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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지원과 교류협력 과제

북한 언행 개의치 말고 선제적인 지원·협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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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좌담회 참석자들. 왼쪽부터 김중호 연구위원, 차두현 객원연구위원, 윤영호 부국장(사회), 김병연 교수, 정성장 실장.

박근혜정부는 그간 북한의 핵실험과 공포정치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각 분야의 대북 지원 및 교류협력을 통해 관계 개선의 물꼬를 꾸준히 터왔다. 남북 화해를 위한 정부 차원의 대북 지원사업과 각 지자체의 대북 협력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알아본다.

박근혜정부 임기 5년의 절반이 다 돼가고 있다. 박근혜호(號)가 닻을 올릴 당시만 하더라도 남북관계 상황은 암울함 그 자체였다.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남북관계 진전의 첫발을 떼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손뼉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남북한이 함께 상생 발전할 수 있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가동에 북한은 전혀 호응하지 않고 비난만 퍼부었다.

뭔가 변화를 기대했던 북한의 김정은 체제는 내부적으로 민생은 뒷전으로 하고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과 같은 공포정치를 이어갔고, 대외적으로는 도발 등 노골적인 강경 노선을 걸었다. 북한의 출입 차단과 근로자 철수로 촉발된 개성공단 폐쇄 조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시험, 단거리 미사일 수차례 발사,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연이은 대남 비방 공세, 개성공단 임금 문제 등 악재가 겹치면서 남북관계는 경색 국면을 면치 못했다.

그럼에도 박근혜정부는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위해 인내심을 갖고 북한과 대화와 협력의 길을 모색해왔다. 한반도 통일은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가져올 미래 비전이자 희망이며,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촉진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남북이 서로 대화하고 약속을 지키며, 호혜적인 교류협력을 이뤄가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왔다. 특히 올해는 광복 70주년, 분단 70년을 맞아 행복한 통일시대를 열기 위해 작은 것부터 시작해 점차 신뢰를 쌓아가고자 힘쓰고 있다.

북한이 대화의 테이블에 나오지 않는 상황 속에서 남북관계 정상화의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지만, 민간 분야의 대북 지원 및 교류협력에서 조금씩 물꼬가 트이고 있다. 통일부는 대북 지원 및 교류협력 사업 처리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민간단체에 대한 대북 지원 사업자 지정 요건을 개선했다. 민간 차원에서 벌이는 대북 지원사업의 문턱을 낮춘 것이다. 민간에서 비록 작지만 마중물 구실을 하게 되면 점차 정부 차원의 더 큰 신뢰의 물을 끌어올려 남북한이 교류협력의 대로(大路)를 열어나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담은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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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난 3월 11일 국회의장 주최로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남북 경제교류협력 관련 토론회.

5·24 조치 이후 5년 만에 대북 비료 지원 재개

게다가 모처럼 꽉 막힌 대북 지원과 교류협력이 다시 살아나고 있어 여간 반갑지 않다. 2015년 4월 말에는 5·24 대북 제재조치 이후 5년 만에 대북 비료 지원이 이뤄졌다. 재단법인 에이스경암은 통일부의 승인을 얻어 남북 간 내륙 왕복수송 방식으로 비료 15톤과 신규 온실 건설자재, 영농 기자재 등을 실은 트럭 22대를 이끌고 방북 길에 올랐다. 황해북도 사리원시에 농업협력 영농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것이었다. 5·24 조치 이후 인도적 대북 지원은 취약계층 대상으로만 한정되고 식량, 비료의 대북 지원은 사실상 금지돼왔다. 이번에 대북 제재조치 시행 후 처음으로 민간단체의 대북 비료 지원이 이뤄진 것은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북한 지역 산림 녹화 및 복구 협력을 위한 묘목, 종자 반출을 승인했다. 정부는 지난 5월 제272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고 북한 장애인 지원사업 등에 106억4000만 원 상당의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키로 의결했다. 북한 장애인 지원사업에 남북협력기금 사용을 의결한 것은 2009년 이후 6년 만이다. 이 외에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기구와 대북 산림·환경협력 사업 방안을 협의 중에 있다.

유라시아로 가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도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 2013년 11월 박근혜 대통령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한·러 정상회담을 갖고 남·북·러 3각 협력사업 추진에 합의하면서 시작한 것이 나진·하산 물류사업이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 극동지역의 하산과 북한의 나진항을 잇는 54km 구간 철로 개·보수와 나진항 현대화를 통해 물자를 수송하는 복합 물류사업이다. 포스코, 현대상선, 코레일 등 우리 측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남북 경색과 5·24 조치 등 여러 제약 때문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신뢰 외교와 참여 기업들의 지속적인 노력에 의해 일단 순조롭게 출발하고 있다.

지난해 2월과 7월에 두 차례 걸친 나진항 현장 실사 과정(투자 적정성, 물동량, 경제성 등)을 거친 후 그해 11월에 1차 석탄 시범 운송이 이루어졌다. 러시아산 유연탄 4만5000톤을 시베리아의 쿠즈네츠크 탄전에서 하산역을 거쳐 나진항까지 철도(TSR)로 운송한 뒤 화물선으로 환적해 11월 27일 나진항을 떠나 29일 포항 앞바다에서 하역했다. 올해 4월에는 사업성 검토 차원에서 물동량 확대 등에 대비해 ‘연속항차 운송, 다탄종 분리 처리’ 등 처리·운송능력을 나진항에서 점검했다.

