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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 하구 북·중·러 접경지대 개발 현장

3국의 변방 지역이 서로 만나
동북아 물류 허브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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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두만강 철교.

두만강 하구의 북·중·러 3국 접경지역은 아직은 3국 모두에 변방인 곳이지만 이곳에는 남북통일의 단서를 제공할 남북 협력과 3국 협력의 씨앗이 묻힌 곳이다. 어떻게 싹을 틔우고 가꿀 것인지의 과제가 남았다. 개발이 한창인 현장을 다녀온 동아일보 기자의 현장 보고를 들어보자.

구자룡 동아일보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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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3층 높이의 팡촨 룽후거 전망대에서 바라본 두만강.

“구 특파원, 두만강 하류가 한반도의 운명에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 잘 알지요? 북한, 중국, 러시아 3국 접경지역을 둘러보고 전문가들이 모여 세미나도 하는데 같이 갑시다.”

4월 하순 전홍진 강원도청 통상지원과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러시아 하산과 중국 지린성 훈춘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전 과장은 2013년 5월 ‘중국과 함께 지자체가 뛴다-강원도 편’을 취재할 때 ‘GTI 박람회’ 사무부국장으로 처음 만났다. 전 과장은 지린성 창춘의 강원도사무소에 파견돼 10년가량 근무한 중국통이다. 기자는 지난해 2월 다시 베이징 특파원으로 부임해 만나지 못했는데 잊지 않고 동행 취재를 제안해 감사했다. 강원도가 주관하는 러시아 출장이 포함된 행사에 베이징 특파원이 참가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강원도청과 속초시, 강원도산업경제진흥원 등이 새누리당 양창영 의원실과 함께 마련한 ‘두만강 하류 3국 접경지 시찰 및 훈춘시 정부 관계자와의 세미나’는 6월 8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됐다.

다른 참석자들은 인천공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오고 기자는 베이징에서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으로 가서 만나 같이 이동하기로 했다. 베이징발 블라디보스 토크행 비행기는 시베리아항공 소속 비행기가 하루 한 편 운항하는데 베이징에서 새벽 4시 출발이었다. 비행시간이 약 2시간 걸리고 두 시간의 시차가 나 현지에 도착하니 오전 8시였다. 새벽 4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3시간 전에 집을 나서 공항으로 나가 비행기를 타고 하다 보니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한국에서 오는 일행은 오후 1시 반 도착 예정이었다. 공항 커피숍에 자리를 잡고 미리 준비해온 책도 읽고 하면서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출국장 바로 앞 작은 커피숍에 들어가니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만 받는다고 했다. 2층 은행의 환전 창구로 갔다. 그런데 몇 가지 환율을 안내해놨는데 정작 중국 위안화와 루블화 환율은 없었다.

마침 북한 근로자 몇 명이 북한으로 돌아가면서 루블을 손에 뭉텅이로 들고 환전 창구 앞에 서 있었다. 나이는 50세가 안 될 것 같은데 고된 노동으로 고생이 심했던지 나이가 더 들어 보이는 한 남자에게 “커피 한 잔만 사서 마실 루블을 위안화를 주고 바꾸려고 하는데 몇 위안이나 바꾸면 되냐”고 물었더니 그도 잘 모른다고 했다.

이때 비교적 말쑥하게 차려 입어 막노동자는 아닌 듯한 40대 후반의 북한 남성이 “루블이 얼마나 필요 하세요?” 하고 묻더니 불쑥 지갑에서 500루블을 꺼내 주었다. 약 1만 원가량 되는 돈이다. “조금만 바꾸기도 번거로우니 이걸로 커피 드세요” 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사업하시나 보죠?” 하고 물었더니 웃기만 하고 대답은 하지 않았다. 나에게 남조선 사람이냐고 묻지도 않았다. 그냥 ‘조선말’을 하는 사람이 루블을 구하는 듯하자 선뜻 내준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 개발하는 자루비노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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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하산·훈춘 출장은 북·중·러 3국 교류가 주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벌써 자유롭게 남북 교류가 이뤄지고 있었다. 실제로 연해주에는 북한 근로자들이 많이 나와 일하고 있어 북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날 공항에도 북한으로 들어가는 근로자들이 커다란 짐을 부치기 위해 카트에 싣고 가는 모습이 보였다. 듣기로는 해외에 나오면 돈을 벌 수 있지만 중간 중간에 뜯어먹는 사람이 많아 남는 것도 없다고 했다.

