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반한 감정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와 국방부는 잇따라 사드 배치 반대 논평을 내고 있으며, 중국 언론은 비난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인의 중국 비자 받기가 깐깐해졌다. 중국은 중국 정부 및 기업으로부터 받은 초청장에 한해서만 상용비자 발급을 허용하고 있다. 상하이, 장쑤성, 저장성 등 지방정부에서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 20% 감축령이 내려졌다는 소식도 있다.
한한령 등에 따른 콘텐츠 규제 또한 심각하다. 한국 드라마, 영화의 TV 방영은 물론 한국 연예인의 TV 출연, 공연, 광고 등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가 취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임산업은 대중국 콘텐츠 수출의 71.4%를 차지하며, 20조 원 규모의 중요한 시장이지만 2016년 7월 중국이 ‘판호(版號)’를 권고에서 의무로 변경하면서 대중국 수출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중국은 노골적으로 한국 기업을 골탕 먹이고 있다. 수입 인증 및 검역 강화와 수출입 통관 지연 등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 보이지 않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3월 8일 설치한 ‘대중 무역애로 신고센터’에는 피해 건수가 열흘 동안 60개사 67건이 접수됐다.
피해 사례는 통관 지연이 23건으로 가장 많았고 계약 보류·파기, 불매, 대금 결제 지연, 행사 취소 및 홍보 금지 등의 유형이었다. 중국의 롯데마트도 99개 지점 중 90개가 영업 중단 상태다. LG화학과 삼성SDI는 2015년 11월 1차 전기차 배터리 모범 규준에 탈락한 이후 2016년 6월 4차까지 인증을 받지 못한 상태다. 또한 전기차 배터리 업체를 차별화하고 태양광 전지 원료 반덤핑 재조사에 착수해 중국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의 주력 기업 때리기도 본격화됐다. 2016년 12월 29일 중국 공업·신식화부에서 발표한 ‘신에너지 자동차 보조금 지급차량’ 목록에서 한국 업체의 배터리를 장착한 5개 모델을 제외했다.
중국의 ‘등가 대응’(Tit-for-Tat)’ 전략
중국은 세무조사로 한국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2016년 12월 중국 정부가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의 중국 전 사업장에 대해 세무·소방·위생·안전점검에 나섰다. 상하이 롯데 중국본부는 설립 4년 만에 구(區) 단위가 아닌 상하이시가 직접 조사하는 최대 규모의 세무조사를 받았으며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롯데백화점 등 10여 개 계열사에 대해 동시다발적 조사가 이뤄졌다. 올 2월 중국 정부는 3조 원 규모의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를 소방점검 사항을 문제 삼아 공사를 중단시켰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인의 한국 주식 투자는 몇 개월 연속 감소했다. 2016년 12월 상하이 시영 투자기관 ISPC (International Sourcing Promotion Center China)는 투비소프트에 1억 달러 규모의 사모펀드를 조성하는 투자 합의각서에 대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이런 집중 포화는 처음이다.
한국과 중국의 경제관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에 중국이 트집을 잡고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을 대놓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국 산업 보호 차원이라고 변명하지만, 누가 봐도 한국에 대한 분풀이로 여길 수밖에 없다. 사드 배치가 진전될수록 중국의 경제 보복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사드 배치가 한 단계 진전될 때마다 보복 수위를 높이는 ‘등가 대응(Tit-for-Tat)’ 전략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파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사드가 최종적으로 한국 내에 설치된다면 중국의 보복이 본격화되고 반한 감정도 확산돼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대중국 수출과 관광산업 등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 대형마트에서 롯데 제품을 진열대에서 철수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의존도(45.9%)가 높고, 특히 중국에 대한 교역 의존도(26.0%)가 높아 대중국 수출 둔화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거의 절반이 중국인이어서 중국 정부의 한국 관광 통제는 한국으로서는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특히 면세점의 경우 전체 매출(106억 달러)의 72%를 외국인에 의존하고 있고, 외국인 매출(76억 달러)의 대부분이 중국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어서 손실이 불가피하다. 우리나라 4대 면세점 기준으로 중국인 관광객 매출액(5조 원)은 전체(8조1000억 원)의 62% 이상, 외국인 관광객(5조8000억 원)의 86%를 차지하고 있다.
