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호 > Cover Story
자문위원 인터뷰
황한진(서울시립대 건축공학과)
“통일은 단순히 잘살고 못살고의 문제가 아닌,
우리 민족이 반드시 이뤄내야만 하는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제16기 민주평통 청년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황한진 씨는 아세안 정상회의 통역 자원봉사 등 평소 봉사활동이나 사회 참여 활동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대한민국의 건강한 대학생이다. 그는 이번에 처음 도입된 ‘열린 추천제’를 통해 민주평통 자문위원이 됐다.
민주평통에서는 사명감과 열정을 가진 청년 세대의 신청을 받아 열린 추천제로 총 1000명의 자문위원을 위촉했는데, 황한진 씨가 바로 이 제도를 통해 청년 자문위원으로 뽑힌 것이다. 처음 자문위원으로 선발됐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대한민국의 통일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한 황 씨는 통일에 대한 간절함이 누구보다 크다.
2030세대는 기성세대가 아니기에 오히려 참신한 발상과 열정적인 행동력으로 움직이는 세대이기도 하다. 민주평통 청년 자문위원들이 해야 할 일도 바로 그것이다.
“어릴 적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의 마음속에는 노래 제목처럼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자리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통일을 꼭 해야 하냐고 묻는 친구들도 종종 있을 정도로 지금 2030세대의 통일 인식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황한진 씨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잘 활용하는 청년 세대만의 장점을 적극 살려 통일과 북한에 대한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널리 알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 세대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통일에 대한 무관심과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일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청년 세대에게 익숙한 인터넷과 SNS를 적극 활용한다면 대학생뿐 아니라 중·고등학생에게까지도 통일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들어 통일이나 우리 역사에 대해 무관심한 학생들이 많아졌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평통 청년 자문위원에게 맡겨진 역할과 소명은 더욱 크다.
“군 복무 중 안보교육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알게 되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그들의 모습은 참담했습니다. 한 민족인데도 서로 총을 겨누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며 통일이 이뤄져 민족의 응어리가 풀리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었습니다.”
황한진 씨가 어떤 계기를 통해 통일에 대한 필요성을 간절히 느꼈던 것처럼, 통일에 대해 관심이 없는 청년 세대들도 하루빨리 그런 기회를 접하고, 통일을 간절히 염원하게 되었으면 하는 것이 황한진 씨의 바람이다.
이성예(한남대 통일동아리 대표)
“준비하지 못한 통일은 우리를 좋은 길로 안내해주지도,
좋은 풍경을 보여주지도 못합니다”
대전 대덕구협의회의 막내 자문위원 이성예 씨. 처음 자문위원에 위촉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대학생도 자문위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현재 대전 대덕구협의회 자문위원 64명 중 대학생은 단 3명뿐이다.
“아직도 대학생들은 민주평통이 어떤 곳인지 모르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자문위원 임기 동안 활발한 활동을 통해 제 또래 친구들이 통일에 대해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통일에 대해 바로 알 수 있도록 몸으로,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통일과 어떻게 친해질 수 있는지 좀 더 많은 공부도 할 계획입니다.”
이성예 씨가 통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통일동아리 활동을 하면서였다. 대전지역 11개 대학이 모여 작은 동아리 하나를 이룰 정도의 적은 인원으로 지역주민을 위한 자원봉사나 안보 강의 등 통일 관련 행사를 소소하게 진행했다. 그러던 중 대전의 중심지에서 열린 ‘청년 한마음 통일축제’를 주체적으로 준비하면서 이성예 씨의 통일에 대한 생각도 커졌고, 더불어 통일동아리의 규모도 커졌다. 현재는 11개 대학 개별 통일동아리(20~50명의 활동인원 보유)와 5명의 학생 운영진으로 이루어진 대규모의 연합 동아리로 발돋움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통일동아리가 이렇게까지 큰 규모로 성장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대학생들의 입맛에 맞지도 않고, 기업에 들어가기 위한 흔히 말하는 스펙이 될 만큼 인지도가 높은 편도 아니었기 때문에 활동을 하면서도 대학생들에게 어떻게 홍보해야 할지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막막할 때도 많았습니다. 몇몇 행사를 통해 통일동아리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점점 대학생들 그리고 젊은 층들에게 통일동아리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통일을 생각하는 대학생들의 마음은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이성예 씨는 “통일을 먼 미래의 일이 아닌 다음 달, 혹은 다음 주에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마치 여름휴가 가기 전에 이것저것 찾아보고, 준비하고, 실행에 옮기듯이 통일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통일에 대해서 알아보고,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식과 간접경험 등을 쌓아 준비해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못하는 것, 함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준비하지 못한 여행, 즉 준비하지 못한 통일은 우리를 좋은 길로 안내해주지도, 좋은 풍경을 보여주지도 못합니다. 앞으로 우리가 맞이해야 할 통일이라면 외면하기보다는 조금 더 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20대들의 통일에 대한 생각이 발전하지 않는 이유는 교육에 그 책임이 있다. 더 많은 20대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그들만을 위한 통일교육이 필요하다. 요즘 유행하는 토크콘서트처럼 통일에 대한 생각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함께 나누거나, 통일에 대한 진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문화행사들이 많이 펼쳐졌으면 하는 것이 이성예 씨의 바람이자 계획이다.
