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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꿈꾸다 | 통일을 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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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개선지원 청년단체 나우(NAUH)를 만들어 거리캠페인을 벌이고, 후원금을 모아 탈북 주민의 한국입국을 돕는 한편, 대북방송을 통해 남한 청년들의 생각, 남한에 정착한 탈북 청년들의 생활을 들려주는 활동을 벌이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지난 8월 3일에는 신사동 가로수길 카페에서 나우의 월례 행사인 ‘북남살롱’을 열었다. ‘북한인권’과 ‘카페거리’는 참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고급 문화’ 혹은 ‘소비지향적 문화’가 존재하는 이곳에서 북남살롱을 연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젊은 청년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이동구 씨는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굶주리는 아이들, 수용소에서 고통 받는 주민들의 이미지만 내세우기 보다는 남북한 영화를 함께 보거나 북한 사람과 연예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청년들의 문화 코드’로 통일 공감대를 이끌어낸다는 생각이다.


지난 3월에는 젊음의 거리 홍대에서 ‘연애-남북연애 상열지사’를 주제로 북남살롱을 열어 99%의 ‘보통 북한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북한의 쇼핑, 요리, 음악 등을 주제로 남북한 청년들과 함께 대화의 장을 만들어 왔고, 9월에는 ‘북친소(북한에 두고 온 친구를 소개합니다)’를, 12월에는 ‘통일기원 촛불파티’로 1년을 즐겁게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동구 씨가 처음부터 북한 인권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대학 재학시절 북한에서 온 친구와 생활했는데, 결핵 말기인 친구의 누나가 약이 없어 죽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돈을 모아 결핵약을 사서 보냈는데, 다행이 지금은 건강을 회복해 북녘에 잘 살아계신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아직 학생일 뿐인데 힘을 합쳐 뭔가를 해낼 수 있었던 경험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이후 한 북한인권운동가의 북한 억류 소식을 듣고 같은 교회에서 활동하던 지동호 씨와 함께 청년들을 모아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통일을 위해 행동하는 청년 나우를 만들게 됐다. 나우의 청년들은 모금 및 후원활동을 통해 제3국에서 고통 받고 있는 탈북 아이들과 여성 20여명을 구출해 대한민국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도왔다.

이날 북남살롱의 주제는 ‘장마당’이었다. 채널A 방송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는 ‘탈북미녀’ 주찬양, 김아라 씨가 남북한 청년들에게 북한주민들의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물품 경매를 통해 후원에 참여했다.
장마당에 진열된 과일 중에 바나나는 책에서 봐서 알았는데, 파인애플을 보고는 화분인줄 알았다는 주찬양씨의 경험담이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남다른 미모로 SNS에서 ‘북한에서 온 여신님’으로 불린다는 김아라 씨. ‘북한에도 삼각관계가 있냐?’는 질문에 아라 씨는 “있지요. 남녀관계는 언제나 같아요.”라고 답했다.

여기 모인 청년들은 남북한 청년들이 어떤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지 경험해보고 싶어 했다. 이동구 씨는 “이곳은 이미 통일된 공간”이라며 “탈북자 2만5천명 시대, 남한 땅 청년들의 마음속에 통일을 이뤘을 때 비로소 북한 땅의 통일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매 시간에 주찬양 씨는 작은지구의와 북한화가의 그림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경매 물품으로 내놨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지구의를 갖고 놀면서 과연 내가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 막연히 생각해왔지만 이젠 자유로워졌으니까 필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구 씨의 아내, 윤이나 씨도 경매에 참여했다. 부부는 교회 북한선교부에서 만나 결혼했고, 함께 나우를 만들어 한 길을 가고 있다. 올해는 딸 ‘북둥이(태명)’도 얻었다.


나우는 설립된지 만으로도 3년이 넘었고 비교적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단체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종교적, 정치적으로 중립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동구 씨는 “청년단체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면 잘못된 길로 가거나 오래가지 못할 수도 있고, 북한인권운동에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경우를 봤다”며 “나우는 뜨거운 가슴을 가진 청년들이 모여서 진심으로 행동하고 있고 앞으로도 같은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쉰은 희망이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다고 했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지만 한 사람이 먼저 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된다는 것이다. 남북한 모두의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걷는 이 희망의 길이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 되길 바래본다.
<글, 기자희 / 사진. 나병필 / NAUH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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