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통일 | 통일토크
통일토크
DMZ 마을 아이들이 만든
통일 영화 이야기들어 보실래요?
동영상 편집을 배우다 시작한
‘영화 만들기’
e-행복한 통일 ▶
재작년 ‘특별한 듯 특별하지 않은 특별한 이야기’라는 다큐에 이어 이번에는 ‘통일에 관한 짧은 필름’을 만들었는데, 어떤 계기로 영화를 제작하게 됐나요?
우진 ▶
2년 전에 컴퓨터 반에서 동영상 편집을 배우던 중 선생님께서 영화를 한번 찍어보지 않겠냐고 제안하셔서 시작하게 됐어요. 다큐를 찍어서 영화제에 나가볼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셨거든요. 저는 첫 작품부터 참여했었고 이번 작품이 두 번째예요.
형석 ▶
그때 몇 명 빼놓고는 별 관심들이 없었는데, 완성된 영상을 보니까 멋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이번에는 참여하게 됐어요.
준용 ▶
저는 소진이(쌍둥이)가 하라고 해서 촬영을 맡았는데, 선생님이 제가 찍은 영상이 좋다고 칭찬해주셨어요.
배우와 스태프를 동시에…
일당백으로 만들어진 다큐 영화
소진 ▶ 저는 선생님과 시나리오 완성하는 것을 도왔어요. 친구들이 낸 아이디어를 엮어서 전체 스토리를 만들고 다듬는 과정이었어요.
재호 ▶ 남학생들은 대부분 촬영을 했는데, 저도 촬영을 담당하면서 극중에서는 북한에서 전학 온 ‘성국이’와 대립하는 악역을 맡았어요(웃음).
우진 ▶ 제가 북한 전학생 ‘성국이’였어요. 재호가 악역이라면 소진이가 약간 제 편을 들어주는 친구로 등장했죠. 제작 과정에서는 촬영감독을 맡았고요.
형석 ▶ 저도 영상 촬영을 했고, 극중에서는 여자 전학생을 기다렸는데 남자인 성국이가 오는 걸 보고 실망하는 연기를 했어요.(다 같이 웃음)
준용 ▶ 저는 소진이 하고 대립하는 역할이었어요. 저랑 애들이 북한에서 온 성국이한테 ‘너 진짜 탈북했나?’, ‘너희 학교 어떻게 생겼냐?’하고 막 폭풍 질문을 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제가 성국이를 놀리니까 소진이가 하지 말라고 소리치는 장면이었어요.
형석 ▶ 저희 말고 어린 동생들도 출연했었어요. 1,2학년 동생들이요.
재호 ▶ 저희 학교는 전교생이 30명뿐이라 거의 1인 다역을 해야 됐어요.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6분짜리도 40컷이 넘는
고단한 영화의 세계를 아시나요?
e-행복한 통일 ▶
영화를 촬영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나 느낀 점이 있나요?
재호 ▶
영화를 만들기 전에 영상수업을 들었는데, 그때 영화 관련 전문 용어들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너무 어려웠지만요.
우진 ▶
장상국 선생님이 카메라 다루는 법부터 콘티 짜는 법, 대사 쓰는 법 같은 영화 수업을 해주셨거든요.
소진 ▶
저는 출연하는 것보다는 촬영에 필요한 소품을 구하거나 콘티 그리는 것이 더 재밌었던 것 같아요.
준용 ▶
언제 그렸는데?
우진 ▶
아…… 진짜. 너는 소진이 가족인데 왜 너만 몰라. 우린 다 아는데.
준용 ▶ 저는 대성동 토박이라 영화에서 마을 장면을 담는 촬영을 했는데, 풀이 많아서 더 멋지게 못 찍은 게 아쉬웠어요.
형석 ▶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달아서 자주 엔지가 났던 기억도 나요.
우진 ▶ 맞아요. 모처럼 잘 찍혔는데, 배터리가 꺼져서 다시 찍는 일이 생겼었거든요. 그리고 5월부터 시나리오를 짜서 촬영을 시작했는데, 한여름에 찍다보니 엄청 덥고 힘들었어요. 카메라도 너무 무겁고요.
