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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호 > 기획연재

기획연재 / 통일친화적 사회 만들기

통일친화적 국제 환경 조성 위한
통일외교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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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는 경제 부흥, 문화 융성, 국민 행복과 함께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4대 국정기조에 포함시켰다. 통일이 국정기조에 포함된 것은 김영삼 정부 이후 처음이다. 통일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과 의지는 대선 캠페인 기간부터 일관되게 지속되었다. 2012년 11월 5일 발표된 외교안보통일 공약, 2013년 8월 15일 제68주년 광복절 경축사, 2013년 8월 28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16기 전체회의 대회사 등에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관이 분명히 나타나 있다. <통일시대>는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위해서 한국 사회가 통일친화적 입장에서 추진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분야별로 점검해 본다.

•2014년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정세는 주변 4국과 남북한의 대내외 정책이 급속히 변화하면서 역내 국가들 간의 양자관계를 비롯해 전체 구조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이 지역의 새로운 중심축인 중국의 급속한 국력 신장과 시진핑 시대의 적극적 대외 행보로 새로운 안보 질서가 구축되기 시작했으며, 2차 세계대전 이후 패전국가에서 정상국가로의 복귀를 시도하는 일본 아베 정권의 우경화 정책이 관련 국가들 사이에 새로운 갈등과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전 세계 각 지역에서의 분쟁이 그치질 않고 있어 쉽사리 역량을 집중하지 못하고 있으며, 강한 러시아를 천명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 역시 국제 유가의 하락과 내부 갈등에 발목이 잡혀 극동 지역을 집중 개발하려는 구상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체제 내구력 약화와 주변국가의 태도 변화

이처럼 주변국가들 간에 새로운 갈등과 협력관계가 구축되는 과정에서 한반도에서도 3가지 핵심 쟁점을 중심으로 이제까지와는 또 다른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첫째, 북한 내부 정세가 심상치 않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 독재체제를 고수해온 북한은 체제 존속과 정권 유지 사이에서 심각한 딜레마에 직면했다. 지난해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은 소위 핵개발·경제발전 병진전략을 채택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내외 정책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핵보유국가임을 스스로 천명하면서 이를 전제로 국방 부문에 대한 과도한 지출을 경제 부문으로 전환하고, 동시에 경제적으로 대외 교류협력을 강화하려는 발상인데, 이는 시작부터 국제사회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어 북한의 경제 환경은 중국에 대한 의존만 심화되었을 뿐 질적으로 개선된 조짐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않다.

이와 함께 북한 내부에서의 김정은 정권에 대한 기대감과 충성심도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에 비해 크게 약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김정은 체제의 가장 핵심적인 후견인이던 장성택 당 행정부장이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전격 처형됨으로써 핵심 세력 내부에서의 균열과 갈등을 극명하게 노출한 바 있다. 아울러 대다수 북한 주민들은 일반 생계를 시장에 의존함으로써 통제기구로서의 국가나 당은 존재하나 내부 경제 역시 파행적으로 운영되어 체제 내구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북한을 대하는 주변국가들의 태도와 이해관계가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북한의 오랜 우방이자 중·조 우호협력조약에 따라 사실상 동맹국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이 북한을 대하는 태도가 과거 전통적인 혈맹의 관계에서 보여주던 것과 달리 보통국가 간의 관계로 변화된 것은 한반도 주변 정세와 관련해 의미가 크다.

중국은 북한이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거나 일방적으로 침략을 당했을 경우 조약국의 일원으로서 개입할 것이나 북한의 선제 도발로 야기된 분쟁에는 개입하거나 북한을 무조건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2012년 말 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이어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강행한 데 대해서는 중국과 러시아 모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유엔 안보리의 대북 강력 제재에 동참했으며, 추후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 등 도발을 계속할 경우 즉각 제재를 강화할 것에 대해서도 입장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북한에 대해 우방으로서 개방·개혁을 권고하던 단계에서 진일보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셋째, 분단 이후 세월이 지나고 세대가 바뀌면서 국내에서의 통일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지속적으로 저하되고 있다. 향후 남북관계의 개선을 통해 통일의 시기가 도래하거나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에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통일 구상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지만 통일 과정에서 지게 될 각종 부담을 상정할 경우 우리 국민들은 대체적으로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1980년대 말 동유럽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차례로 붕괴하고 동서독이 통일되던 시점에 우리는 구 서독의 동방정책을 모델로 기능주의적이고 단계적인 통일 방안인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을 수립했고, 이는 지난 4반세기 동안 우리의 유일한 공식적 통일 방안이었다. 이를 토대로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를 채택했고, 나아가 2000년과 2007년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이러한 통일 구상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북한이 3대 세습을 통해 수령 체제를 공고히 하고, 핵보유국가임을 선언한 상황에서 민족공동체를 형성해 단계별로 점진적인 통일을 이룩하겠다는 구상은 그 실현 가능성이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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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난해 6월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확대정상회담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개혁·개방 이끄는 통일외교

이처럼 북한 내부 정세를 비롯한 한반도 주변 정세는 과거 어느 때보다 역동적이며, 이러한 역동성은 우리 주도의 통일 과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를 감안해 새로운 통일친화적 대외관계를 구축할 통일외교를 적극 전개해야 할 때다.

