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호 > 인터뷰
인터뷰 / 이어기 시카고협의회 자문위원
1969년 창설돼 미주 한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는 한미장학재단 이사장에 이어기 민주평통 시카고협의회 경제통상위원회 위원장이 선임됐다. ‘한민족 공동체’라는 넓은 의미에서 재미동포 학생뿐 아니라 미국으로 유학 온 한국 학생들에게도 장학금을 주는 등 장학사업을 확대하는 데 힘쓰고 있다.
2014년은 미주 한인이 처음 이민 온 지 111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이주 초기 사탕수수 노동자였던 1세대 한인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아 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보내며 조국의 독립에 힘썼다. 한미장학재단도 100년 전 이주 한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 동포들의 자녀 교육을 위해 1969년 자발적으로 장학사업을 시작했다.
미국 워싱턴에서 발족한 한미장학재단은 현재 미국 전역에 7개 지회를 두고 동포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사업을 펼칠 정도로 성장했다. 이어기 위원장은 지난해엔 한미장학재단 부이사장직을 맡아 한인 혼혈학생과 입양학생들도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많은 힘을 기울였다.
이 위원장은 “한미장학재단은 미국 내에서만 기금을 모으고 재미동포 자녀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데서 벗어나 글로벌한 자세로 장학기금을 확보하고 전 세계 한민족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학재단으로 거듭나고자 합니다”라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한미장학재단이라는 큰 조직의 이사장을 맡았지만 이어기 위원장의 마음 한편에는 대한민국의 통일에 대한 생각이 깊게 자리해 있다. 한미장학재단 이사장직과 함께 민주평통 시카고협의회에서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또 평화문제연구소 미주본부 사무총장도 겸임하고 있을 정도로 조국 통일에 관심이 높다. 이 위원장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통일 문제를 각별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부모님 때문이다.
“저는 이산가족의 자손입니다. 돌아가신 아버지도, 살아계신 어머니도 늘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하셨습니다. 부모님 곁에서 그분들의 아픔을 직접 겪었기 때문에 통일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비록 미국에 있지만 미국 사회에서 대한민국의 통일을 앞당기는 일을 하는 것이 저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평통 장학회 설립하고파
미국 교포를 중심으로 장학사업을 펴고 있는 한미장학재단과 통일 기구인 민주평통 간의 연관 관계를 묻자 이어기 위원장은 ‘세대 간의 소통’이라는 키워드가 일치한다고 말했다.
“한미장학재단이 추진하는 장학사업의 하이라이트이자 가장 큰 소득은 장학금 혜택보다 교포 1세대와 2세대가 만나는 장학금 전달 행사(Award Night)입니다.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이 행사는 수십 년간 가장 미국적인 스타일로 진행돼왔는데, 이 행사는 교포 세대 간 소통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민주평통의 주력 사업 중 하나가 각 세대 간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듯 한미장학재단도 교포들이 세대를 뛰어넘어 직접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제16기 민주평통 시카고협의회 발대식에 참석한 현경대 수석부의장은 미국 현지에서 인정받는 협의회가 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선 민주평통 각 해외 협의회의 활동도 중요하지만, 그 나라에 꼭 필요한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미장학재단이 바로 이런 역할을 하는 단체다.
이 위원장은 “미국에서 민주평통의 역할은 막중합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많은 동포들은 민주평통이 무엇을 하는 기관인지 잘 모릅니다. 그리고 자문위원들이 활동할 수 있는 폭에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나 한국에 있는 민주평통의 적극적인 협조가 무엇보다 필요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라며 “미국은 우리의 최대 우방국입니다. 우리의 통일에도 미국은 깊이 연관돼 있습니다. 통일을 앞당기려면 미국의 주요 정책 단체와 교류해서 우리의 현실을 알리고, 그것이 미국의 정책에 적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합니다. 또한 미국과 한국 사이에서 공정하게 자문에 응할 수 있는 민주평통으로 성장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한미장학재단 이사장직을 맡은 이어기 위원장의 소망 중 하나는 한미장학재단에 민주평통 장학회를 신설하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2만여 민주평통 자문위원의 적극적인 활동과 지지를 호소하며 “고국에 있는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의 관심이 커진다면 한미장학재단 내에 민주평통 장학회가 만들어져 조국의 평화통일에 앞장설 인재를 배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