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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통일 | Today 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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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월대보름의 부활

이준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북에서도 남한과 마찬가지로 정월대보름을 민속명절로 보내고 있다. 남북이 둘로 갈라진지는 장장 70여 년이 지났지만, 우리 민속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런 일이다. 물론 북한에서는 정월대보름이 사라졌다 생기기를 반복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봉건잔재를 없애고자 1974년 정월대보름 쇠는 것을 금지시켰지만 극심한 경기침체로 2001년 다시 부활시킨 것이다.

견과류

정월대보름을
민속명절로 금지한 이유

왜? 정월대보름은 한 해가 시작되는 음력 첫 달을 뜻한다. 북에서는 이날에 살찐 달을 보며 한 해 소원을 빌면 소망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이런 정월대보름이 민속명절로 금기시된 것은 1974년 ‘당의 유일사상 체계확립 10대 원칙’이 발표되면서부터다.‘하나님’께 소원을 빈다는 것은 수령의 유일사상에 어긋나는 일이며, 사회주의의 생활양식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에 당조직과 근로단체 조직들은 끈질기게 배척 사유를 선전했다. 하지만 당국이 아무리 선전을 해도 주민들은 ‘사상은 무색이라 보이지 않는다’는 일념으로 전통을 끈기 있게 지켜왔다. 세대가 바뀌어도 부모는 자식이 잘되길 바라고, 자식은 부모가 장수하기 바라는 뿌리 깊은 사랑을 한해가 시작되는 정월대보름에 빌며 아름다운 의미를 되새겨온 것이다.

보름달

경기 불안으로
재탄생한 북한의 정월대보름

대보름 민속놀이 즐기는 북한 어린이들 1994년부터 시작된 북한의 ‘고난의 행군’은 돈 없고 권력 없는 사람들의 생명을 수없이 앗아갔다. 그래서 정월대보름만큼은 한끼를 배불리 먹고 신령님품으로 가겠다는 의지로 팔수있는 모든것을 팔거나 남의 돈을 꾸어 소원을 푸는 서민들과 새해에는 제발 우리목숨 지켜달라고 맹물을 떠놓고 비는 사람들이 많았다. 즉 북에서 정월대보름이 재탄생한 이유는 경기가 불안한 남한 사회에 로또 구매자수가 늘어나는 현상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국가가 배급을 못하고 생존의 불확실성이 커가자 김정일도 태도를 바꿔 정권을 탓하지 말고 하나님이나 신령님을 탓하라는 의도로 정월대보름을 부활시킨 셈이다.

북한의 정월대보름 허용은 사람들이 잘 살고 못 사는 원인을 ‘숙명’으로 간주해 전지전능한 ‘하나님’께 희망을 두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낮에는 장군님, 밤에는 하나님’이라는 정월대보름 유머가 생겨나기도 했다. 2000년 6월 15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발표한 6.15공동선언 이후에는 당이 남북간 왕래와 교류의 활성화를 전망하고 민족풍속을 이어간다는 의미를 내세워, 북한이 남한보다 민속명절을 더 크고 의미 있게 즐긴다는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기도 했다.

건강·진급·부를 비는
권력층의 정월대보름

북에서는 정월대보름날 아침에 오곡밥과 아홉 가지 나물, 귀밝이술을 한 잔씩 즐겨 먹는다. 오곡밥은 신체의 오장을 든든하게 하고, 아홉 가지 나물은 90세까지 건강하게 장수하라는 뜻이며, 귀밝이술은 한 해 동안 귀를 밝게 해준다는 의미이다. 때문에 이날만큼은 주부들이 어떻게든 대보름 음식상을 보는 풍습이 있다. 음식상은 계층별로 천차만별이다. 권력층은 승용차에 잘 삶은 돼지머리와 고급 양주, 남방 과일 등을 싣고 풍수지리가 좋은 장소에 가서 건강과 진급을 바라는 소원을 빈다. 간부가 직접 나가기보다는 아내나 자식들이 대신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간부들이 직접 나서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부유층은 재산을 지켜주고 잡혀가지 않기를, 중산층은 한 해 동안 불법을 들키지 않고 돈을 많이 벌게 해달라고 빈다. 가족이나 친척, 가까운 지인이 정월대보름 전에 사망했을 때는 망자의 명복을 빌기보다 죽은 사람이 자기들에게 다가올 불행을 다 안고 가라는 비윤리적인 소원을 빌기도 한다.

정월대보름에 먹는 오곡밥 아홉가지 나물

모란봉 을밀대에서 올리는
서민들의 ‘신령님 제사’

최하층민들의 정월대보름 풍습은 조금 다르다. 이날만큼은 최하층이라는 신분을 벗어나 직접 스스로 ‘신령’이 되어 폼을 잡고 정월대보름을 만끽하는 것이다. 밤 12에 맞춰 거행되는 ‘보름달 신령님 제물 행사’를 차질 없이 준비하기 위해서 미리 잦에 잠을 자 두기도 한다. 제물 행사는 북한 전 지역에서 펼쳐지는 풍습이다. 특히 평양 중심가인 모란봉 정상 을밀대를 제일 좋은 명당자리로 여긴다. 절벽 아래로 대동강이 감돌기 때문이다. 최하층민들은 보통 밤 10시부터 이곳에 올라 검은 담요를 뒤집어쓰고 기다리다가 다른 사람들이 밤 12시에 나무 밑에서 제를 올리고 내려가면서는 ‘제물 수거’를 시작한다. 간혹 신령님 제물을 대동강에 던지는 심보가 나쁜 행인들이 있는데, 그 경우 아래서 대기하고 있던 자녀들이 가서 수거해오도록 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 문제로 싸움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무리를 지어 조직적으로 공동으로 수거해오고 있다.

이렇게 수거된 제물은 공동분배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비양심적인 행동을 일삼는 이들이 있다. 아마도 정월대보름이 안고 있는 ‘밤’이라는 특성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북한의 정월대보름은 한 해 소원을 위해 소원 성취를 위해 성의를 다하는 소위 ‘있는 사람들’과 그 제물을 하룻밤 사이에 다 가져다 먹으려는 ‘뱃집 큰 신령님(?)’들 모두에게 기다려지는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령님께 올리는 제물을 훔쳐 먹으면, 노하신 신령님께 벌을 받는다는 상식조차 뒤엎은 ‘창조자(빈민층)’들의 모습을 보면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정월대보름의 밝은 달빛이 서민들에게만 가려지는 일이 없도록 하루 빨리 통일을 이루는 것도 우리의 역사적 임무라고 할 수 있다.

※ 웹진 <e-행복한통일>에 게재된 내용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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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발행 : 2016-02-15 / 제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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