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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역사·통일골든벨 전국 결선대회

‘미래 통일리더’들의 두뇌 싸움,
독립기념관에 첫 골든벨 울리다

올해로 5년째를 맞는 역사·통일골든벨 대회에서 드디어 골든벨을 울리는 첫 우승자가 배출됐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행사였던 만큼 그 의미가 더욱 돋보였던 역사·통일골든벨 고등학교 전국 결선. 국내뿐 아니라 해외 각지에서 모인 도전자 100명이 자웅을 겨룬 골든벨 현장을 소개한다.

제17기 상임위원회

최후의 1인으로 50번째 골든벨 문제에 도전한 경기 하남고 1학년 전진웅 학생에게 출연자와 방청객의 눈길이 쏟아졌다. ‘새내기의 당찬 도전’. 2, 3학년 선배들을 모두 돌려세우고 최후의 1인이 되어 더욱 관심을 모은 도전자다. 올해로 5년째를 맞는 역사·통일골든벨 대회에서 아직 골든벨은 울린 적이 없다. 과연 올해는 어떻게 될 것인가.

전진웅 학생이 고른 문제는 “태조 이성계가 도읍으로 정한 한양의 네 개 성문 이름을 맞혀라”는 것. 잠깐의 머뭇거림도 없이 답을 적어내려 가는 최후의 1인을 보고 장내에서 “와~” 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가 들어 올린 화이트보드에는 “동-흥인지문, 남-숭례문, 서-돈의문, 북-숙정문”이라는 답이 쓰여 있었다. 다시 한 번 함성이 일었다.

“정답입니다!”
전진웅 학생은 기쁨에 겨워 골든벨 앞에서 팔짝팔짝 뛰었고, 방청석에 있던 학생들도 뛰어나왔다. 광복 70년을 맞은 올해 드디어 역사·통일골든벨의 주인공이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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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통일골든벨 최종 결선장에서 펼쳐진 아이돌 그룹의 축하공연.

태극기 그리기가 첫 문제로 출제돼

역사·통일골든벨은 민주평통이 통일에 대한 청소년들의 무관심을 일깨우고 올바른 국가관, 통일관, 역사관 함양을 통해 ‘미래 통일리더’로 육성하기 위해 개최해오는 행사.

지난 4월부터 전국 113개 협의회에서 334개 고교, 12만여 명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치른 시·군·구 예선대회와 시·도 본선대회를 거쳐 88명이 선발되었고, 해외 60개 학교 3500명 중에서 뽑힌 10명, 그리고 북한 이탈 학생(한겨레고등학교) 2명을 포함한 100명이 7월 19일 천안의 독립기념관에서 결선대회를 가졌다.

해외 학생과 북한 이탈 학생 12명은 골든벨 행사가 열리기 전 2박 3일 동안 임진각, 제3땅굴, 도라전망대 등 통일안보 현장과 경복궁, 천안 독립기념관, 유관순 항일 유적지 등을 답사한 데 이어 서울의 남산 케이블카와 한강 유람선을 타보고 KBS-2TV 뮤직뱅크 생방송을 방청하는 등 모국을 한껏 경험해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역사·통일골든벨 결선은 첫 문제부터 학생들을 긴장시켰다. “태극기를 그려봅시다”라는 첫 문제에 많은 학생이 당황했다. 가운데 태극 문양은 그렸지만 건, 곤, 감, 이 4괘를 순서에 맞게 그리는 데서는 대부분이 고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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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북지역 역사·통일 퀴즈왕 결선대회 수상자들.

MC들로부터 많은 힌트를 얻은 끝에 간신히 태극기를 완성해 전원 정답을 맞힌 것으로 처리되었다. 우리에게 익숙하게 여겨져온 태극기이지만, 막상 그림으로 그려보려니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문제였다.

현경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영상을 통해 “서울의 홍은동에서 시작해 임진각에 이르는 도로의 이름”을 묻는 문제를 출제하기도 했다. 정답은 ‘통일로’. 대부분이 정답을 맞혔지만 ‘자유로’, ‘평화로’라는 답을 쓴 학생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한편 해외 학생들은 기출문제 등으로 예습한 역사·통일 문제보다 한자 문제, 우리말 문제 등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부의(賻儀)’라는 글자를 보여주고 “이 글자가 쓰인 편지 봉투를 들고 아버지가 가신 곳은 어디인가?”라고 물었는데 ‘부산’이라고 답이 튀어나오는가 하면, 쌈지 사진을 보여주며 “할아버지, 할머니가 이런 주머니에 모아두었다가 건네주시는 돈을 무엇이라 부르는가”라는 질문에 ‘비자금’, ‘땡전’이라는 엉뚱한 답이 나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가장 많은 학생들이 탈락한 고비는 갑신정변, 임진왜란, 병인양요 등의 싸움에 쓰인 ‘변(變)’, ‘란(亂)’, ‘요(擾)’를 싸움의 규모가 큰 것부터 순서대로 나열하는 문제. 수십 명의 학생이 한꺼번에 탈락해 11명밖에 남지 않았다. 정답은 ‘란-변-요’인데 ‘란-요-변’으로 답을 적은 학생이 많았다.