형석 ▶ 저희가 6분짜리 영상을 만드는데 40컷 넘게 찍었거든요. 같은 장면을 찍고, 또 찍는 게 무지 힘들더라고요. 개봉 영화들은 보통 2천 컷을 찍는 다고 하는데 그걸 어떻게 다 찍죠? 보기만 할 때는 몰랐는데 직접 해보니까 어마어마한 일을 하고 계신 것 같아요.
우진 ▶ 가장 좋았던 건 마지막 촬영을 마쳤을 때예요. 제일 어려운 장면이 교실에서 다투는 씬이었는데, 그걸 맨 나중에 찍었거든요. 그걸 끝내고 나니까 뭔가 다 끝났다는 짜릿함이!
다큐 ‘특별한 듯 특별하지 않은 특별한 이야기’를
연습장 삼아
통일이 돼 북한 친구가 전학 오면
같이 백두산에 갈래요!
e-행복한 통일 ▶
통일이 돼서 북한 친구들이 놀러온다면?
소진 ▶
저는 통일이 되면 전학 온 북한 친구랑 같이 백두산에 가보고 싶어요. 스마트폰으로 게임도 같이 하고요.
준용 ▶
백두산? 아마 다리가 아플 걸……. 저는 북한 음식 여행을 할 거예요. 북한 친구한테 어떤 음식이 맛있는지 물어보고 같이 먹으러 다니면 좋잖아요. 북한 음식을 다 먹어본 다음에는 다른 나라에 가서도 모든 음식을 맛보고 싶어요.
소진 ▶ 너는 먹는 걸로 시작해서 먹는 걸로 끝나냐? (웃음바다)
재호 ▶ 제가 영화에서는 통일을 싫어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실제로 통일이 되면 오히려 좋은 점이 많을 것 같아요. 북한에 있는 특별한 장소도 가볼 수 있고 같이 야구도 할 수 있잖아요.
형석 ▶ 통일이 되면 좋은 점이 많아요. 북한에는 자원이 많고, 우리나라엔 기술이 많잖아요. 이게 합쳐지면 엄청난 경쟁력이 생기지 않을까요?
우진 ▶ 처음 영화를 찍을 때만 해도 저는 통일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어요. 통일이 되면 지원금이 많이 들 거 같아서요. 그런데 영화를 찍고 보니까 아무리 돈이 많이 들어도 통일을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한 민족이 떨어져 사는 것 자체가 이상하잖아요.
준용 ▶ 북한 친구들이 다른 학교에 가면 불편할지 몰라도 저희 학교에 오면 괜찮을 거예요. 환경도 가깝고 애들도 착하니까.
우진 ▶ 제가 4학년 때 전학을 왔는데, 처음엔 누구나 혼자 같고 어색하잖아요. 근데 여기 친구들이 진짜 착하고 잘해줘서 금방 친해졌어요. 아마 북한 친구들이 오면 잘 적응할 수 있을 거예요.
우리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통일 그리고 대성동
e-행복한 통일 ▶ 이 영화를 통해서 무얼 보여주고 싶었나요?
재호 ▶ 북한에 대해 잘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통일’과 ‘대성동’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어요. 통일이 왜 필요하고,
대성동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를 것 같아서요.
우진 ▶ 영화를 찍으면서 마을 어른들의 힘을 빌려야 할 때가 있었어요. 다행히 부대에서 허락을 해주셔서 무사히 촬영도 하고, 여기 사시는 할머니한테 옛날 얘기도 들었거든요. 그런 과정들 모두가 통일을 말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준용 ▶ 저는 대성동에 사는데, 사람들이 ‘장단콩축제’ 같은 것이 있는지 잘 모르더라고요. 그런 걸 알릴 수 있는 기회도 되었던 것 같아요.
소진 ▶ 사람들은 대성동이 지도에 없는 마을이고 통제구역이라 많이 다를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근데 크게 다른 것은 없어요. 북한 사람도, 이곳 마을도 다 같은 한민족이고, 사람 사는 곳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취재·사진: 강문희, 기자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