 기회에 재를 뿌린 나쁜 나라였다. 어떤 정치학자가 “국제관계에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고 했던가? 어느 날 한국과 중국 사이에 수교가 이루어지더니 이제는 한국의 최대 무역교류국이 되었다.

미국과 중국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소위‘G2 시대’를 열었고, 지구적 차원의 문제와 한반도 문제의 키를 쥔 핵심적 행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 에서도 양국은 사이버 보안, 기후변화, 영토분쟁, 경제협력 등과 관련하여 의견을 교환하였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서 는 북한 비핵화, 북한 핵보유 불용, 미중 공조체제 확인, 북한이 비핵화 선행조치를 할 때까지 6자회담 재개에 유보적 입장 등을 보일 것 등 에 합의하였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한반도 정세와 관련하여 세 가지 측면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첫째, 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공조체제 유지라는 총론적 측면에서의 의지를 재확인하였다. 둘째, 그러나 양국은 아직까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각론적 측면의 해법마련까지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북핵문제 해결을 향한 강도 높은 제스처는 어떠한 형태로든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키고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이다.

2011년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건설적인 남북대화와 6자회담 프로세스의 조기 재개로 이어질 수 있는 조치를 촉구한 바 있다. 이후 중국을 중심으로 관련국 사이에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져, 몇 차례의 남북접촉과 북미접촉 이후 마침내 2012년 2월 소위‘2·29 합의’를 도출해 내었다. 남북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대화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2012년 말 이후 한반도 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 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을 발사하였고, UN은 대북제재를 결의하였다. 이에 반발한 북한은 지난 2월 3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UN은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결의 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였고, 이어진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이에 대한 북한의 도발적 행동과 위협이 계속되면서 한반도에 긴장은 고조되어만 갔다. 이 와중에 그동안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던 개성공단마저 폐쇄되는 국면을 맞게 되었다.

한편, 북한 최룡해 특사의 중국 방문은 지난 5월 초 한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취한 첫 외교적 조치였기 때문에 전략적 움직임의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 최 특사는 중국의 건의를 받아들여 각국과 대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것은 중국의 압력을 포장한 것으로 해석되며, 북한의 입장에서도 궁지에 몰린 현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관련국과의 접촉을 모색하기 위한 전초작업이라고 해석된다.

비록‘격의 불평등’문제로 무산되긴 했지만, 북한은 한국이 꾸준히 요구해온 당국 간 대화 요청을 두 달 만에 수용하였다. 2011년 미중 정상회담 끝나자마자 북한이 전격적으로 남북고위급회담을 제안한 적이 있다. 그때도 북한의 목표는 한반도 긴장 완화가 목표였고, 미국에 잘 보여 미국과의 대화국면으로 가기 위한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김정은 권력승계 이후 내부적인 핵보유국 운용체제와 통치기반을 일차적으로 마무리하였다. 이러한 시점에서 북한은‘핵·경제 병진노선’의 본격 시행을 위한 환경조성 차원에서 남북 간 긴장완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얼마 전 한국의 한 개그맨이“이 세상에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내 마누라고, 다른 하나는 북한이다”라는 말로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조차 북한을 달래보기도 위협도 해보았지만, 도무지 막무가내인 국가가 북한이다.
현재로서는 설령 북한이 대화제의를 하더라도 남북 회담, 북미회담, 또는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적다. 설령 재개된다 하더라도 북한의 태도가 쉽게 바뀔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로서는 중국의 입김이 그나마 북한을 어느 정도 움직이게 하는 것 같다. 중국은 북한의 경제 구원자이자 에너지 제공자이기 때문이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북한이 변화할 때까지 김정은을 직접 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중국은 국가 이익을 위해서 북한을 미국과의 완충지대로 계속해서 활용할 것이다. 중국의 북핵정책은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비핵화라는 적극적 입장에서 한반도 안정유지라는 소극적 입장으로 선회한 흔적도 엿보인다. 2009년 대북제재에 중국은 참여하지 않았고, 2010년 천안함 사건 때에도 중국은 이를 북한의 소행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이 북한의 붕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강경한 북핵정책을 구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제 공은 다시 한국 정부에게 돌아왔다.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평화와 신뢰의 성공을 위해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억지력을 갖추어 놓고, 미국과 중국 등 관련 국가들과의 긴밀한 공조체제를 통해 북한이 위험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조절해 나가야 한다. 다가오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안정을 위한 중국의 협조를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북한과의 대화 접촉을 지속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아무리 말을 듣지 않는 형제라 하더라도, 북한은 결국 우리가 품고 가야할 동포이기 때문이다.

※ 본원고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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