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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체제 3년 반, 북한의 현주소

공포정치·핵 개발 비용 최대의 체제 불안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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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좌담회 참석자들. 왼쪽부터 김중호 연구위원, 차두현 객원연구위원, 윤영호 부국장(사회), 김병연 교수, 정성장 실장.

북한 김정은 체제가 3년 반을 맞은 요즘,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숙청으로 북한 파워엘리트의 동요가 심해지고 있다. 김정은 체제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그동안의 일반론과는 다른 양상이다. 경제 안정도 이뤘다는 일각의 분석에 대해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 좌담을 통해 과연 진실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사회 :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체제가 들어선 지 3년 반이 지난 지금 김정은 체제가 정치적, 경제적으로 안정화되었다는 견해와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현재 김정은 체제가 어떤 상태라고 보십니까.

차두현 : 현영철 숙청을 기점으로 김정은 체제 지도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착한 것으로 봅니다. 그 근거로는 우선 김정은에게 도전할 만한 2인자들이 숙청되고 김정은이 다루기 쉬운 사람들이 권력에 남았다는 점, 둘째로 북한에 사회적 일탈이나 문제가 늘어났다는 징후가 없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결정적 요인은 북한의 통치 이데올로기로 볼 때 김정은을 대체할 만한 세력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런 안정성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김병연 : 한 사회에 시장이 존재하면 자원 분배 기능이 커지게 됩니다. 무역도 중요하죠. 북한의 무역은 지하자원과 의류 수출이 주를 이루는데, 중국과 지속적으로 무역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북한 경제는 성장하고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얼마만큼 성장할 수 있는가인데, 이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현재 북한의 시장 규모나 경제성장률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우나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7% 성장률은 아닌 듯합니다. 한국은행이 분석한 성장률 2, 3%가 맞을 것 같습니다. 또 경제가 회생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고, ‘저성장 속의 안정화’ 정도로 봐야 할 듯합니다. 이 역시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가 문제이지만요.

일시 : 2015년 6월 15일 오후 3시
장소 : 동아일보사 충정로 사옥 회의실
사회 : 윤영호 동아일보 출판국 부국장

대담자(가나다 순)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중호 수출입은행 북한개발연구센터 연구위원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차두현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차두현 : 현재 북한의 경제가 고도성장처럼 보이는 이유는 이전에 추락이 깊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지속성이죠. 인민이 자본을 갖고 생산에 재투자할 수 있는 구조가 자리 잡혔는지가 중요한데, 그렇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현재 시장이 국가의 경제 기능을 대체하고 있는데, 북한 관료들이 이런 시장을 어떻게 통제하느냐 하는 것은 해결하기 어려운 딜레마입니다.

정성장 : 저는 북한이 중·장기적으로도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 근거로는 첫째, 김정은 체제가 이미 2008년부터 준비됐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아버지 김정일과의 공동통치가 7년 전부터 이뤄졌던 셈이죠. 김정은이 군부를 장악한 것이 2009년부터이고요. 현영철 숙청 이후 권력 구도를 보면 여전히 군사간부에 비해 정치간부의 지위가 안정되고 높은 상태입니다. 현영철 숙청으로 우리 사회에선 ‘북한 군 간부들이 불안감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할지 모른다’고 분석하기도 하는데, 북한 권력구조는 정치간부에 의해 군사간부가 조정되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 체제는 오히려 더 공고화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김정은은 현재 일종의 개발독재를 하고 있는데, 이를 통한 북한의 경제 발전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그 근거로 첫 번째 북·중교역이 2009년부터 늘고 있고, 대중국 인력 수출도 증가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둘째, 북한 관료들의 시장경제 대처 능력입니다. 현재 많은 북한 관료가 중국으로 가서, 혹은 자녀들을 유학 보내 경제를 배우고 있습니다.
북한의 광물 자원 수출도 앞으로 늘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기존 운송체계에 더해 철도를 증설해 중국으로 대량 수출을 할 계획이고, 나진과 선봉으로 통하는 도로도 확장 중입니다. 북한 내 시장 활동이 늘어나면서 경제는 좋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신문을 보면 북한의 공장 생산물도 그 내용이 군수에서 민수로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수산업도 개선돼 주민들 식생활도 나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점을 볼 때 김정은이 정치적으로는 거칠어 보일지 몰라도 경제 운영 능력에서는 김정일보다 낫다고 판단됩니다.

김중호 : 김정은은 등장하면서부터 국제사회를 향해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2012년 공식적으로 등장했을 때만 봐도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리고 핵실험을 해 국가 자존심과 통치 리더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등 선전·선동에 상당한 공을 들여 그 나름대로 성공했습니다. 경제적으로 볼 때도 데뷔는 성공적이었다고 봅니다. 역시 문제는 지속성이라고 봅니다.

김병연 : 1990년대 중반까지 잘못 생각해온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한 사회의 경제가 나빠지면 그 사회는 붕괴한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소련이 붕괴할 때를 보면 경제 사정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습니다. 또 최근 북한의 공포정치가 북한의 경제를 악화시켜 정권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예측했던 것도 잘못된 생각으로 드러났습니다. 공포는 강력한 통치 수단이고, 사회를 안정시키는 구실을 합니다. 공포정치의 후유증은 공포정치의 당사자가 물러난 뒤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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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토론자로 참석한 차두현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왼쪽)과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 연구실장.