2014년 기준 콘텐츠산업 지역별 수출액을 보면, 일본(16억 달러, 비중 31.2%)에 이어 대중국(13억4000만 달러, 비중 26.2%) 수출이 2위를 차지하고 있어 금전적 손실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IBK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대중 수출과 관광·콘텐츠산업이 타격을 받으면 한국의 경제성장에 0.59~1.07%포인트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인들이 ‘롯데제재’ 등의 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산업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 외에도 고용 창출, 신규 투자, 연관 산업의 부가가치 감소까지 범위를 확장하면 그 파급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수출과 관광·콘텐츠산업이 위축되면, 고용 및 투자가 줄어들어 궁극적으로 민간 소비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중·일관계 악화로 얻은 반사이익(중국의 2012년 수입 2위국에서 2013년 1위국으로 도약)에 대한 기저 효과까지 감안하면 그 영향은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중국의 경제 보복은 옹졸한 행위
중국의 경제 보복은 옹졸한 짓이다. 사드 배치에 불만이 있다면 그것은 외교력으로 풀어야 한다. 경제와 연계한 보복조치는 주요 2개국(G2) 국가답지 못한 일이다. 외교적 갈등으로 민간 기업에 보복하는 방식은 공정한 자유무역과 시장 질서를 흔드는 부당한 행위이다.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출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은 뻔하다.
한국에 대한 섣부른 경제 보복은 중국에 부메랑으로 돌아가 자국 기업의 이익을 해치게 될 것이다. 한국은 중국의 네 번째 수출 대상국이자 중국이 수입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다. 우리가 맞대응에 나서면 그만큼 중국도 타격을 입게 된다.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한국이 10%(2016년 기준)로 1위다.
롯데 제품 배척운동을 하는 중국인들.
중국은 연간 1587억 달러 어치를 한국에서 수입한다. 이 가운데 78.4%가 중간재다. 한국과 중국 간 산업은 분업구조로 돼 있고, 중국 소비자의 한국 상품에 대한 선호도를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연간 한국에 투자하는 금액(2016년 기준 20억5000만 달러)의 두 배 이상인 44억 달러를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국회는 중국의 경제적 보복 파고에 대해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외교와 경제는 더 챙겨야 한다. 중국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 당당하게 대응하고, 외교력을 발휘해 우리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득할 필요가 있다.
디도스 공격으로 서버가 다운된 롯데 인터넷 면세점 홈페이지.
대응 컨트롤타워 체계 갖춰야
중국의 경제 보복이 계속되자 우리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국제법 위배 가능성을 공식 제기했다. 중국 측 조치가 최혜국 대우와 내국민 대우에 위배됐을 가능성을 WTO에 공식 제기한 것이다.
아울러 중국의 체면을 살릴 수 있는 외교적 협상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중국의 수입 1위국으로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관계인 점을 적극 활용해 표면적으로 중국 정부의 구겨진 체면은 살려주되 양국의 경제적 실리는 취할 수 있는 협상안이 바람직하다. 민간 차원에서라도 반한 감정 확산은 막을 수 있도록 한국에 대한 이미지 홍보를 강화해나가야 한다.
중국에서 현대차를 파손하는 일이 발생했다.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세밀한 대책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 대기업들은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라도 있지만, 중소기업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중국이 작은 비관세 장벽만 치더라도 바로 중소기업에는 큰 피해로 이어질 수가 있다.
중국의 경제 보복에 우리 중소기업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고, 정부도 보복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에 수출하거나 진출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전면 실태조사를 실시해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번 기회에 우리 기업의 지나친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과도한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국 경제의 미래도 있다.
조 봉 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
동아대 경제학 박사. 합참 북한정보본부 자문위원, 남북경제인협회 부회장 역임. 현재 민주평통 상임위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개성공단기업협회 자문위원, 북한연구학회 부회장. 저서 <통일, 기업에 기회인가 위기인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