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호 > 통일칼럼
통일칼럼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지난 1월 6일 신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른바 ‘통일 대박론’을 강조한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1월 22일 국제 언론과 글로벌 지도자들의 관심이 결집한 스위스 다보스포럼 개막연설에서도 ‘통일은 동북아와 주변국 모두에 대박’이라는 주장을 강조함으로써 한반도 통일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과 지지를 촉구했다.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한반도 통일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통일에서 비롯되는 미래 이득에 대해 우리 국민은 물론 국제사회를 상대로 구체적으로 언급한 일은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로 이해된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북한에서 발생한 장성택 제거 사태 이후 북한 사회의 미래와 안정성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우리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남북이 하나가 된다면 모든 이해 당사자에게 큰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하는 일은 어쩌면 분단국가의 지도자로서 당연한 책임과 의무라고 생각한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혹자의 경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서 설명하고 있는 ‘단계론적 통일 준비’가 ‘통일 대박’으로 점프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벽돌을 하나씩 쌓아 올리듯이’, ‘작은’ 평화에서 ‘큰’ 평화로 자연스럽게 넘어가야 한다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입장이 ‘통일대박’이라는 다소 과감하고 성큼성큼 다가가는 입장으로 바뀐 것이 아닌가 하는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물론 그렇지 않다. 우리국민과 국제사회의 누구라도 한 번 더 곰곰이 생각해보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통일대박’ 사이에는 매우 자연스러운 논리적 연결고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통일 대박’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미래 비전을 대통령 특유의 담백한 언어로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를 향해 솔직하게 밝힌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반도에 통일이 달성된다면 한반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물론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주변국 모두에도 커다란 혜택이 될 것이라는 주장에 무슨 논리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겠는가? 더구나 통일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남북한이 서로 신뢰를 쌓아나가며 남북한 주민 모두에게 구체적인 이익을 가져다주는 사안들을 중심으로 서로 의논하고 협력하면서, 종국에는 큰 통일을 이뤄나가겠다는 박근혜정부의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만에 하나 누구도 예기치 못했던 문제가 발생한다 해도 우리 정부는 꿋꿋하게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을 위해 중심을 잡아가면서, 통일의 기회를 포착하고 실천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통일대박’론은 북한의 일탈성의 증대로 말미암아 통일 과정 및 통일 이후 모습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함께 증가함에 따라,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우리와 국제사회의 부단한 노력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을 따름이다. 만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희석된 것이라고 받아들이거나, 혹은 북한을 설득하고 변화를 유도해내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에전략적 의도가 과다해지는것 아니냐고 오해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이해 방식일 것이다. 통일로 나아가는 우리의 모습은 여전히 벽돌을 쌓아올리듯 차근차근 다가가는 모습이다. 다만 한마디 덧붙이자면, 경우에 따라 그 벽돌은 한 뼘크기의 단단하고 작은 벽돌일 수도 있고, 또 때로는 아주 커다란 바위산같은 벽돌이 될 수 있다는 탄력적인 생각은 가져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