42번 문제는 윤봉길 의사의 손녀인 윤주경 독립기념관장이 출제해 이번 역사·통일골든벨의 의미를 한층 드높였다. 윤 관장이 출제한 문제는 “윤봉길 의사가 1932년 일본군 장성들을 향해 폭탄을 투척한 공원의 이름”을 묻는 것. 모든 학생이 ‘홍커우 공원’이라고 정답을 적었다.

최후의 4인으로 남은 학생은 청주 대성고 이수지 학생, 제주 오현고 김성민 학생, 경기 우성고 이정현 학생, 그리고 경기 하남고 전진웅 학생. 이들 중 세 사람이 46번 문제까지 오는 동안 모두 탈락했고 전진웅 학생 혼자 남았는데, 최후의 1인답게 47번 문제부터 골든벨 문제에 도달할 때까지 친구들에게서 정답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기회도 사용하지 않고 일사천리로 정답을 맞혀나갔다.

물론 하와이 어학연수의 혜택이 따르는 ‘글로벌 코리아 문제’의 정답을 맞힌 것도 전진웅 학생. 글로벌 코리아 문제는 동북아시아 협력을 위해 ‘베세토 벨트’를 잇는 세 나라의 도시 이름을 맞히는 것이었는데, 전진웅 학생은 역시 한 치 망설임도 없이 ‘북경(베이징), 서울, 동경(도쿄)’이라고 정답을 적었다. 그리고 결국 1학년이라는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골든벨 문제까지 풀어내 오래 침묵하던 역사·통일골든벨의 종소리를 울리고 명예의 전당에 오르게 되었다.

시종일관 긴장되면서도 웃음이 넘치는 청소년들의 활기찬 문제풀이 현장은 오는 8월 16일, 광복 70년 바로 다음 날 KBS 1TV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제17기 상임위원회
<사진> 전남 해남군협의회 결선 진출자들이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Interview

북한 이탈 청소년 참가자
이금성 한겨레고등학교 3학년

“해외 참가자들과의 추억 못잊어”

이금성 학생

북한 이탈 청소년들의 배움터인 한겨레고등학교는 올해 역사·통일골든벨 결선에 두 명의 참가자를 내보냈다. 그중 학교 예선에서 1등을 차지해 결선 티켓을 따낸 이금성 학생은 전교 학생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명실공히 한겨레고교의 ‘간판’.

아버지는 북한에서 작고했고, 2011년 한국에 정착한 어머니의 뒤를 이어 2013년 동생과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 지금은 동물을 좋아하는 적성을 살리기 위해 축산학과 진학을 목표로 대학 진학 준비를 하고 있는 고3 수험생이다.

“역사·통일골든벨은 올해 처음 참가해보는 행사입니다. 지난해 기출문제 등을 보고 공부했기 때문에 여느 한국 학생들과 겨뤄도 문제를 푸는 데 그다지 불리하다고 느끼지 않았는데 ‘돈 문제’에서 탈락하게 되었네요.”

이금성 학생이 탈락한 문제는 각각의 역사 인물 혹은 유물이 그려진 한국 화폐단위의 액면가를 합산하는 문제.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다보탑이 그려진 돈의 액수를 합산해야 하는데, 다보탑이 그려진 10원짜리 동전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정답인 1만110원 대신 1만100원이라고 답을 써서 탈락했다.

“그래도 이번 행사에 참가한 것은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다소 부족했던 한국사나 한국 사회에 대해 지식을 많이 쌓은 건 물론이지만, 특히 해외에서 참가한 친구들과 2박 3일 답사를 함께 하면서 엄청나게 친해진 것이야말로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금성 학생은 북한에서 온 청소년인 만큼 통일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한겨레고교 학생들 모두가 통일에 관해서는 남다른 인식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한국 학생들을 접해보면 우리 학교 친구들에 비해 역사적 지식의 면에서는 뛰어나지만, 통일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역사·통일골든벨 같은 행사를 통해 좀 더 많은 한국 학생들이 통일 문제를 한 번 더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Interview

해외 참가 학생
이주현 필리핀 한국국제학교 2학년

“한반도 정치외교 전문가가 꿈”

이금성 학생

아버지 직장 문제로 중학교 2학년 때 필리핀으로 이주해 올해로 4년째 현지에서 공부하고 있는 이주현 학생. 많은 해외 체류 학생들이 현지인 학교나 국제학교에 다니지만 이주현 학생은 스스로의 의지로 한국국제학교를 선택해 한국 커리큘럼으로 공부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도 해외에 나가 산 적이 있었는데, 당시 국제학교에 다니다 한국으로 돌아와보니 한국 교육과정을 쫓아가기 벅찼기 때문이라고.