한국에서 일행이 올 때까지 5시간 이상 뭘 하나 걱정도 없지 않았는데 전홍진 과장이 블라디보스토크에 나와 있는 최진구 강원도 주재관에게 전화를 해놓았는지 최 과장이 공항에 와 공항 주변의 러시아 소도시를 잠깐 둘러보게 해주었다. 강원도는 4년 전부터 블라디보스토크에 주재관을 두고 북방 진출을 준비한다고 했다.

오후 1시 반경 일행이 도착해 슬로비안카에서 바다가 가까이 바라보이는 리조텔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일행은 이튿날 오전 10시경 하산 남부의 자루비노항에 도착했다. 한때는 속초에서 자루비노항까지 여객선이 운행했지만 지금은 중단된 상태다. 찾아간 자루비노항은 15톤 화물을 끌어올릴 수 있는 소형 크레인만 몇 개 있어 한적한 느낌마저 주었다.

하지만 이곳은 러시아의 ‘신동방 정책’과 중국의 ‘동해 출해(出海) 전략’이 교차하면서 동북아 물류 허브를 꿈꾸는 곳이다. 강원 속초나 동해, 부산 그리고 일본 니가타 등을 잇는 요충지가 될 수 있는 곳이다.

지난해 5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 상하이를 방문했을 때 러시아 최대 항만 운영사인 수마(SUMA) 그룹과 지린성은 자루비노항 공동 개발에 합의해 양국 간 공동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현재 눈으로 볼 수 있는 중·러 합작품은 콘크리트로 말끔히 포장된 항구 주변 부두 정도였다. 자루비노항 운영사의 지분 49%를 인수한 중국 동북아시아철도공사가 투자한 것이다. 불과 1, 2년 전까지만 해도 명색이 국제항구인데 주변 도로가 맨땅이었다고 한다. 동북아철도공사는 70톤 화물을 끌어올릴 수 있는 크레인도 2대 주문해 올해 안에 설치하는 등 부두 시설 확충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에서 서방의 제재를 당하고 있는 러시아는 극동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려면 블라디보스토크나 자루비노항 등의 개발이 필요하다. 사실 중국 자본이 투자되면 중국의 입김이 커지게 돼 껄끄럽겠지만 외국 자본 유치가 필요한 러시아로서는 부득이한 선택이라고 할 것이다. 한국도 러시아, 중국으로 가는데 중요한 교두보가 될 항구다. 자루비노항 관계자와 면담 등의 일정이 잡히지 않았는지 항구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서 버스에서 하차한 뒤 항구를 내려다봤다

훈춘시의 무비자 자유관광지역 개발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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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북아 물류 허브를 꿈꾸는 자루비노항.

다음에는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맞닿아 있는 하산역으로 갔다. 하산역 주변에서는 두만강 철교를 사이에 두고 북한이 한눈에 들어왔다. 서쪽을 보면 중국 훈춘의 동쪽 끝인 팡촨(方川)의 전망대가 불과 몇 km 너머에 있다. 북한과 러시아 철도는 각각 표준궤와 광궤를 써서 철로 폭이 다르지만 나선항까지는 두 가지가 모두 깔려 있어 러시아 화물열차가 나선까지 연결된다

1937년 10월 스탈린이 자행한 고려인 강제이주 때 하산역을 출발한 기차는 추수를 앞둔 곡식에 손도 대보지 못하고 고향을 등지고 떠난 고려인들을 태우고 갔다. 이제는 그런 어두운 역사를 뒤로하고 북·러 교류를 통해 한반도 통일의 새로운 돌파구를 만드는 곳이 돼야 한다는 것이 이번 행사 참석자들의 말이었다

하산역은 지금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도 남쪽으로 자동차로 5시간가량 가야 하는 외진 변방의 작은 역이다. 접경지역이자 군사보호구역이어서 일반인들의 접근은 금지되어 있다. 이곳에서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바라보면서 언젠가는 이곳이 3국의 접경지역으로 붐비게 될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를 해보았다.