이기암(전남 진도군협의회)
“어르신과 청·장년층, 청소년 자매결연 통해
통일 사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소원은 평화통일입니다. 민주평통 자문위원으로서 국민의 소원을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을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남 진도군협의회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이기암 씨가 밝힌 소감이다.
이기암 씨는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있다 퇴임한 후 대불대학교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진도 노인대학장 등 지금도 왕성한 교육 및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2009년에는 서울일보가 제정한 제3회 대한민국 바른지도자상 교육봉사 부문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진도 교육 발전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끝없는 봉사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교장선생님 출신답게 이기암 씨는 오랜 교직 생활과 지역 노인대학 운영 노하우를 통일교육에 십분 활용할 계획이다.
“무작정 통일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통일을 이뤄야 할 북한이라는 곳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합니다. 북한이 어떤 곳인지 알아야만 통일의 바른 길을 갈 수 있습니다. 통일교육이 중요한 것이 바로 그 때문입니다.”
이기암 씨는 6·25 참전용사들이 직접 지역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방법을 제안했다. “진도군에는 다수의 참전용사가 살고 계십니다. 그분들에게 직접 통일교육에 참여토록 부탁드리는 겁니다. 참전용사의 생생한 이야기는 청소년들에게 북한을 알리고 통일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알리는 데 아주 좋은 소재가 될 것입니다.”
실제 이기암 씨는 지역에 거주하는 참전용사들을 경찰서나 교회 등에 초빙해서 학생들을 교육시키는 일을 추진해왔다. 민주평통 자문위원이 되었으니 앞으로는 진도군협의회 집행부와 함께 힘을 모아 지금까지 추진했던 통일교육을 조금 더 구체화하고 싶은 것도 이기암 씨의 바람 중 하나다.
“자매결연을 하는 식으로 어른들과 청·장년층, 청소년 측을 맺어서 통일 사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지역 참전용사들이 각 학교를 순회하면서 강연을 하고 통일 이야기를 나누는 겁니다. 다행히 각 학교에는 교사 재량수업 시간이 있는데 그 시간들을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수능 끝난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통일교육을 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통일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기암 씨는 “큰 마음, 열린 마음으로 북한에 다가서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거기에는 북한이 우리에게 신뢰를 보여준다는 조건을 반드시 붙여야 한다는 것도 이기암 씨의 생각이다.
대한민국 남쪽 끝 아름다운 섬, 진도. 6·25 참전용사부터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통일 사업을 펼치고 있는 지역의 큰 어르신 이기암 씨 같은 분들이 있기에 통일이 한 발 더 앞으로 다가서는 것 같았다.
윤미라(통일교육위원 서울지역센터 전문강사)
“통일 준비에는 북한이탈주민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함경북도 회령 출신인 윤미라 씨는 현재 통일교육위원 서울지역센터에서 초중고 학생들과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통일교육을 하고 있는 전문강사다. 서울에서만 지금까지 2만 명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고, 서울로 오기 전 인천에서 3년간 200여 회, 약 3만 명이 윤미라 씨의 강의를 들었다.
북한이탈주민 출신으로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통일을 이야기하는 통일교육 강사 윤미라 씨가 16기 민주평통 자문위원에 위촉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통일교육 담당자로서 남과 북의 통일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통일은 나 개인의 일만이 아닌 우리 민족 최대의 숙명이자 필수 과제이기에 서울시를 담당한 통일교육 전문강사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있고 현재 숭실사이버대학 사회복지학과 3학년에 재학해서 늦깎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윤미라 씨는 북한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사회선전부에서 근무했지만 출신성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매일 감시 속에서 살아야 했고, 더 이상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었다. 탈북을 결심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탈북자의 한 사람으로서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고 싶습니다. 북한 체제를 30년간 실제로 겪은 사람으로서 북한 사회의 이질성과 동질감, 특히나 주민이 문제가 아니라 출신성분에 따라 삶이 달라지는 북한 체제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알리고자 합니다. 북한 주민은 우리와 한 핏줄을 가진 형제이기에 장차 민족공동체를 만들어갈 상생과 공영의 대상이라는 것을 인식시키고 싶습니다.”
민주평통 자문위원에 위촉된 것을 앞으로 통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는 윤미라 씨는 통일을 준비하는 데는 북한이탈주민의 역할이 무엇보다 크다고 강조했다. 강연 중에 만난 학생들 대부분이 통일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의지도 없는데, 이러한 것을 누구보다 현실감 있게 설명할 사람이 바로 북한이탈주민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북한 주민도 함께 미래를 개척해나가야 할 한 핏줄이라는 것을 인식시킴으로써 통일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고, 통일의지를 일깨우는 일이 탈북한 사람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북한 실상에 대한 남한 사람들의 막연한 생각은 탈북자들에 의해 바로 확인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탈북자들의 생생한 증언과 호소가 통일 후 남북한 주민이 하나가 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윤미라 씨는 마지막으로 북한이탈주민들이 남한 체제에 적응하는 동안 호기심보다는 위로와 격려를 해주기를 당부했다. “북한을 탈출해 지금 한국에 와 있는 사람들과도 함께하지 못한다면 통일 후에 북한 주민들과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겠습니까?”
현재 대한민국에는 2만5000명의 북한이탈주민이 있다. 이들이 대한민국에 정착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을 때 통일 대한민국은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