“한국국제학교에서 국사를 배웠기 때문에 국내 학생들과 역사·통일골든벨에서 경쟁하는 게 다른 해외 학생들만큼 어렵지는 않았죠. 하지만 국내 학생들과 달리 고교 과정에서는 한국사를 1학년 한 해만 공부했기 때문에 올해 골든벨을 준비하면서 지나간 한국사 교과서를 다시금 뒤져봐야 했습니다. 민주평통에서 제공해준 기출문제도 열심히 공부했고요.”

과연 이주현 학생은 국내 학생들과의 겨룸에서 한 치 밀리지 않고 차근차근 문제를 잘 풀어냈으나, 안타깝게도 ‘란-변-요’ 문제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이주현 학생은 민주평통 필리핀 지역협의회가 한국국제학교 및 각급 한글학교에 보낸 공문을 보고 역사· 통일골든벨에 지원했고 예선대회에서 2등을 차지해 결선에 진출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이주현 학생이 민주평통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골든벨을 통해서가 아니라고.

“원래 정치외교학에 관심이 많아 그 분야를 전공하려 했는데, 외국의 정치를 공부하기보다 우선 우리나라를 잘 알아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 통일 문제부터 천착하게 되었죠. 그래서 평소 신문을 볼 때도 통일이나 외교 안보 쪽 기사를 꼼꼼히 읽어왔는데, 그 과정에서 민주평통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이주현 학생은 비록 중도에 탈락하기는 했으나 그야말로 ‘준비된 통일 역군’이었던 셈. 대회 다음 날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간 이주현 학생이 그가 꿈꾸는 대로 ‘한반도 통일에 정통한 정치외교 전문가’로 훌쩍 성장할 날이 기다려진다.

Interview

골든벨 결선 최대 진출자 배출한
이재학 청주 대성고 교사

“골든벨 준비로 학업 성적도 향상”

이금성 학생

100명의 통일골든벨 결선에 단일학교로는 최다 인원인 6인의 진출자를 배출한 청주 대성고의 역사과목 담당 이재학(50) 교사. 청주 대성고는 이미 충북도대회에도 25명 참가자 중 20명이 본선을 통과해 충북 지역 최다를 기록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는 역사·통일골든벨에 3년째 참여해왔습니다. 우리 학교의 경우 참가 첫해에 본교 학생이 민주평통 의장상, 즉 대통령상을 수상했기 때문에 그 어느 학교보다 역사·통일골든벨의 인지도도 높고 학생들의 참여도가 남다르죠.”

학생들의 관심이 이처럼 높은 데는 학교 측의 적극적 지원도 한몫했다. 역사·통일골든벨을 대비해 교내 ‘통일경시대회’를 열어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우수한 출전자들을 선발하는 것. 교내 경시대회 수상자의 경우 학생부에 수상 경력이 기재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아 올해도 80명의 우수 학생이 지원했다.

이금성 학도 본 적이 없어 정답인 1만110원 대신 1만100원이라고 답을 써서 탈락했다.

경시대회 문제 자체가 역사·통일골든벨 기출문제이다 보니 학생들은 교내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골든벨을 사전 학습할 수 있었고, 따라서 이번 결선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 우승자 전진웅 학생과 함께 최후의 2인으로 남았다가 46번 문제에서 아깝게 탈락한 이수지 학생도 청주 대성고 학생이다.

“역사·통일골든벨 준비와 학업 성취도는 확실한 연관성을 갖고 있습니다. 골든벨을 열심히 준비한 학생은 모두 역사 과목뿐 아니라 전반적인 학교 성적이 오르는 현상을 보이거든요. 이 대회를 준비하면서 그동안 몰랐던 스스로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는 학생도 있고, 역사뿐 아니라 다른 과목까지도 열심히 공부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이죠.”

바로 이런 학생들의 성장을 보는 것이 교사로서의 보람과 기쁨이 아니겠냐며 함박웃음을 짓는 이재학 교사는 “내년에도 골든벨에 참여할 것이고, 좀 더 체계적으로 학생들의 준비를 도와 다시 한 번 좋은 성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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