4월 말~5월 초에는 1차 시범 운송 때의 물량보다 3배 많은 유연탄 14만 톤을 러시아 하산·나진항 철도 운송을 거쳐 나진항에서 선박을 통해 당진, 광양, 보령 등 3곳의 항구로 수송하는 2차 시범 운송을 성공리에 마쳤다. 그간의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한·러 사업자 간 투자 협상이 진행 중인데, 계약이 성사되면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는 민족 동질성 회복과 경제 공동체를 위한 민간 차원의 대북 지원 및 교류협력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5월 1일 신뢰의 남북관계 형성을 위해 문화와 역사, 스포츠 등 비정치적 분야에서 대북 교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지자체의 사회·문화 교류와 인도적 교류협력 사업을 확대하며 민간 교류에 언론인의 참여 및 동행 취재도 허용하기로 했다. 특히 좀 더 폭넓은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사업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한편 남북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민생협력 추진을 위해 투명성을 확보하면서 사업의 범위와 폭을 다양화한다는 계획이다.

그 결실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올 들어 4월까지 남북 직접 접촉은 매달 7, 8회 수준에 머물렀지만 민간단체의 남북 교류를 폭넓게 허용하는 내용의 ‘민간 교류 추진 관련 정부 입장’이 발표된 뒤에는 2배 이상 증가했다. 남과 북은 개성 만월대 공동 발굴조사를 재개하기로 하고 6월 3일 착공식도 가졌다. 2007년부터 수차례 공동 발굴조사를 벌이다가 10개월 만에 재개된 것인데, 이례적으로 6개월이나 지속돼 성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개성 한옥 보존사업’ 등 남북 간에 협의 중인 문화유산 분야 교류사업에 촉매제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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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24 조치 이후 민간 대북 지원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만 허용되었다. 사진은 지난해 한 민간단체에서 밀가루 200톤 등을 북한 남포지역 5만여 명 어린이 및 임산부들에게 지원하는 모습.

활발해진 각 지자체별 대북 교류사업

지자체의 대북 교류사업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경기도는 개성 한옥 보존사업, 말라리아 공동 방역, 개풍양묘장 조성 등 3개 사업을 최대한 빨리 재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천시는 북한의 민둥산을 살리는 묘목 종자 지원, 병충해 방제 등 ‘그린 데탕트(Green Detente)’ 사업을 검토 중이다. 강원도는 농림·수산·산림 분야에서 북한 강원도와의 특화된 다양한 협력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10년 전 북한에 농기계 보급과 축산시설 지원사업을 벌인 전북도는 대북 지원사업 재개를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전남도는 ‘전남~함북 땅끝 협력사업’을 구상 중이다. 부산시는 ‘부산~나진?하산 프로젝트’ 참여 방안을 모색 중이다. 경북도는 북한에서의 사방사업, 산림사업, 물 사업 등을 추진할 목적으로 관계부서와 협의를 벌이고 있다. 경남도는 그동안 성과를 거두었던 농장이나 소학교 건립, 통일 딸기와 통일 벼 종자 가꾸기, 병원 개축과 의료장비 지원사업 등을 다시 추진하고 제주도는 ‘북한에 감귤 보내기’를 재개하기로 했다.

6월 17일 북한은 불법 입국한 우리 국민 2명을 송환했다. 북한은 정부 성명으로 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남북이 전환을 이룰 수 있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흐름에 맞춰 민간 차원의 대북 지원 및 교류협력을 계속 이어 발전시킬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그간 기대감만 키웠다가 예상치 못한 변수로 단발성으로 끝났던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북한 선수단 참가가 기대됐던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도 최근 북측이 불참을 통보해왔다.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와 자세가 관건이다. 북한은 누가 자신을 가장 많이 도와 줄 수 있는지 깨달아야 한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내민 손길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김정은 체제는 경제난 해결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2012년 4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첫 연설에서 “다시는 인민들의 허리띠를 조이지 않고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누리게 하겠다”고 공언한 지 4년이 지났다. 과연 북한 주민들은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고 있는가. 남북관계 개선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북한은 변화의 물길을 외면하지 말고 하루빨리 당국 간 회담에 나와야 한다. 북한은 산적한 현안 과제를 풀어내고 남쪽과 교류협력을 재개해 실질적인 경제 회생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5·24 조치를 해제하라고 비난만 할 것이 아니다. 복합농촌단지 조성을 비롯한 드레스덴 선언, 환경·민생·문화 통로의 개설,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남쪽에서 제안한 각종 사업에 대해 북한이 장단만 맞춰주면 5·24 조치는 자연스럽게 극복될 수 있는 것이다.

7, 8월은 남북관계 개선의 골든타임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더욱더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대북정책이 필요하다. 북한의 언행에 너무 개의치 말고 대북 지원 및 교류협력을 선제적으로 제안하고 과감하게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인내심을 갖고 북한이 올바른 길로 나서도록 유도해야 하며, 남북한 교류협력의 맥을 다시 잇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처마의 빗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말이 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을 수 있는 것은 바로 한곳으로 힘을 집중하면서 끈기 있게 바위와 부딪쳤기 때문이다. 대북 지원과 교류협력에서 ‘포지티브(Positive) 방식’을 ‘네가티브(Negative) 방식’으로 방향을 트는 통 큰 결단을 해야 한다. 대북 지원 및 교류협력을 ‘원칙 금지’, ‘예외 허용’ 틀에서 금지한 것 빼고 점차 허용하는 구조로 바꿔나가는 것이다. 민간의 경제적 목적과 북한 민생에 도움이 되며 남북한 경제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은 전향적으로 추진하는 적극적 전략을 짜야 한다.

옛 선인들은 어려움이 닥칠 때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이 길을 막으면 길을 내고, 물이 길을 막으면 다리를 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기 위해 북한과 교류협력의 길을 걷다 보면 우리 앞에 산이 가로막고, 물이 놓여 주춤할 때가 있다. 남북관계에서 온갖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상황을 극복해나가는 지혜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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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동아대 경제학 박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북한연구학회 부회장, (사) 개성공단기업협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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