새로운 통일외교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주변국가들과의 호혜적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것을 전제로 추진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북한의 핵개발 폐기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이룩해야 하며,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중단시키고 대량살상무기를 안전하게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전제하에서 북한 경제와 사회 부문에서의 개혁과 개방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북한이 주변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경협을 확대하도록 돕는 방안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북한의 핵이나 대량살상무기의 폐기 수순과 절차, 방식을 우리와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 지원 및 협력사업 추진과 단계별로 연계하는 전략을 좀 더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

한반도에서 국제사회의 지지 속에 평화적 통일을 달성하기 위한 첫째 조건은 한반도에서의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의 핵보유국 주장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북한이 핵개발과 경제발전 병진정책을 폐기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미 관련 6개국은 2003년부터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시도했으며, 우여곡절을 겪긴 했으나 아직까지 북핵 문제 해결의 가장 유효한 방식이 6자회담임에는 이견이 없다.

따라서 북한의 핵무기 폐기 및 단계적 비핵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등을 합의했던 9·19 공동성명에 입각해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법을 모색하되 현재의 관건은 어떻게 회담 재개를 위한 사전조치를 관련 국가들 간에 합의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북한은 무조건 6자회담을 재개하자는 입장이나 이러한 북한의 주장의 배경에는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핵 폐기를 강요받는 상황이 아니라 핵보유국으로서 핵 군축의 방향에서 핵문제를 논의하자는 주장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일본과 우리의 입장은 북한이 6자회담 복귀의 진정성을 확보하려면 회담 재개를 위한 사전조치를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최소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복귀시키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며, 현재 가동 중인 핵개발 프로그램을 동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전조치 이행을 통해 6자회담이 재개돼 실질적인 비핵화로의 진전 가능성이 확인될 경우 이미 합의한 대로 6자회담 틀 내에서의 한반도 평화 정착 문제, 동북아에서의 안보 증진과 북한에 대한 경제 및 에너지 지원 문제들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각종 대량살상무기들도 폐기돼야 한다. 북한은 이미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을 개발한 상태이며, 평화적 목적이 아닌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탑재를 전제로 미사일의 사거리를 늘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북한은 국제사회에 위협이 되는 이러한 중·장거리 미사일은 물론이고 핵무기 개발을 중단해야 하며, 생화학무기 등 각종 대량살상무기를 폐기하고 국제기구 가입을 통한 통제를 수용해야 한다.

통일 과정에서, 그리고 통일 이후 북한 지역의 신속한 재건과 경제발전을 이룩하려면 국제사회로부터의 신뢰와 신용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한 사전 단계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완화되거나 해제될 경우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대규모 지원과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북한이 국제 경제금융기구에 가입하도록 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을 비롯해 아시아개발은행(ADB)에도 가입해 금융과 투자 분야에서 국제사회로부터의 지원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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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월 2일 성김 주한 미국대사(왼쪽)와 윤병세 외교부장관(오른쪽)이 제9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협정(SMA)에 정식 서명 하고 있다.

국제사회 평화와 공동 번영에 기여하는 한반도 통일

우리로서도 북한의 정책 전환이 분명해질 경우 양자 또는 다자 간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공동 진출에 적극 나섬으로써 통일비용을 최소화하고 통일에 대비한 경제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장성택 처형 이후 주춤해진 나선경제특구나 신의주·황금평특구에 대해 국제사회와의 공동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그 밖에 지난해 북한이 발표한 북한 내 13개 신규 지역경제특구에도 개성공단의 사례를 적용해 진출을 검토해야 한다. 지난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한·러 간에 합의한 나진·하산 물류 개발 사업과 유라시아 철도 및 에너지 수송 사업 등에도 3국 간 공동 개발계획을 적극 추진해 통일의 경제적 기반과 국제적 협력 기반을 확충해나가야 할 것이다.

한반도 통일은 주변 정세의 안정과 관련국 간의 선린 우호 증진을 통해 국제사회의 평화와 공동 번영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 내 위기사태 내지 급변사태 발생 시 내부의 불안정 요인을 신속히 제거하고 북한 주민들 다수의 의견을 반영해 새로운 질서를 구축할 수 있도록 대내외 정세를 주도해나가야 한다.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때 민사행정 및 군사안보적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유엔 안보리와 한미동맹 차원에서 신속히 그리고 효율적으로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매뉴얼과 후속조치들을 마련하고 보완해나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 그들의 정치적 선택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하고, 이러한 제반 조치들을 통해 북한의 안정적 변화를 다차원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대내외 민간급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점차 국가 차원 및 민관 1.5트랙의 전략 대화로 정례화해나가야 한다.

한반도 통일은 평화적 방식에 의해 주변국의 지지와 협조하에 추진되어야 한다. 이미 박근혜정부는 대북정책과 통일 구상의 프레임으로 천명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따라 주변국과 전략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통일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북한의 무모한 군사적 도발을 억지하기 위한 한미동맹을 굳건히 유지하고, 2015년 말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에 대비한 새로운 군사안보 협력구조를 제도적으로 완비하는 동시에, 이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한미 합동군사훈련도 지속적으로 보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통일 과정 및 통일 이후를 상정한 한반도 평화통일 구상은 주변국들의 핵심적 이해에 해당하는 만큼 한미, 한·미·일, 한·미·중, 한·중·일 등 관련 국가들과의 유기적인 전략 안보협력 대화를 구축해 제도화함으로써 통일한국의 출현이 모든 관련 국가들의 안보와 평화, 번영에 기여할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각국 간 경제와 사회문화 교류협력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증대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photo 유호열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한국정치학회 회장, 민주평통 정치안보국제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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