사회 : 현영철 숙청 이후 북한의 고위 인사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이것이 김정은의 권력 기반이 약해진 근거 아니냐는 해석도 있고요. 과연 북한에 그런 동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정성장 : 북한의 군사간부들은 불안해하는 상태일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 군 간부 일부가 망명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고요. 그러나 지금까지 망명해온 인사들 중 군 장성급은 없고, 그 아래 계급이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 같고요. 군 내부에 동요가 있기는 할 테지만, 큰 의미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차두현 : 좀 더 중·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군사적 측면을 보았을 때 중기적으로 북한에 불안을 가중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핵 개발입니다. 북한은 현재 스스로를 핵보유국으로 인정해달라고 국제사회에 요구하고 있지만 전혀 호응을 못 받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핵보유국으로서 인정받는 또 다른 방법은 결정적인 기술력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같이 ‘기존과 전혀 다른 새 기술’을 개발하려면 북한으로서는 굉장히 큰 군사적 비용을 감수해야 합니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미국에 위협을 주려면 미국에 노출되지 않은 채 태평양을 건너가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을 개발해야 하는데, 여기에 드는 군사비용은 북한으로서는 견뎌내기 어려울 정도죠.

정성장 : 북한이 핵 개발을 하는 데 많은 비용을 들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2014년 이후로는 군수공장을 경공업 제품 공장으로 바꾸는 등의 변화가 보입니다. 생필품 국산화 논의도 많이 하고 있고요. 북한 스스로 자신들의 군사력이 미국을 따라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미군이 있는 한 한반도에서 전쟁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고 있고요. 그래서 그들이 전쟁에 관해 말로 사용하는 ‘레토릭’과 그들이 실제 내리는 판단은 다를 수 있습니다.

사회 : 현재 평양과 지방 간 경제적 격차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앞으로 해소될 것이라고 보십니까.

김병연 : 평양과 기타 지역 사이의 경제적 격차가 커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지방의 경제 사정이 나빠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방 역시 경제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인민들의 영양 상태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경제성장은 아닙니다. 외화 수입이 많아진 결과일 뿐 생산성 자체가 좋아진 것은 아니거든요. 북·중무역도 2014년부터 줄어드는 상황이고요.

김중호 : 북한 경제가 역동성을 띤다는 사실은 분명 감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경제가 나아진다는 것은 우선 생산 시스템이 개선돼 생산성이 증가하거나, 생산에 필요한 투입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북한이 정상적 경제성장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습니다. 북한의 물류가 다소 활발해졌고, 그간 북한 내에서 침체돼 있던 요소가 조금씩 움직이는 상태인 것도 사실이지만 이는 일시적으로 각성 효과를 누리는 것과 같습니다.

김병연 : 북한에 외화가 들어오면 인민의 구매력이 늘어나 시장에서 수요를 창출할 수 있으며, 무역 역시 마찬가지의 긍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 정권 처지에서 볼 때 이 같은 시장은 선군정치나 사회주의가 얼마나 허무한지를 보여주는 것이 됩니다. 시장 발달이 곧 사회주의를 침식하는 것과 같은 의미죠. 그래서 북한 정권도 시장을 막으려 애썼으나 결국 실패했습니다. 또한 북한에 들어오는 외자가 기업 활동에 제대로 쓰인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게 문제입니다. 북한 정권의 경제정책 능력은 매우 낮습니다. 김정은이 기껏 들어온 외자를 경제 회생 대신 스키장 등을 만드는 데 소모하는 것을 보면 외자를 잘못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나마의 외화 수입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북한의 최대 외화 수입 루트는 무역인데 바로 그 루트인 북·중무역도 줄고 있고, 러시아의 경제가 안 좋아지다 보니 인력 수출로 벌어들이는 수입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정성장 : 최근 중국을 방문해보면 그곳에 체류하는 북한 사람들의 옷차림에서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북한 사람 10명 중 기껏해야 2, 3명이 좋은 옷을 입고 다녔다면, 이제는 10명 중 7, 8명은 입성이 좋습니다. 과거에 비해 북한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나아졌음을 중국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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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왼쪽)와 김중호 수출입은행 북한개발연구센터 연구위원.

사회 :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를 어떻게 끌고 가야 할까요.

정성장 : 북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려면 우리가 ‘우리는 북한 내부의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다, 통일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지속해서 표명해야 합니다. 북한 체제의 특성상 김정은 비하 발언에 예민하므로, 우리 당국자의 입에서 그런 표현이 나와서도 안 되고요. 북한의 체면을 살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또 대화 테이블에 나오는 게 그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실용주의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북과 공동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하고요. 과거에도 북한이 도발을 했으나 우리 정부가 그에 얽매이지 않고 남북관계 개선에 나섰듯, 이번 정부에서도 전향적으로 나서서 이산가족 문제 등을 해결했으면 합니다.

김병연 :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현재 남북관계가 안 풀리는 이유는 남북한 간 문제의 ‘정치화’에 있다고 봅니다. 정부가 5년 임기 내에 무엇을 할 것인가에만 집중하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 어렵습니다.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나갔으면 싶습니다. 북한이 나쁘다는 것만 강조해봐야 우리에게 이익이 될 것은 없습니다. 북한이 두려워하는 흡수통일 문제도 정부가 좀 더 명백히 밝혀주었으면 합니다. 정부가 통일 문제 전문가들을 더 적극적으로 기용해 탈정치적인 전문가 중심의 대북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차두현 : 우리가 북한과 공존하고자 한다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북한이 스스로를 수습할 수 있는 시간이 8, 9년 정도 주어졌다고 보는데, 그 사이에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유리한지 그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는 것이죠.

김중호 : 한반도 주변국들의 변수가 너무 복잡해져서 지금 5·24 조치를 해제한다고 당장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바뀐다거나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은 전략적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기는 한데, 그 인내를 위한 ‘전략’은 부재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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