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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을 만나다 | C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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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냉면은 크게 함흥냉면과 평양냉면으로 나뉜다. 그리고 이 둘은 모두 북한에서 유래됐다. 사실 북한의 냉면은 겨울철 음식이다. ‘동국세시기’에는 ‘겨울철 음식으로서 메밀국수에 동치미나 배추김치를 넣고 그 위에 돼지고기를 무쳐 얹어놓은 것이 냉면’이라고 기록돼있다. 유난히 겨울밤이 긴 북한에서는 냉면을 야식이나 간식으로 즐겨 먹었고 이것이 한국전쟁 전후 피난민들이 남한에 자리를 잡으면서 알려지기 시작해, 남쪽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조금씩 계량된 것이 오늘날의 냉면이다.
그렇다면 함흥냉면과 평양냉면의 차이는 무엇일까. 쉽게 말해서 비빔냉면이 함흥냉면, 물냉면이 평양냉면이다. 함흥식은 홍어나 가자미 등을 얹고 고추장으로 맵게 비벼먹고, 평양식은 꿩고기 육수에 동치미 국물을 섞어 고기 찢은 것과 오이, 배 등을 고명으로 얹어 면을 말아먹는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순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평안북도 출신의 백석 시인의 시구처럼 오리지널 평양냉면은 담백한 맛이 특징이고, 함흥냉면은 혹독한 겨울철 체내 열을 내기 위해 만들어져 이북음식으로는 드물게 매운맛이 강하다. 사실 냉면 맛 좀 안다는 마니아들이 꼽는 함흥식과 평양식의 차이점은 따로 있다. 바로 면발이다. 함흥식은 감자나 고구마의 전분으로 만들어 가늘고 부드럽지만 ‘고무줄’처럼 질긴 것이 특징이고 평양식은 메밀가루를 주원료로 반죽해 식감이 거칠고 면발이 잘 끊어진다. 어느 쪽도 가위로 면발을 자르는 것은 금물. 자르는 순간 식감이 달라진다.
소문난 평양냉면집은 전국적으로 많은 편인데 유명한 함흥냉면집은 주로 오장동에 있다. 오장동에 가면 이름난 함흥냉면집에 짧은 간격을 사이에 두고 세 곳이나 연달아 있다. 맨 왼쪽이 가장 오래된 ‘흥남집’. 가운데가 ‘오장동함흥냉면’, 맨 끝이 ‘신창면옥’이다. 세 집 모두 특성이 각각 다르기에 어느 집이 더 낫다고 단순하게 우위를 말할 수는 없다.
오장동함흥냉면집 가면 물냉면(평양식)보다는 비빔냉면
이나 회냉면을 꼭 주문해 드셔보기 바란다.

매콤, 새콤, 달콤한 양념과 함께 회가 오돌오돌 씹히고 면발이 쫄깃하다. 특히 가무잡잡한 면발은 고구마 전분만을 사용해 만들기 때문에 식감은 좋은 반면 빨리 비벼야 뭉치지 않는다. 비빔냉면이나 회냉면은 생각만큼 맵지 않으며 여기에 겨자, 식초, 참기름, 설탕, 양념장을 취향대로 추가해 먹는다.
오장동함흥냉면집의 또 다른 명물은 따뜻한 육수다. 간장으로 적당하게 간을 한 고기육수는 냉면을 먹기 전후에 한 컵씩 홀짝거리며 먹기 좋다. 특히 전날 과음으로 속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냉면보다 이 육수가 더 간절할 듯하다.
한 달에 두 번(화요일) 쉬는 날이 있기 때문에 미리 알고 가는 것도 좋겠다. 가격은 회냉면·물냉면·비빔냉면·온면 8천원, 사리 3천원, 홍어회 2만원·1만원, 수육 2만원.
찾아가는 방법 : 오장동 4거리에서 우회전, 150m 왼쪽에 위치.
문의 02-2266-0735
동국대 후문에서 남산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면 필동면옥 건물이 있다. 필동면옥은 서울 사대문 안의 평양냉면 4대천왕(우래옥, 평양면옥, 을지면옥, 필동면옥) 가운데 한 집이다. 점심시간은 직장인들로 북적거리고 오후 서너 시 무렵에는 나이 지긋하신 분들로 가득 차는 곳이다. ‘도대체 어떤 맛이기에’ 오며가며 늘 궁금해 하다가 한번 들어가서 먹어보고는 처음에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싱거운 느낌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이 맛이 제대로 된 평양식 육수라고 하는데, 몇 번 먹어보면 깊은 맛을 알게 된다고. 실제로 필동면옥을 찾는 손님도 70~80대 노인들이 절반 이상이라고 알려질 정도로 연령대가 높다.

함흥냉면집에 육수가 나온다면 필동면옥에서는 면수(사리 삶은 물)가 나온다. 필동면옥의 면발은 메밀이 주성분으로 다른 집 냉면보다 굵고 거칠지만 쉽게 끊겨 먹기 편하다. 또 냉면 위에는 고춧가루가 숭숭 뿌려져 나오지만 맵지는 않다. 제육을 곁들여 먹으면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으며 새우젓과 함께 나오는 수육도 먹어볼 만하다. 만두피가 두껍고 큰 손만두도 함께 주문해서 먹으면 든든하다.

냉면·비빔·온면 9천원, 사리 6천원(비빔 7천원), 만두 9천원, 수육 2만1천원 제육 1만4천원.
찾아가는 방법 : 충무로역 지나, 대한극장 지나 행복예식장에서
우회전 150m, 필약국 지나 좌회전, 60m 직진 왼쪽.
문의 02-2266-2611
‘냉면의 본고장’ 이북에서도 인정한 남한 대표 냉면도 있다. 바로 진주지방의 진주냉면이 그 주인공이다. 서민 음식인 여타의 냉면과 달리 진주냉면은 지리산 인근의 풍요로운 식재료를 넉넉히 사용해 양반가나 고급 기방에서 주로 먹었던 특식이었다. 때문에 육수는 물론 고명 하나까지도 그 재료가 호화롭다. 먼저 지리산에서 재배된 메밀로만 반죽한 면발와 고기육수가 아닌 인근에서 잡은 새우, 홍합, 멸치 등의 해산물의 육수를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 얇게 썬 소고기에 계란물을 입혀 구워낸 ‘육전’과 달걀지단, 잣 등의 넉넉한 고명을 올려 완성된다. 특히 새빨갛게 달군 쇠막대기를 육수에 넣어 해산물 특유의 잡내를 없애는 방식이 이색적이다. 처음에는 해산물 육수가 익숙하지 않지만 먹을수록 입맛을 당기는 감칠맛 때문에 한 번 맛보면 그 맛에 빠져든다.

그런가 하면 부산을 대표하는 밀면 역시 냉면의 한 종류.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원조물자로 제공받은 밀가루로 면을 뽑아 먹은 것에서 유래한 밀면은 밀가루에 전분을 섞어 반죽한 면이 쫄깃한 식감을 주며 여기에 김치와 양념육수가 더해져 소박하지만 균형 잡힌 맛을 낸다. 이외에도 지리산을 중심으로 남원 등지에서 즐기는 칡냉면 역시 빼놓으면 아쉽다. 갈분(칡의 뿌리)과 밀가루를 섞어 뽑아낸 면의 식감이 쫀득하고 자작하게 부은 국물을 다 비울 때까지 칡 특유의 향까지 만끽할 수 있어 여름철 별미다.

<글. 권혜리 / 사진. 나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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