우리 일행이 오후에 러시아에서 국경을 넘어 찾아간 훈춘의 팡촨은 벌써 ‘3국 접경지대’라는 지리적 특징을 살려 관광지로 개발하고 있고, 나아가 3국을 아우르는 ‘무비자 관광특구’계획까지 세우고 있었다.

하산역에서 바라본 팡촨 전망대는 바로 눈앞이었지만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데는 꼬박 3시간 이상이 걸렸다. 그리고 러시아에서 나가는 슬라비앙카 국경검문소를 지날 때는 세 번이나 여권 검사를 했다. 두 번은 군이 했다. 미녀 군인이 버스까지 올라와 여권을 검사했다. 아직은 중·러 간 국경이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훈춘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장링즈(長嶺子) 해관에는 태극기와 북한 인공기가 중국 오성홍기, 일본 일장기, 러시아 국기 등과 나란히 걸려 있었다. 한반도가 통일이 되면 더욱 이웃처럼 가까이 교류할 나라의 국기가 모두 걸려 있어 인상적이었다.

중국이 국경을 접하는 국가는 14개국이다. 그중에서도 팡촨은 러시아, 북한과 맞닿은 3국 접경지다. 훈춘 시내에서도 자동차로 60㎞ 이상 떨어져 1시간가량을 가야 하는 팡촨은 벌써 오래전부터 ‘3국 접경 관광지’로 개발돼 있다.

이곳에는 13층(64.8m) 높이의 룽후거(龍虎閣)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 끝에서 바라보면 하산역 앞의 북·러를 잇는 두만강 철교가 멀리 보인다. 팡촨 끝에서 동해까지는 15km가량이라고 했다. 청나라가 1860년 연해주의 일부를 러시아에 내줘 동해로의 진출이 막힌 것이다.

룽후거 3층에는 훈춘시가 구상하는 3국 접경지대 ‘무비자 자유관광구역’ 설치 계획이 지도와 도표 등과 함께 상세히 소개돼 있다. 북한 나선과 러시아 하산, 중국 훈춘의 팡촨 등 3국 접경지역에서 각각 10km²씩을 떼서 ‘무비자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조선족인 조현호 훈춘시 부시장은 “연해주와 나선시 모두 중앙정부의 지원으로 관광구역 설치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중·러 자본을 이용한 나진항 개발, 연해주와 연결되는 철도 개·보수, 훈춘과의 제2 두만강대교 공동 건설 등 접경지대 공동 개발에 관심을 쏟고 있다.

두만강 3국 접경지역 개발에 참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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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014년 11월 24일 러시아 하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석탄 4만500톤을 싣고 54km를 달려 북한 나진항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 석탄은 북한 나진항을 거쳐 닷새 후 포항에 도착했다. 남북한과 러시아 3각 협력사업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다.

두만강 하구 3국 접경지대는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대륙으로 진출하는 길목과도 같은 곳이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훈춘, 나선, 하산이 모두 해당 국가에서는 변방이지만 서로 연계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강원도나 속초시도 한국에서는 변방이지만 이곳 개발에 함께 참여해 동북아 물류 허브 경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대 구정모 교수(경제학과)는 “강원도가 1994년 ‘환동해권 지방정부 회의’를 조직하는 등 분투하는 것에 비하면 중앙정부로부터는 소외되고 있다”며 3국 접경지역을 파고들려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중앙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양창영 의원은 “한국도 중국의 동북 개발 전략, 러시아의 신극동 전략처럼 두만강 3국 접경지역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법률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두만강 하구의 3국 접경지역은 아직은 3국 모두에변방인 곳이지만 이곳에는 남북통일의 단서를 제공할 남북 협력과 북·중·러 3국 협력의 씨앗이 묻힌 곳이다. 어떻게 싹을 틔우고 가꿀 것인지의 과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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